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일 색전 수술' 전파자 월러스 박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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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뇌동맥류 치료법은 최근 몇 년 사이 머리뼈를 절개하는 수술에서 코일 색전(塞栓)술로 급속히 이전하고 있습니다."

뇌동맥류 수술분야의 권위자인 캐나다 토론토대학 마이클 크리스토퍼 월러스(사진) 박사가 대한신경외과학회 학술대회에서 특강을 하기 위해 최근 내한했다. 강의 주제는 '뇌동맥류 수술의 발전'.

그는 "뇌동맥류 치료방법이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것은 지난해 발표됐던 ISAT(국제 뇌동맥류 조사 연구) 프로젝트가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캐나다.호주 등에서 자원한 뇌동맥류 환자 중 2천1백43명을 두개 그룹으로 나눠 절개술과 색전술의 결과를 비교한 결과 후자의 치료법이 수술 위험도를 22.6%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뇌동맥류는 뇌 속에 생기는 혈관 기형. 혈관이 마치 꽈리처럼 부풀어올라 터지는 것으로 시간을 다투는 응급질환이다.

지금까지는 머리뼈를 열고 들어가 부풀어오른 혈관을 클립으로 묶어주는 수술이 주류를 이뤘다. 혈관 꽈리를 근본적으로 제거하는 확실한 방법이지만 머리뼈를 절개한다는 점에서 위험 부담이 따랐다.

반면 코일 색전술은 백금으로 만든 코일을 혈관의 부푼 꽈리에 채워 피의 흐름을 정상화시키는 시술이다. 사타구니에 있는 동맥을 통해 카데터를 머릿속 혈관까지 집어넣어 코일을 채우는 방식이다.

가장 큰 장점은 뇌조직이나 다른 혈관을 건드리지 않고 기형 혈관만 표적 치료함으로써 환자의 빠른 회복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

또, 한번 수술로 여러 개의 기형 혈관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으며, 방법이 간단하다보니 환자의 건강상태가 나빠도 수술이 가능하다. 월러스 교수는 "이런 장점 때문에 1993년부터 매년 코일 색전술 시술이 증가해 현재 전체 환자의 40% 정도가 혜택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모든 뇌동맥류 환자가 이 수술법의 대상은 아니다. 그는 "동맥류의 모양과 크기.위치.환자 상태에 따라 절개술이 더 유리한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국내에도 몇 년 사이에 많이 보급돼 가톨릭대 성가병원과 단국대병원 등 30여개 병원에서 6백여건의 시술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전체 뇌동맥류 수술의 25~30%를 차지하는 것이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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