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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2100 눈앞인데 … 힘 달리는 '두 기관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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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한국 증시의 ‘기관차’다. 두 회사의 시가총액은 코스피의 5분의 1가량을 차지한다. 영업이익은 전체 상장사의 절반이 넘는다. 2005년 코스피가 1000포인트를 넘어선 뒤 2년 만인 2007년 2000포인트로 올라설 수 있었던 건 두 회사가 앞서 끌어줬기 때문이다. 그런데 힘차게 달리던 기관차가 멈춰 서자 육중한 몸집 때문에 코스피 질주를 가로막는 애물단지가 됐다. 삼성전자는 25일 장중 122만1000원까지 떨어지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최근 1년 중 주가가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왔다는 뜻이다. 현대차 주가도 LF소나타와 신형 제네시스 출시 등 ‘신차효과’에도 좀처럼 22만~23만원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취임과 함께 장기 박스권이던 2050포인트를 돌파한 코스피가 2100선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것도 두 기관차의 부진 때문이란 게 전문가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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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와 현대차 주가가 부진한 이유는 뭘까. 혹시 이제 성장동력이 떨어진 건 아닐까. 삼성·신한·우리·한국·현대·KDB대우 등 대형증권사 6곳의 리서치센터장에게 물었다. 이들이 짚은 삼성전자의 부진은 결국 스마트폰의 위기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휴대전화 사용자 중 스마트폰을 쓰는 사람의 비율이 60%를 넘어서면서 시장은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그러나 악몽은 아직 끝이 아니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반도체 부문이 선전하고 있지만 스마트폰의 부진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지난주 현대증권은 국내 증권사 중 처음으로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이 6조원을 밑돌 수도 있다는 예측을 내놨다. 현대증권 이상화 센터장은 “반도체를 제외한 모든 부문의 실적이 기대를 밑돌 것”이라고 내다봤다. KDB대우증권 홍성국 센터장은 “예전만큼 스마트폰이 팔리지 않는 상황에선 생산량을 줄이거나 마케팅에 돈을 써야 하는데 두 가지 모두 수익성 악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의 고민은 환율이다. 연초만해도 LF소나타와 신형 제네시스 출시로 올해 실적이 개선될 거라고 보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원화강세로 차를 많이 팔아도 이익으로 남는 몫이 줄었다. 최근에는 엔화가 다시 약세를 보이면서 일본차와의 경쟁에서도 불리해졌다. 미래 먹거리인 친환경차 부문에서 특별한 강점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삼성증권 신동석 센터장은 “현대차는 하이브리드카나 전기차 부문에서 경쟁사보다 더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비 개선도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여전히 매수해야 하는 종목일까. 아니면 앞으로 더 떨어질 수 있으니 시간을 갖고 지켜보거나 팔아야 할까. 센터장 6명의 투자의견은 모두 ‘매수’였다. 매수를 추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주가가 싸기 때문이었다. 홍성국 센터장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나 2011년 남유럽 재정위기 때만큼 주가가 떨어진다고 해도 삼성전자의 바닥은 110만원 내외”라고 분석했다. 신한금융투자 양기인 센터장은 “현대차 역시 글로벌 경쟁사와 비교하면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저평가돼 있어 상승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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