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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행산업 경마, 도심에 왜" vs "역기능 줄여 지역과 공존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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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화상 경마장 갈등 해소 심포지엄이 열렸다. 찬반 양론이 팽팽하게 맞서 때때로 목소리가 높아졌다. 왼쪽부터 패널로 참가한 이준영 전 축산경제신문 편집국장, 이용선 한국마사회 지사개발처장,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홍덕화 전국도박피해자모임 대표, 이상만 농림부 축산정책과장, 이규연 중앙일보 논설위원, 장병국 삼일회계법인 이사, 안중호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약 100여 명의 시민이 심포지엄에 참석해 주제 발표와 토론을 지켜봤다. [최승식 기자]

한국마사회(회장 현명관)의 서울 용산 장외발매소(화상 경마장) 이전 개장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지난 6월 화상 경마장을 임시 개장한 한국마사회는 정부의 이전 승인과 구청의 건축 허가를 적법하게 받은 만큼 일단 시범 운영을 거쳐 정식 운영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교육권·주거권의 침해, 사행산업으로 인한 피해 등을 우려하는 용산 지역 주민의 반발이 거세다. 적법성을 내세우는 마사회와 시민의 권리를 앞세우는 지역 주민의 갈등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중앙일보는 갈등 해결을 위한 합리적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1일 서울 코엑스에서 ‘화상 경마장 갈등 해소 심포지엄’을 열었다.

 안중호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갈등에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 다만 갈등의 사회적 비용이 조정을 통해 얻는 결과물보다 커서는 안된다. 심포지엄이 경마 선진화와 말산업 발전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토의를 시작했다.

 장병국 삼일회계법인 이사는 “장외나 온라인에서 마권을 구매하는 비율은 홍콩이 93.7%, 일본은 93.2%”라며 장외발매소 중심의 경마 매출 구조가 한국만의 상황이 아님을 밝혔다. 한국은 장외발매소 매출이 70%를 상회하며 온라인 구매는 불법이다. 장 이사는 장외발매소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장외발매소가 짬을 내서 여가를 즐길만한 공간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사회적 불만을 줄이기 위해서는 레저로서의 가치를 찾아야 한다. 외부의 규제가 아니라 사업자가 자발적으로 장외발매소를 쾌적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의 유재선 박사는 일본 중앙경마회(JRA)의 장외발매소 운영 사례를 소개했다. JRA는 고객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유도해 교통혼잡 등의 민원을 줄이고 있으며, 반경 2㎞까지 청소를 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유 박사는 “일본은 통학로에 대한 규정이 명확해 용산과 같은 학습권 침해 시비가 없다”고 설명했다.

심포지엄에는 용산 장외발매소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참여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했다. [최승식 기자]

 이상만 농림부 축산정책과장은 “2013년 용산 장외발매소에서 발생한 세수가 약 200억 원이다. 대부분이 서울시등 광역 지자체에 귀속된다. 용산구에 돌아가는 세수는 2억 원 남짓”이라며 세제 개편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장외발매소의 유지와 관리에 행정력을 투입하는 일선 지자체에 세금이 배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공기업 평가 때 마사회 같은 경우는 매출뿐만 아니라 건전화 노력을 얼마나 했는지도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지난해 추석에 이어 올해 추석도 주민들이 천막을 치고 농성을 하게 생겼다. 경마는 국가가 명시한 명백한 사행산업이다. 국가가 여러 이유로 도박을 부분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강원랜드처럼 도심에서 떨어진 고립된 곳에서 하는 게 문명 사회에서 최소한의 합의 사항”이라며 “주민의 반발과 국민권익위원회 등 여러 국가기관의 영업 중단, 외부 이전 권고를 무시하는 건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홍덕화 전국도박피해자모임 대표는 “유독 용산 화상경마장이 문제가 된 건 소통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 시작할 때부터 주민·지역과 소통했다면 이 정도로 문제가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경마가 양적으로 발전한 만큼 질적으로도 시민의 눈높이를 맞춰야한다. 갈곳 없는 중독자를 위한 시설도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포지엄에 참석한 주민들은 “건물 앞으로 학생이 하루에 2~3명만 지나간다는 마사회의 조사를 믿을 수 없다. 주말에도 영화를 보러 화상 경마장 앞을 다니는 학생이 많다. 영국 여왕이 마주이고 경마를 좋아하지만 화상 경마 도박을 즐기는 건 아니다”고 반발했다.

 이용선 한국마사회 지사개발처장은 “장외발매소를 막을 경우 불법 경마의 비중이 늘어나는 등 사회적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 역기능을 최소화하고 순기능을 최대화하도록 유도해 경마 문화 선진화에 힘쓰겠다. 평일에는 문화센터도 열고 시설을 지역 주민이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한다”고 말했다.

글=이해준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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