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선후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우리는 삶을 영위하는 가운데 스스로의 생각이나 느낌을 전달하기 위한 연모로서의 언어를 별스런 신경을 쓰지 않고 습관적으로 사용하고있다.
이러한 때의 언어란 매우 실용적이고 단순해서 의사전달의 도구로서는 별무리가 없다. 이와 같은 일상언어가 지니는 고정관념만으로는 언어가 지니고 있는 기능의 어느 한 면만이 그 습관성에 의해서 이상하게 발달되고 그 본질적인 기능이 차츰 퇴화되기 일쑤인 것이다.
우리들이 시작을 할 때 흔히 빠지기 쉬운 함정이 바로 이 일상어의 습관적인 사용이다. 또 그 불완전한 기능만으로 시라고 하는 특수한 세계를 처리하려고 하는데 어려운 문제점이 있다.
이러한 문제점은 3편을 보내면서 따끔한 충고를 간곡히 부탁한 김건 형님의 작품들에도 적용된다.
가령 『석상』에서 「그대는 말이 없으니 나 더욱 서럽구료」식의 표현은 일상적인 것이지 시적 표현일 수는 없다. 또 스스로 서럽다고 영탄할 것이 아니라 메타포 등을 통해서 독자가 그렇게 느끼도록 암유해야 한다. 시조도 시인 이상 자수 맞추기에만 급급해서는 안 된다.
물론 언어로써 자기느낌이나 생각을 옹글게 표현하는 일이 결코 용이한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말은 사물에, 주어진 부호(이름)에 불과한 것이며 우리의 이름이 곧 우리 자신이 아닌 것처럼 사물에 주어진 이름(부호)이 사물 그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흔히 시조를 쓰는 이들은 일부러 어려운 낱말이나 한자어를 애써 골라 쓰는 경우가 많다.
이번 응모작 가운데에서만 보기를 들더라도 강한익님의 『김통점』에 나오는「죽창꺾인 울분」 「불사혼…부낭아」라든가 김재환님의 『소춘』에 나오는 「고소…고해부심」 , 유창호님의 『일출』에 나오는 「부조한 마음, 고다한 사랑, 포하는 그 빛」등 생경한 언어들이 숱하게 눈에 띈다.
이번 회에는 좀 고?스럽기는 하지만 김벽파님의 『청자부』, 고연숙님의 『향가』와 단수작품으로 유가하님의 『진달래』, 이상섭님의 『적막강산』, 임완기님의 『봄비』를 싣는다. 그리고 지난주 지면관계로 싣지 못했던 김강호님의『봄밤』, 김해랑님의 『뜰』도 함께 싣는다. <전규태 선>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