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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사는 문제 얘기를"… 회군론 힘 받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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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8일 오전 10시 ‘비상행동회의’란 이름의 의원총회에 참석하려는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국민공감혁신위원장(비대위원장)이 기자들과 만났다.

 ▶기자=“당내에서도 장외투쟁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영선 위원장=“장외투쟁이냐 장내 투쟁이냐 규정 짓는 것은 옳은 방법이 아니다. 내용을 갖고 얘기해야지…. 국회 밖을 떠났다고 강경투쟁으로 몰아가는 언론도 1980년대식 사고 아닌가.”

 야당의 장외투쟁에 부정적인 당 안팎의 여론에 박 위원장은 이같이 반박했다. 하지만 10시간30분 뒤(오후 8시30분)인 저녁 ‘비상행동회의’의 박 위원장은 사뭇 달랐다.

 ▶박 위원장=“철야는 오늘이 마지막이다. 반드시 원하지 않는 의원들은 오늘도 반드시 안 해도 된다. 토요일 오후 4시엔 당원 문화제 형식으로 세종문화회관에서 1시간 동안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위한 당원 문화제를 한다.”

 ▶우윤근 정책위의장=“(정기국회에선) 최경환노믹스에 대한 건전한 비판이 중요하다. 원색적 비난은 아니다. 문제 되는 법안은 상임위에서 막아야 한다. 법사위로 넘어와 법사위가 태클 거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정기국회 참여를 전제로 한 정책토의 도중 추미애 의원은 “앞으로 우리 당이 나가야 할 방향은 구체적으로 먹고사는 문제에 대한 대안을 정책으로 제시하는 것”이라고 발언했다. 한 강경파 의원이 “이 자리에 없는 의원들이 문제”라며 “130명이 모두 뭉쳐서 싸워야 우리가 이길 수 있다”고 투쟁론에 불을 붙이려 했지만 장외투쟁을 반대하는 ‘15인 성명파’ 황주홍 의원이 나섰다. 그는 “2017년에 정권교체를 하려면 우리의 인식 틀을 바꿔야 한다. 현재 지지율은 우리가 새누리당의 절반 이하 아니냐”고 했다. 당 지도부는 "오늘은 정책의총”이라며 강경파의 발언을 제지했다.

 강경으로 치닫던 새정치연합에 ‘회군론’이 힘을 얻게 된 것은 야당의 장외투쟁에 부정적인 민심 때문으로 보인다. 본지의 긴급여론조사에서 장외투쟁에 부정적인 여론은 66.3%(찬성 29.7%)에 달했다.

 이 때문에 장외투쟁에 반대하는 성명을 낸 새정치연합 중도파 의원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이날 의원회관 708호 박주선 의원실엔 ‘15인 성명파’ 중 10명이 모였다. “투쟁 방향에 문제가 있다. 수정을 요구하겠다”(김동철 의원), “야당은 시민단체 수준이다. 수권정당·책임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조경태 의원)는 주장이 나왔다.

 15인 성명파 외에 박 위원장의 ‘멘토’로 불리는 박지원 의원도 가세했다. 박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야당은 장외투쟁을 중단하라”고 썼다. 지금까지 강경론에 힘을 실었던 입장에서 선회한 것이다.

 새누리당과 세월호 유가족들이 세월호특별법 협상을 시작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새정치연합으로선 거리로 나선 명분이 희석될 수밖에 없었다. 박 위원장은 27일 기자들에게 “새누리당과 유가족의 만남은 저와 우윤근 정책위의장이 유가족을 만나 ‘이번 주는 새누리당과 대화하는 것이 좋겠다’고 해서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말을 직접 해야 할 정도로 입지가 애매해진 것이다.

 게다가 ‘유민 아빠’ 김영오씨가 28일 46일간의 단식을 중단하기로 결정한 것은 “생명을 구해야 한다”는 장외투쟁의 명분 중 하나를 잃게 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연일 야당 지도부와는 대조적인 ‘릴레이 민생 행보’로 압박해오고 있다. 김무성 대표는 26일 집중호우 피해를 본 부산을 방문해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언급했고, 27일엔 주거급여 시범실시 지역인 과천시 문원동 주민센터를 찾았다. 이완구 원내대표도 28일 송파구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을 찾아 추석 물가를 살폈다. ‘3중고’ ‘4중고’에 빠진 박 위원장과 새정치연합엔 정기국회 개회 이후까지 무한정 장외투쟁을 끌고 갈 동력이 남아 있지 않은 상태였다.

이지상·정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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