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민정대표 기조연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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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70년대에 있었던 체제에 대한 갈등과 대립과 아집의 의미는 역사의 피안으로 영원히 사라졌다. 이제는 1년여에 걸친 혼돈의 소용돌이를 벗어나 국민대화합으로 국력을 결집하여 다시한번 민족의 저력을 과시할 계기가 다가오고 있다.
건국이래 우리나라 당정사는 1인 장기집권을 둘러싼 공방전의 연속이었다.
몇차례 평화적 정권교체의 길을 막아버린 결과 갈등과 대립이 격화되어 국론을 분열시켰고 국력을 분산시켰다.
한편 정치를 정책대결 아닌 이익의 대결이나 감정의 대결로 이끌어 일반국민들로 하여금 정치를 파쟁이나 기만의 대명사로 착각하게끔 오도하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지킬수 없는 공약을 남발해놓고 이행을 촉구하면 그것은 정치적 발언이었다고 오리발을 내밀기도 했다. 앞으로는 투철한 국가관과 민족사적 소명의식을 갖추고 약속을 지키는 신념의 정치인만이 국민의 신뢰를 받을수 있을것이다.
구시대에는 성장제1주의 정책과 경제구조의 모순으로 인한 여러가지 부작용이 파생되었으며 약간의 호경기에 흥분하여 편견에 불과한 비교우위론을 예사로 주장하는가 하면 선진국대열에 곧 들어가기나 하는 것처럼 소비를 조장하고 사치품을 수입하는등 경솔한 처사가 거듭되곤 했다.
이러한 실책들이 과거에 저질러진 시행착오이기 때문에 이제 직접 책임을 져야할 대상이 없어졌다하더라도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1차적이고 기본적인 책임은 정부가 져야한다. 또 직접·간접적으로 관련이있는 경제관료나 경제인들은 정치적·도의적 책임을지고 밤야로 분발해서 해결해야 할 것이다.
민정당이 내건 독보적인 노선중의 하나가 정의사회 구현이다. 건국이후 30여년간 우리는 많은것을 보고 겪으면서 좌절과 절망·수치를 느껴왔다.
우리는 너무나 정의부재의 역사속에서 살아왔던 것이다. 제5공화국의 궁극적 목표는 성장과 축적에만 최고의 가치를 주어왔던 60년대, 70년대의 국가경영방식을 청산하고 「공정한 배분」에 최고의 가치를 두는 사회를 건설하겠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새 국회는 다양한 국민대표들이 한자리에 의견을 모으는 대화정치의 총본산이 되어야 한다. 물론 책임정치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정당간의 견해차이가 있을수 있는 것이며 이는 정당정치의 큰 장점으로 승화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이 합리적정책경쟁이 되기 위해서는 정치세력간의 우호와 신뢰관계가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토대위에서 각종정치문제를 입법부로 집약시키는 일은 정치발전과 사회안정이라는 두가지 측면에서도 불가결한 일이다.
따라서 대화를 통한 부단한 조정이 곧 민주정치인의 으뜸가는 정치력임을 의원들이 명심해주기 바란다.
우리는 모든면에서 국민의 모범이 되어야겠다. 도덕적으로 타락하거나 현실파악을 위한 연구와 노력이 부족하거나 언론이나 인기를 지나치게 의식해서 무책임하거나 선동적인 발언을 남발하면 정치발전은 물론 개인적 성장에도 오히려 역효과가 일어나리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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