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교 1학년 교과서에 나오는 말 취학 어린이 수준에 안 맞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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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한국 교육개발원(원장 홍웅선)의 이연섭·권경안·정인실씨 등 연구진은 최근 우리 나라 아동이 사용하는 말의 발 말에 관한 연구를 해 관심. 이 연구는 국내에서는 드문 분야로 국민학교 저학년 교과서 편수 자료를 만드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이들 연구진은 생후 3년3개월에서부터 5년6개월까지의 아동 26명을 대상으로 그들이 알고 사용하는 어휘를 분석한 결과 이들이 사용하는 어의는 모두 3천5백여 단어인 것으로 밝혀냈다.
아동들이 말을 배우는 속도는 6개월마다 평균 2백50개의 말을 배우며 4살에서 4살6개월 사이에 2백95개의 단어를 배우는 것으로 집계돼 이 기간에 가장 많은 어휘를 배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들이 사용하는 어의 중에서는 명사가 가장 많은데 처음 말을 배울 때에는 1백% 명사로 시작하여 3년3개월 때에는 전체 사용어휘 중 45·47%가 명사가 된다. 이 명사 비중은 4살이 지나면서 증가, 학교에 가기 전(7살)에는 56%에 이른다.
아동들의 사용 언어중 시간을 가리키는 단어의 경우 「그전」 「그전 때」 「그때」 「아까」 등 막연한 과거를 나타내는 말을 먼저 배운 뒤 「금방」 「지금」 「즉시」 「곧」 등 현재어를 배우고 「이따가」 「나중에」 등의 미래어를 가장 늦게 배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과거어 중에서 「그저께」 「모레」 등은 5, 6살에 가서야 배우며 여름·겨울 등 계절을 나타내는 말은 5살 후반에야 알게 된다는 것.
장소를 나타내는 어휘의 경우 「데」 「위」 「속」 「여기」 「저기」 등을 「요쪽」 「저쪽」 등 방향어보다 먼저 배운다.
이들 국민학교 취학전의 아동들이 사용하는 말은 60%정도만이 국민학교 1학년 교과서에 나오는 단어와 일치하며, 특히 1학년 자연교과서 1학기에 나오는 어휘와는 32%밖에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와 같은 현상은 우리 나라 교과서 편수과정에서 아동의 사용어를 제대로 그려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연구진은 분석했다.
교과서별로 볼 때 아동의 사용어휘와 일치도가 높은 과목은 「바른사회」. 그 다음이 「사회」 「국어」 「자연」의 순서로 나타나서 「국어」를 기본과목으로 생각하고 있는 l학년 1학기 교과서의 구성에는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앞으로 국민학교 1학년 교과서를 개발할 때는 어떤 음운으로 짜여진 단어를 어떤 문장에 맞춰 꾸밀 것인가를 폭넓게 고려해야 할 것 같다. <안길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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