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근로자도 관피아? 전직 구청장 복직 제한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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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행정부가 임기를 마치고 공장 생산직으로 복직하려는 전직 기초단체장과 광역의원에 대해 “복직을 허가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들이 복직한 회사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퇴직공무원 등 ‘관피아’의 부적절한 재취업을 막겠다는 취지인데, 공장 근로자를 관피아 범주에 포함시켰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안전행정부 공직자윤리심의회는 1일 윤종오(51) 전 울산북구청장과 김진영(50)ㆍ이재현(56) 전 울산시의원의 복직여부를 심사해 복직 제한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안행부는 “윤 전 구청장이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이 있는 울산 북구에서 정치활동을 했고, 전 시의원 2명도 복직하려는 현대중공업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 할 수 있어서 복직이 부적절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퇴직한 공직자는 기존 직장에 복직하려면 공직자윤리심의회를 거쳐야 된다. 기초의원은 해당 광역단체에서 심의하고, 기초단체장과 광역의원은 안행부에서 복직 여부를 결정한다. 윤 전 구청장은 현대자동차, 김 전 시의원 등은 현대중공업 근로자 출신이어서 안행부에 복직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복직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법에 따라 2년 후 재취업은 가능하다.

윤 전 구청장은 “원래 근무했던 공장에 돌아가 근로자로 살겠다는 것을 막는 게 공직자윤리법의 취지에 합당한지 의문이다”며 “자칫 근로자의 선거 출마를 제한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노동자에 대한 정치적 탄압이다”고 주장했다.

안행부와 광역단체의 잣대가 다르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안행부가 전직 구청장과 광역의원의 공장 복직을 막은 반면, 울산시 공직자윤리심의회는 현대차ㆍ현대중공업 근로자 출신 전직 기초의원 6명의 복직을 허용했다. 울산시는 “전직 정치인일지라고 공장에 복직하게 되면 수많은 근로자 중의 1명이 될 뿐이다”며 “근로자는 회사 전체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지위가 아니며, 전례 또한 없다”고 설명했다. 안행부의 결정에 따라 복직이 제한된 윤 전 구청장 등은 재심의와 소송 등 법적 대응책을 찾겠다고 밝혔다.

울산=차상은 기자 chazz@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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