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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병영 개선, 조현오식 의경개혁에 답이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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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오늘부터 일반부대에서 복무하는 병사들은 평일에도 일과 후에 가족·여자친구를 면회할 수 있게 되며 그동안 면회가 허용되지 않던 최전방 GOP(일반전초) 근무 장병도 휴일 면회가 가능해진다. 일부 부대에선 병사들이 계급별로 2세대(2G) 공용 휴대전화를 시범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지난 25일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가 마련한 방안 중 국방부가 오늘부터 시행하는 것들이다. 이런 방안의 실천은 윤 일병 사건과 같은 비극의 재발을 막기 위한 군 나름의 노력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병사들의 불만을 일부 줄이는 미봉책일 뿐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는 없어 보인다. 병영문화 개선은 병사들에게 당근을 조금 더 제공한다고 이룰 수 있는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문제해결의 핵심은 군이 철저한 자기혁신을 통해 투명하고 합리적인 징집병 관리 체계를 확립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선 우선 직접적 직무로 연결되지 않은 선임병이 후임병에게 일절 지시를 할 수 없도록 병영문화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병영 내 구타·기합·엽기행위·부당지시가 사라지지 않는다.

 국민은 우리 군이 국민·국가·국토를 지키는 강력하고 믿음직한 조직으로 거듭나기를 진정으로 바란다. 이를 위해 병력 관리를 비롯한 군의 구조적인 혁신이 뒤따라야 한다. 일반부대 근무자는 주말 외박을 상례화하고 전방부대 근무자는 휴가 일수를 상향조정하는 등 스트레스를 줄이는, 인권보호 차원의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

 이미 조현오 전 경찰청장은 의무경찰 개혁에 성공한 전례가 있다. 주 1회 외출, 2개월마다 3박4일 정기외박 등 영외활동을 보장하고 지휘관의 철저한 관리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상습적인 가혹행위와 구타로 자살이 끊이지 않아 기피 대상이었던 의경은 지금 모든 현역병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한다. 군은 조현오식 의경 개혁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고위층 자제의 병역의무 이행은 물론 군 생활 중 특혜성 보직 이동 내력과 휴가 일수 등을 공개하는 등 병사 관리의 투명성도 높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