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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 열차참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어이 없다. 어느 교통수단보다도 안전하다고 믿었던 열거가 가장 원시적인 사고로 적어도 54명이 목숨을 잃고 2백명이 넘는 사람이 다쳤다.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더우기 같은 방향으로 달리던 열거가 앞서가던 열거를 들이 받아서 일어난 전례없는 참사라고한다. 도대체 이런사고도 일어날수 있는 것인가. 충격과 놀라움보다 비통한 마음이 앞선다.
현장르포에 따르면 사고는 서을로 오던 특급열차가 경산역근처 건널목에서 오토바이와 충돌이 사고확인을 위해 후진하는 사이에 뒤따라 오던 진통급행 열차가 덮쳐 일어났다.
상세한 사고원인은 당국의 정밀조사결과를 지켜보아야겠지만 무리한 열거운행, 건널목의 허술한 안전시설, 기관사의 부주의, ATS(자동제어장치), ABS(자동폐색장치)및 열거와 열거사이, 열차와 역사이의 무선통신시설의 미비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것으로보아 틀림없을 것같다.
우리나라 철도는 현재 해방직후인 46년보다 61%가 늘어난데 비해 여객은 8·4배, 화물은 무려 17배가 늘어났다.
물동량이 이렇게 급증한데 따라 열차도 대폭 늘어나 경부선의 경우 가장 붐비는 하오2시부터 6시까지는 평균 2∼3분에 1대씩의 열차가 운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사고의 원인은 이런데서 찾아진다.
그러나 이런 조건에도 불구하고 안전을 확보해주는 것이 각종 경보장치이며, 부시의 사고에 대비할수 있도록 열차와 열차사이, 또는 열거와 역사이의 무선연락망인 것이다.
한데 이번사고의 경우 이와같은 안전장치가 하나도 구실을 못한 것 같다. 당초부터 시설도 되어있지 않았는지, 시설은 되어있었지만 작동을 하지않았는지는 아직 알수 없다. 아뭏든 철도당국이 안전시설에 태만했거나 무신경했다는 비난을 면할수가 없다.
또하나 의문이 가는것은 후속열차가 바짝 따라오고 있음을 알고있었을 기관사가 왜 후진을 했는지, 그런 상황에서무선연락을 해서 후속열거를 멈추게 할수는 없었는지 하는 정이다.
오토바이와 충돌한 건널목에 서있기만 했어도 ATS가 작동했으리라는 분석이고보면 기관사가 열차를 후진시킨것은 더욱 납득이 가지않는다.평소 기관사에대해 부의의 사고에 대비한 안전교육이 졀저히 되어있더라도 이련 끔찍한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번 사고의 첫번째 원인은 건널목 안전시설이 허술한데 있었다. 지금까지 족도사고의 대부분은 건널목의 시설미비 때문에 일어난 것이지만 아직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이번 사고가 일어난 매호건널목을 포함해서 경보장치와 위험표지판만 있는 3종건널목이 4백39개소이고 표지판만있고 안전시설을 전혀 갖추지 않은 4종건널목이 1천6백22개소로 위험건널목이 전체의 90%에 이른다는 이런 정을 종합해볼 때 이번사고의 원인이 결국 사람의 실수로 인한 참와라는 것이 분명해진다.
다시말해 당국이 건널목을 비롯한 안전시설과 통신및 신호시설의 관리·보수에 보다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기관사의 근무조건이나 안전교육에 좀더 신경을 썼더라면 이 참극은 막을수 었었다는 안타까움이다.
물론 오래된 철도시설로 폭주하는 수요를 감당해야하는 철도당국의 고충은 이해한다. 우리는 또 근년들어 열차사고가 많이 줄었다는 사실도 알고있다.
그러나 이번사고로 국민으로서는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꼴이되었으니 직도청의 전공이 더욱 아깝다.
우리는 불의의 참사를 당한 사상자와 그가족들에게 깊은 조의와 위노를 보낸다. 당국은 사고의 완벽한 수습은 물론 피해자들의 보상이나 치료에 최선을 다해야할 것이며, 인간의 원초적인 실수가 빚은 이번과 같은 참괴한 참사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빈틈없는 안전시설을 갖출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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