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가 곳곳에 사설 방범대-잦은 강도…"경찰이 막아주기 기다리다 지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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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강·절도에 시달리다 못한 주민들이 자구책마련에 발 벗고 나섰다. 쇠뭉치 강도·빈집 털이·검침원 가장 강도 등 각종 강력 범죄가 밤낮을 가리지 앉고 활개를 치자 일부 주택가에서는 사설 방범원을 고용, 경찰력만으로는 안심이 안 되는 마을방범을 말기고있는 것이다. 주민들은 비록 경제적인 부담이 늘어나기는 하지만 귀중한 재산과 가족들의 안전을 지킨다는 점에서 신뢰도가 높아 사립 방범원 고용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사립 방범원들에게 마을방범을 맡기고 있는 곳은 서울의 경우 주로 강남지역의 주택가로 20∼30가구씩 한 단위로 운영하고 있다. 일부지역에서 이들의 활동이 크게 효과를 거두자 경찰은 아예 방범비도 거두지 않고 있으며 방범 활동을 주민들에게 떠맡기고 있다.
이들의 급료는 월14만∼20만원 이하 방범대원 급료(월10만∼12만원)보다 많아 그만큼 업무에 충실하다는 것이다.
서울 역삼동39 1통5반의 경우 지난해 10월부터 낮에만 근무하는 사립 방범원으로 이 지역 방범대원 출신이며 태권도 3단인 김종갑씨(27·서울 하일동353)를 고용했다.
자체방범에 불안을 느껴오던 주민들이 반상회에서 의견을 모은 것.
28가구에서 각 1만원씩 거둬 김씨에게 월 20만원, 야간파출소 방범대원에게 6만원, 기타경비 2만원씩 주고있다.
아침 7시부터 저녁 7시까지 12시간동안 5백평방m 쯤의 골목길을 하루종일 누비며 방범봉과 호루루기만으로 도둑을 쫓고 수상한 사람을 단속해 파출소에 신고하는 것이 김씨의 임무.
그러나 지난 13일과 3월 중 두 차례에 걸쳐 뒷머리 때리는 쇠뭉치 강도사건이 발생하자 주민들은 『강도가 많아 한 사람으론 부족하다』며 자체 방범원을 늘릴 방침이라고 했다.
서울 논현동산7일대 50여 가구에선 5년전부터 자체 방범원 6명을 고용, 주야경비를 맡겨 강·절도사건이 거의 발생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논현 파출소에선 아예 이곳은 방범비룰 거두지 않으며 일제 단속 등 특별한 일이 없으면 순찰조차 하지 않는다.
이밖에 서울 내곡동 5개 부락 2백70여 가구도 사립 방범원 4명을 고용하고 있으며 서울서초동 산161의94 30가구에서는 1명을 두고있다. 또 같은 직장인들끼리 모여 사는 서울 신림9동 16통1백70가구에서도 낮도둑을 막기 위해 자체방범초소 2개소를 설치하고 사립방범원 2명을 고용하고 있다.
비교적 부유층이 많이 살고 있는 서울 방배3동12 일대 20가구의 경우는 거의 집집마다 경비원을 두고도 별도로 사립방범원 6명을 채용, 마을 외곽에 주야근무를 시키고 있다.
마산에서도 오토바이를 가진 20세 이상 45세 이하의 청·장년 1백68명이 「민간방범순찰대」를 조직. 일손이 부족한 경찰의 방범업무를 돕고있다.
한 경찰 간부는 이러한 사립 방범윈 고용에 대해 『경찰력이 충분하지 못한 부산물로 주민들에게 2중 부담을 주어 미안하다』면서 『이들로부터 1백% 방범을 기대하는 것은 위험하며 인근 경찰과 긴밀한 유대관계를 맺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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