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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고흥=김광섭 기자|부지런하고 과음·과식 안 한다|장수노인 많은 전남 고흥…80세 이상만 2천15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80살이 넘었다고 나가(내가) 워디(어디) 늙은이라고 할 수 있당가….』전남 고흥군의 촌로들에게서 흔히 듣는 말이다. 그만큼 군내 어느 마을에를 가도 장수노인이 많다. 고흥 군민 19만1천 여명 중 80살 이상 고령자는 2천15명으로 장수율은 l.05%. 고흥군 내 1백살이상 노인은 작년10월 조사당시 6명으로 시·군별로는 목포(7명) 다음으로 많았으나 5월초 3명이 세상을 떠났다.
한편 이곳의 지리적인 특성을 보면 고흥군은 육지에서 들어가는 입구가 병목처럼 생긴 반도형태를 하고 있어 군의 9할이 바다로 둘러싸인 섬과 같은 환경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 때문에 반도지형이 갖는 특유의 온난한 기후, 청명한 날씨와 함께 주민들이 늘 부지런히 일하고, 교통이 좋지 않아 많이 걸어야 하는 등 적당한 육체운동을 하게된다.
더구나 고흥반도 주변은 청정해역으로 지정돼있어 이곳에서 나오는 해산물은 맑은 공기와 함께 천혜의 장수조건으로 손꼽을 수 있다. 특산물은 김을 비롯한 바지락·굴·고막·미역·마늘(전남 지방 생산의 18%)등이다.
주민들과 의료인·군관계자들은 장수자가 많은 요인으로 ▲부지런히 일하고 ▲과음·과식을 삼가며 ▲온난한 기후 ▲어패류·김·미역 등 각종 해산물을 섭취할 기회가 많고 ▲천등산·인영산 등 주변 산에서 나는 산나물과 약초 ▲병충해가 적은 비옥한 농토(양질의 고흥쌀은 유명) ▲3면이 바다이므로 오존층이 두터운 신선한 대기 ▲장수혈통 등을 꼽고 있다.
인터뷰에 응한 21명의 노인(84∼105살)의 가장 두드려진 특징은 대가족의 기둥으로 열심히 일해왔고 가족·이웃 사람들과 두루 원만한 대인관계를 유지해 왔다는 것. 여자 노인들의 경우는 40∼50대에 남편을 사별한 뒤 생계를 이끌어가기 위해 옆도 돌아볼 사이 없이 부지런히 일해왔고 아직도 일하고 있는 사람이 많았다.
이들이 먹는 음식은 보리밥·김치·산나물·된장 등 농촌에서 흔히 먹는 것 외에 조기·명태·낙지·김·각종 패류·해초류 등으로 언제나 음식을 가리지 않고 하루세끼에 정량을 왕성한 식욕으로 들고 있다.
장수자들은 부모·형제·자녀·기타 친척 중에도 80살 이상 수명을 누린 사람이 많아 장수가계에서 장수자가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성격은 신경질·탐욕 등의 정신적 긴장이 적고 활달·명랑·온화하고 대인관계가 원만하며 화목한 집안을 이루고 있다는 것.
이들은 특히 태어난 후 지금까지 1백년 가까이 같은 동네에 살고있어 급격한 생활변화가 적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며 과음·과식을 안하고 대부분 술·담배를 멀리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 때문에 이들은 일생 감기정도만 앓았을 뿐 병원을 모르는 건강을 누려왔다.

<전문가의 말>
중앙관상대 광주지대 고흥분실에 따르면 고흥지방은 유례없이 추웠던 지난겨울 가장 추운 날의 기온이 섭씨영하 5.3도, 1월 평균 기온이 영하 0.7도, 지난해 가장 더웠던 7월은 평균이 23도였을 정도로 기온의 변화가 적다. 해안지방인데도 풍속(연평균)이 초속1.3m(보통 3m)이고 습도도 보통.
김성수 고흥보건소장은 주민들에 가장 많은 질병은 ▲소화기 ▲호흡기계통 ▲신경통 ▲피부질환 등의 순으로 다른 농촌과 비슷한 질병분포를 보이고 있으나 주민들이 나이에 비해 젊어 보이고 체질이 강건하다고 말했다.
고흥읍 고려의원 황석봉 원장(전 보건소장)은 군내에 장수자가 많은 원인이『기온의 급격한 변화가 없고, 따뜻해 건강에 도움이 되기 때문인 것 같다』고 분석하고, 주민들이 과음·과식을 안하고 일정량의 음식을 먹고 무리하지 않는 것도 장수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허정 한국노년학회장은 장수의 조건으로 ▲좋은 자연환경 ▲균형된 식사 ▲근면한 활동 ▲유쾌한 정신생활 ▲건전한 가족생활이라고 밝히고 고흥 등 남해안 지방에 장수자가 많은 것은 이 요소를 어느 정도 갖췄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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