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촌과 무약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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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우리나라 농어촌은 도시에비해 아직 낙후되어있지만, 특히 의료면에서는 더욱 그런상태에 머물러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의촌일소를 위한 정부의 꾸준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문제의 해결은 아직 요원한 실정이다. 최근 보사부집계를 보면 전국의 1천3백21개 읍·면가운데 의사가 없는 곳이 38%인 5백4개면이고 약사조차 없는곳도 1만6천여 법정마을 가운데 2천5백여개소에 이른다.
사람이 병들어 신음하고 있는데도 담사가 없어 속수무책일 때처럼. 답답하고 안타까운 일은 없다. 육지라면 그래도 나은 편이지만 물까지 몇시간씩 걸러야 나올수 있는 낙도주민들의 안타까움은 이루형언할수 없을것이다.
사실 우리나라의 의료시설은 도시에만 편중되어있다. 전국병상의 9.2%, 의사의 10%만이 양촌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촌료편중 현장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알수 있다.
정부가 무의촌일소란 이름으로 의사의 농촌배치를 강행하고있는 까닭도 이러한 극단적인 의료편중현상을 막아보자는 의도에서 출발한 것이다.
그러나 동원의·수련의·조건부의사 제도등으로 의사를 면단위까지 파견하려한 노력은 별로 실행를 거두지 못하고있다.
농어촌의 소득과 의료비의 불형균, 의료행위에 대한 인식부족도 있겠으나 시설의 빈곤 또한 이 제도가 뿌리를 내리지못한 주요이유로 꼽을수 있을것이다.
가령 의사가 배치된 곳이라해도 아직 전화가 안된 마을에서는 전기시설이 없어 배정받은 예방약을 저장할수 없는경우도 있고 심지어 행정지원을 받지못해 구급약을 자비로 구입해서 쓰는일까지 있다는 것이다.
환자를 진료할 여건을 만들지 많고 의사만 보낸다고해서 무의촌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단적인 예증들이다.
이른바 의사의 생산성문제도 고려에 넣어야한다. 의사1인당 진료대상인권이 하루평균 30명은 되어야하는데도 우리나라 농어촌의 경우 그 10분의1도 안되는 수준에 머물러있다.
하루 한두명의 환자를 돌보기위해 의사가 온종일을 보낸다면 인력면에서도 낭비임은 말할 것도 없다.
행정구역으로서 읍·면단위로 의사를 두어야한다는 고사적인 방식을 벗어나 진료권제도의 개념을 도입해야할 필요성은 그래서 생긴다. 인구단위나 교통범위를 감안해서 진료권을 설정, 복수의 의사들이 커버하게하고 감기나 매탈등 기초적인 의학지식만 갖고 처치할수있는 1차 보건의료행위는 「진료간호원」을 두어 해결한다는 방식은 지금 세계적인 추세이기도하다.
미국에서는 이미 긴료간호원제도를 다각적으로 활용하고 있고 중공의 소위「맨발의 의수」(적족의)란 것도 이와 비슷한 착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제도가 이미 시험단계에 있다.
보사부는 일정한 대격과 교육을 받은 간호원에 한하여 일정지역에서의 제한진료를 허용할수 있도록 하는 「농어촌의료 특별조치법」를 마련했으며 매년 5백명씩의 간호원을 양성, 84년까지의 시험단계를 거쳐 85년부터 전국적으로 확대질시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있다.
무의촌의 일소란 의료혜택이 모든국민에게 들아가도록 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것이지만 의료요원의 강제성을 띤 산술적 배치만으로 의료혜택의 균점이 기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도 직시해야 한다.
농어촌의료문제는 요컨대 공공 및 민간투자의 빈곤으로 인한 의료전달체계가 개발되지 못한데있다. 따라서 과감한 공공투자로 우선 1차진료를 할수있는 가정의를 많이 양성해서 고루배치한 다음에 전문의에 의한 2차진료기관에의 접근도를 높이는 적극적인 시책이 강구되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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