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했던 가뭄 이렇게 극복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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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올해 가뭄은 그 양상이 한발 피해가 극심했던 68년과 78년의 유형과 비슷해 농산 관계자들과 농민들의 가슴을 더욱 졸이게 하고있다.
가뭄의 유형은 보통 모내기 전에 닥치는 이앙 전기형과 모낸 뒤에 닥치는 이앙 후기형이 있다. 이중 전기형이 모내기 자체에 지장을 받아 가뭄 피해의 정도가 이앙 후기형보다 심한 편. 68년과 78년의 가뭄이 그대표적인 예다.
그런데 올해 가뭄이 남부지방에서 이른봄부터 계속되고있어 이와 유사하다는 판단이 내려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관상대는 6월말에나 본격적으로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하고 있어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있다.
60년래의 큰 가뭄이라고 했던 68년에는 6월말까지의 강수량이 평년의 54%인 2백58mm밖에 안됐다. 이 때문에 남부지방에는 7월 하순까지 모내기를 못하다가 「호미모내기」를 해야했다.
영남은 8월15일, 전남북은 8월20일에야 비로소 비가 내려 가뭄에서 벗어났다. 이로 인해 7만2천ha의 논에 모내기를 하지 못했고 피해 면적 60만8천ha, 농작물 피해량 1백24만t, 피해액 5백25억원을 기록했다.
또 농가 89만6천가구가 피해를 보고 40만가구가 정부구호를 받았으며 전남북에서만도 4천2백가구가 고향을 등지고 농촌을 떠났다.
78년의 가뭄도 이에 못지 않게 끔쩍한 이앙 전기형이었다 .3월 중순부터 6월11일까지 못자리를 하고 모를 내야할 시기에 거의 비가 내리지 않았으며 한발지역도 전국적이었다.
게다가 날씨까지 지독히 무더웠고 농업용수는 물론공업·생활용수까지 모자랐다.
전해인 77년부터 계속된 가뭄 때문에 5월말까지의 강우량은 평년의 3분의1에도 못 미쳤고 저수율은 38%, 6월 상순까지 모내기실적이 33%에 불과했다. 특히 3월의 강수량은 51mm, 4월은 28·5mm, 5월은 18mm밖에 안돼 대지가 온통 불타는 듯했다.
비는 결국 6월12일에야 내렸지만 이 가뭄으로 못자리 전면적의 9·3%인 5천9ha가 못쓰게됐고 본답 전체의 20%인 24만ha가 피해를 보았다. 이해에 가뭄극복대책으로 쓰인 돈이 무려 3백86억원, 동원인력이 연2천만명에 달했으며 군관민의 중장비 1만7천4백대가 동원됐다. 수백억원의 농작물 피해를 본 것은 물론이다.
농산 관계자들이 올해 가뭄의 양상이 이 두 해와 비슷하다고 보고 있는 이유도 바로 올봄 부터 지금까지 남부지역에 계속 비가 내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호남의 경우 지난 3월에 내린 비의 양은 13∼21mm밖에 안되고 4월에는 57mm, 5월에는 34·3mm에 불과하다.
영남지방의 강우량도 3월이 28mm, 4월이 63m, 5월에는 29·4mm밖에 안된다. 1월부터 내린 비를 합해봐야 2백mm미만이다. 평년에 비해 1백34∼2백27mm의 비가 덜 내렸다.
이 때문에 농수산부 관계자들은 벌써부터 78년의 가뭄극복작전 서류를 꺼내 크게 참고하고 있다. 특히 어려움 속에서 가뭄을 극복한 8개 군의 성공사례가 연구의 대상이 되고있다.
당시 경남 고성군 하이면 덕호리 군호 부탁에서는 35일간의 작업으로 너비 7백50m의 바다 밑에 송수관을 묻은 것을 비롯, 1·6km의 PVC관을 매설해 13ha의 논에 물을 댔으며 충남 예산군 대흥면 지곡리 주민들은 3천6백50m의 호스를 11단으로 연결, 13·8ha에 물을 대 3백평당 쌀4백90kg을 수확했다.
또 강원도 삼척군 북평읍 구미리에서는 강물을 역류로 1km나 끌어올려 5단 양수에 성공했고 전북 무주군 부남면 대소리에서는 60도 급경사에 3단 양수로 물을 끌어올렸다.
이렇게 해서 78년에는 극심한 가뭄을 극복하고 4천만섬이나 되는 쌀을 생산했다. <신종 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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