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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상품권, 같은 액면가라도 제품 선택 폭 넓어 인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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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0호 18면

상품권은 상품과 교환할 수 있는 금액이 정해진 채권이면서 동시에 그 자체로 상품이다. 대형마트에서 함께 쓸 수 있는 일부 백화점 상품권의 선호도가 높은 것도 효용가치가 크기 때문이다. 증시에 대장주와 소형주가 있듯, 같은 액면가의 상품권이라도 활용도에 따라 선호도는 크게 갈리는 것이다.

상품권도 양극화 시대

백화점 상품권의 경우 할인율이 3~4%에 불과할 정도로 인기를 구가한다. 반면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2009년 탄생한 온누리 상품권은 판매에 애를 먹는 경우가 많다. 중소기업청장이 직접 나서 은행과 기업을 대상으로 판촉활동을 할 정도다. 온누리 상품권은 추석 특수가 시작되는 이달 1∼19일 352억9000억 원어치가 팔렸다. 기업 고객이 62.5%로 가장 많았고, 공공부문 고객이 27.7%였다.

최근에는 모바일 상품권(사진)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모바일 상품권 판매액은 지난해 1400억 원대에서 올해 3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올해 추석에는 편의점에서 쓸 수 있는 카카오톡 상품권이 나오는 등 스마트폰 메신저를 통해 유통되는 상품권이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국내 상품권의 역사는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재 신세계백화점 서울 충무로 본점 자리에 있던 미쓰코시백화점 경성점이 1930년 10월 최초로 상품권을 발행했다. 미쓰코시 경성점은 한국 최초의 백화점으로 인정받고 있다. 해방 후 자취를 감췄던 백화점 상품권이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5·16혁명’ 직후인 1961년부터였다. 군사정부는 내수경기 부양을 위해 소비촉진책을 폈다. 당시엔 물품교환권이 주를 이뤘는데 먹을 것이 귀하던 60년대에는 설탕과 조미료 교환권이 큰 인기를 끌었다.

한때 ‘국민 상품권’ 역할을 했던 구두상품권은 76년 등장했다. 과거 구두가 귀한 선물로 여겨지던 시절, 받는 사람이 직접 구두를 고를 수 있도록 교환권을 발행해 달라는 요청에 따라 등장했다. 하지만 할인율이 높다 보니 97년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서서히 쇠락했다. 2011년 엘칸토를 인수한 이랜드는 “구두상품권 할인율이 너무 높아 정가 개념이 없어진다”며 상품권 발행을 전면 중단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부터 지금까지는 백화점 상품권 전성시대다. 신세계·롯데·현대 등 백화점 3사의 상품권 발행금액은 1994년 1000억원이 채 안 됐지만 지난해 4조원을 넘었다. 발행 규모가 20년 만에 40배 커졌다. 전체 상품권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40%를 넘어섰다. 같은 액면가라도 백화점에서는 다양한 상품을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인기가 식지 않는다.

발행한 회사 입장에서는 상품권 발행금액만큼 무이자 자본을 차입한 효과가 있는 데다 명성과 신용도를 높일 수 있어 발행을 늘리는 추세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은 선물 받은 백화점 상품권을 주로 어디에 쓸까. 지난해 추석 전후인 9~10월 롯데백화점이 서울 본점에서 결제된 상품권을 조사한 결과 해외패션에 26.0%, 생활가전에 23.0%가 쓰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젊은 층이 이용하는 롯데 영플라자에서 상품권 회수량은 3.6%에 그쳤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평소 현금으로 구입하기 부담스러웠던 명품이나 고가의 제품을 상품권을 이용해 주로 구매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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