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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연동예금 과장광고 조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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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은행들이 주가지수 연동예금을 팔면서 고객들을 현혹시킬 수 있는 광고를 게재해 물의를 빚고 있다.

지수 연동예금은 주식시장의 상황에 따라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도 있지만 이자는 한푼도 없이 겨우 원금만 건질 위험도 있는 복잡한 금융상품이다. 그러나 은행들은 이 상품의 광고에서 고수익 가능성만 집중적으로 홍보하고 위험은 제대로 알리지 않고 있다.

한미은행은 지난 14일부터 21일까지 '한시판매 원금보장, 예금자 보호, 연 7.2%'란 광고판을 내걸고 지수 연동 정기예금 전환형을 판매했다. 광고만 보면 연 7.2%의 확정금리가 보장되는 것으로 오해하기 쉬운 내용이다.

그러나 실제로 고객이 연 7.2%의 수익을 얻으려면 주가지수가 현재보다 적어도 18%는 올라야 하는 어려운 조건이 붙어 있다.

또 이 은행의 일반 정기예금 금리(1년 만기, 연 4.4%)와 같은 이자를 받기 위해서도 주가지수가 11% 이상 올라야 한다. 지수가 떨어지거나 11% 미만으로 오르면 지수 연동예금에 가입한 고객은 일반 정기예금 가입자보다 적은 이자를 받게 돼 있다. 이 은행의 한 지점장은 "광고판은 본점에서 내려온 것이라 어쩔 수 없지만 상담 창구에서는 투자 위험에 대해 자세히 안내했다"고 해명했다.

제일은행은 지난 18일까지 지수 연동예금 3차분을 판매하면서 '지수 상승에 따라 최고 연 13.65%'라는 광고판을 사용했다.

'최고'라는 단어를 넣어 오해의 소지를 줄이긴 했지만 의도적으로 고수익 가능성만 부각시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상품에 가입해 최고 수익률을 얻으려면 지수가 35% 이상 올라야 한다.

다른 은행들도 대부분 지수 연동예금을 팔면서 '최고 몇 %'라는 식으로 광고를 해 고객을 끌어모았다. 마찬가지로 수익률이 일반 예금 금리를 밑돌 위험이나 만기 전에 돈을 찾으면 원금 손실이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광고에서 제대로 알리지 않고 있다. 은행권이 지금까지 판매한 지수 연동예금의 규모는 3조4천억원대에 달한다.

한국펀드평가의 우재룡 대표는 "주가지수가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여 고객이 원금만 받아갈 경우 엄밀히 얘기하면 본전이 아니라 일반 정기예금 이자만큼 손해를 본 셈"이라며 "은행들이 이런 투자위험을 제대로 알리지 않는 것은 고객을 속이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禹대표는 "실적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지는 상품을 광고할 때는 반드시 투자위험을 알리는 문구를 넣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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