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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영화가 탈바꿈한다|쿵후 일변도서 모험·애정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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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쿵후(무술)영화는 지금까지 홍콩 영화의 대명사였다. 그리고 또 이런 유의 영화로 동남아를 비롯해 세계 영화시장을 장악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세계적인 영화산업의 불황에 홍콩 영화계도 예외는 아니어서 지금 홍콩 영화계는 심각한 불황에 허덕이고 있다.
이를 재빨리 알아차린 홍콩 영화계는 피와 격투, 죽음이 난무하는 쿵후 스타일의 영화에서 벗어나 새로운 소재의 영화를 제작, 지금까지 쌓아올린 세계 영화시장의 발판을 보존하기에 안간힘을 쏟고있다.
홍콩영화계는 72년 신화적인 스타로 알려진 「브루스·리」(이소룡)를 앞세워 기발한 소재의 무술영화로 할리우드의 전성기에 못지 않은 호황을 누려 왔었다.
72년 홍콩에선 모두 1백20편의 영화가 제작됐고, 「브루스·리」가 사망한 73년엔 무술영화가 절정에 이르러 무려 2백1편의 영화가 제작돼 세계 시장으로 파고들었다.
그러나 80년도엔 제작편수가 1백37편으로 뚝 떨어졌다. 그리고 홍콩의 2대 영화사 중의 하나인 골든하베스트사는 4백70만달러(약32억9천만원)의 흑자를 냈으나 이 수익은 예년에 비하면 70%의 수준이다.
홍콩 영화계가 이렇게 급전직하로 불황의 늪으로 곤두박질하게 된 것은 물론 세계 경제의 일반적인 불경기에 가장 큰 원인이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판에 박은 듯한 쿵푸 영화의 한계가 드러났기 때문이라고 이곳 영화관계자들은 분석하고있다.
여기에다 영화 관객들의 수준이 높아진 것도 쿵푸 영화의 사양화의 한 원인으로 지적되고있다.
이밖에 또 하나의 큰 타격은 75년 이후 인도지나 반도가 공산화되면서 이 지역의 큰 시장이었던 월남 라오스 캄보디아가 떨어져 나갔기 때문. 이들 나라는 홍콩산 영화를 전면 수입금지 하지는 않고 있지만 공산화되기 전의 20%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홍콩 영화계의 변화는 황당무계한 무술영화에서 벗어나 애정물이나 우주공상과학물 쪽으로 기울고 있다. 골든하베스트사 사장 「레이먼드·초」씨는 『우리의 기발한 아이디어는 이런 유의 영화에서도 성공을 거둘 것』이라고 말하고있다.
이런 소재의 변화로 가장 두드러진 헌사은 동양인이 아닌 서양배우를 기용하는 것. 현재 홍콩엔 감독 「로버트·크라우」(브루스·리 주연의 『용쟁호투』의 연출자) 「올리비어·허시」 「로버트·미첨」 「존·우드워드」 「셰릴·래드」 「제임즈·코번」 「오너·블랙먼」 「로저·무어」 등이 몰려들어 새로운 영화제작에 대한 기획을 하고있다.
새로운 소재의 대작으로 골든 하베스트사는 「존·크리어」원작 소설 『중국으로 가는 길』을 007시리즈로 유명한 「로저·무어」를 주연으로 출연시켜 대 모험영화로 제작할 계획이며 쇼브러더즈사는 『스타워즈』를 제작한 할리우드의 영화사와 제휴, 5천만달러(약1백40억원)를 투입해 우주 모험영화를 제작하고 있다.
이밖에 『크레이머대 크레이머』 등 일련의 영화로 새롭게 붐이 인 홈 드라머류에도 관심을 가져 「올리비어·허시」 「오너·블랙먼」(007골드핑거의 주연) 등의 인기배우를 주연으로 다수의 순정·애정영화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쿵후영화로 대표되던 홍콩영화계가 어떤 모습으로 탈바꿈, 세계 영화계에 다시 뛰어들지 한국영화팬들의 관심도 높다. <홍콩=김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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