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경이로운 묘착 76 … 가볍고도 환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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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통합예선 D조 결승>
○·옌환 5단 ●·나현 4단

제9보(75~76)=30년 전 지방에서 열린 일본 명인전 도전기에서다. 지방 신문에 설명 없이 기보만 하나 속보로 올라갔다. 수순은 3수. 독자로부터 전화가 빗발쳤다. “기보 입력 틀린 거 아니냐.” 틀린 것이 아니었다. 상식을 벗어난 맥점이었다.

 오늘 보여드릴 것도 비슷하다. 76.

 정말이지 지난 6일 한국기원 4층 검토실은 76을 보고 크게 놀랐다. 감탄했다. 통렬한 장문의 맥이었다. 그리곤 모두들 검토를 곧 접었다. 더 이상 볼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왜 묘수냐?

 ‘참고도’를 보자. 1 단수에는 2 되받아쳐서 흑이 잡힌다. 다음은 축이다. 흑a~백f일 때 흑은 g 두어 한 점 따낼 밖에 없지만 백h 단수하여 끝이다. 흑이 이은 다음엔 백i로 단수다. 축과 장문이 연계된 무서운 진행이다. 75는 패착이고 76은 승착이었다. 75는 흑A, 백B를 먼저 선수한 다음에 두어야 했다.

 그런데 어떨까. 이런 맥점 당해서 지면 기분이 어떨까. 두 부류로 나뉜다. 크게 웃으면서 기분 쾌활하게 던지는 기사. 억울해서 두고두고 마음에 남겨두는 기사. 쾌활한 기사들이 대부분인 듯하다. 큰 묘수 당해서 지면 자신을 질책도 하지만 수법의 경이(驚異)에 감탄하는 마음도 크기 때문이다. 끝은 아니다. 내일 또 하나 묘수가 마무리로 나왔다.

문용직 객원기자 ※ 기보 매주 월·목·금요일에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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