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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당요직 인사에 얽힌 뒷얘기들|자·타천많아 산고도 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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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어느때 어느 조직에서나 마찬가지로 「떡」을 갈라붙이는 민정당의 요직개편에는 진통이 따랐다. 고위당직자들은 그 진통을 『큰 애를 낳기위한 산고』, 또는 『여진의 폭을 줄이기위한 신중』이라고 설명한다.
○…요직개편 막바지인 31일 권정달사무총장이 청와대와 사직동의 이재형대표위원댁을 세차례나 오간것은 「명단」의 내용을 조정하기위해서라기 보다는 당의 어른으로서 이대표위원을 예우하고 양해를 구하기위한 의전적성격이 강했던것같다.
이대표위원이 국힉의장직을 바란것은 대개 알려진 일. 이번 인선과정을 놓고 이대표위원은 섭섭한점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권총장·이종찬차장·윤석순사무차장·이상재조직국장등은 예의를 다해 이대표위원의 오해를 씻기위한 「작전」을 개시.
30일밤 먼저 이차장이 이대표의원댁을 방문, 인선경위를 설명하고 이대표의 조언을 요청했다. 이어 31일 아침에는 권총장이 이조직국장과 함께 사직동을 방문, 1시간반동안 얘기하고 이대표의「주문」을 반영시키기 위해 청와대를 다녀왔다.
똑같은 절차를 권총장이 이날 두번이나 더 되풀이 했지만「주문」내용이 너무 어려웠던 탓인지, 「설득」이 부족한 탓인지「금일중발표」는 1일상오로, 다시 1일저녁으로 연기되고 말았다.
인선작업이 이같이 늦어진 것은 국회의장과 원내총무직에 대해 당내 일부인사와 개혁주도체간에 이견이 있은데다가 이대표에 대한 예의상의 절차가 시간을 끌었기 때문이었다는 후문.
○…이번 요직개편에서 가장 자천타천이 많았던 자리는 국회의장직.
처음 물망에 올랐던 사람은 이재형대표위원, 정내혁·윤길중·채문식·권정달씨등 5명.
그러다가 윤길중·채문식씨는 곧 흐려졌고 이대표·정내혁·권정달씨등 3명이 전두환총재에게 3배수로 추천됐다.
정씨로 최종 확정된것은 전대통령이 국회의장은 지역구출신이 맡는게 좋겠다는 의사표시를 했고 또 국회경험·연령·지역안배면에서 정씨가 권총장보다 적임이라는 결론이 나 사상두번째「정의장」이 탄생하게됐다.
특히 정씨는 이번 총선중 자신의 선거구뿐아니라 취약지구로 꼽히던 광주의 2개구와 나주·광산지구를 자기일처럼 뛰어다니며 돌본 헌신적 노력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후문.
권총장은 군대기수·경험·나이를 생각해 본인 스스로도 사양의 뜻을 나타냈다는 얘기다.
윤길중씨는 「혁신계」라는 과거의 정치경력이 「둥근」얼굴로 비춰야하는 의장직에 맞지않는다는 평가를 받았고 채문식씨는 당적을 바꾼 핸디캡때문에 부의장에 머물렀다는 것.
민정당쪽 국회부의장은 거의 경합없이 채씨로 낙찰되었는데 야권부의장에는 유옥우씨가 여·야양쪽 채널을 통해 김은하씨와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내총무만 구성은 처음부터 이종찬씨가 총무로 내정됐기때문에 별다른 곡절이 없었다. 초기단계에 「3당시대」의 원숙한 여·야협상을 위해서는 경험있는 사람이 좋지않겠느냐는 견해가 일부 당내인사들간에 있었으나 주도세력들이 『우리의 의지를 보이기 위해서는 필요없다』는 분명한 노선을 취함으로써 일축되고 말았다.
수석부총무로 한병채씨가 추천된것은 원내경험과 대야관계가 고려됐기때문. 의사담당의 이한동부총무는 현직 법조인 (전부장검사)을 스카웃할때 당이진 빚을 갚은것이라는 풀이. 홍보담당 부총무는 오한구씨로 내정됐었는데 오씨는 보사위원장 얘기도 나오고있고 심명보부총무는 언론계출신의 고참 예우케이스 유경현부총무는 총무단내의 지역안배와 무난한 성격이 이종빈씨의 관심을 끌었다는 얘기.
○‥상임위원장도 특별한 논란없이 내정됐다.
김숙현법사는 지역구출신으로는 좌장격 율사이고 또 무난한 인품이 호감을 샀다는 얘기며 박동진외무는 해외에 면식이 넓고 의원외교에서 맡을 역할이 기대되어 이의없이 내정됐다.
박태준재무는 정직하고 성실한 인간성이 전두환대통령으로부터 평가를 받은것으로 알려졌으며, 천영성경과는 유일한 공군출신 지역구의원이라는 점과「하늘의 매」라고 불리는 그의 강직함이 참작됐다.
또 김영선국방은 김재규재판과정에서 남긴 공로가, 이범준농수산은 유권자 2만5천과 악수를 나누는등 선거전에서 보인 성실성이 각각 참작됐다고하나 고급장성으로서의「무게」역시 배려된 것 같다. 이흥수문공은 양심적 사학운영자라는 인격이 각각 장점으로 부각됐다.
마지막 단계에서 상공에 이태섭·황병애씨, 보사에 최영철·오한구씨의 복수로 얘기가나오는 것은 배려해야할 인물이 당초보다 늘어난 탓도 있고 이·최씨가 JP(김종필)의 측근참모였다는 점이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헸을지도 모른다는 추측도 있다.
김종호내무와 황인성교체는 전직 장·차관으로서의 행정경험이 평가됐고, 배명국건설은 같은 연령층의 주도세력들간에 개인적인 인기가 있는데다 양심적이라는 점이 널리 알려져있다.
권익현 김식 안교덕씨등 육사11기 3명이 원내요직이나 주요당직에 기용되지 않게된 것은 전대통령이 인사에 전혀 사적인 고려를 하지않은 좋은 예로 풀이되며 당사자들도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지않겠다는 태도.
○…이재형대표위원·권정달사무총장·윤석순사무차장이 유임되고 이상재 조직국장이 원외사무차장으로 승진하게돼 당의 근간은 불변인셈.
당과 정부를 연결하는 정무장관에는 정종택씨와 김종호씨가 복수추천 됐는데 타의로 지역구로 나섰던 정씨에게 우선 고려가 베풀어 졌다는것.
중앙위의장에는 지역구출신중 「조용한」연장자를 추대한다는 원칙에따라 부산출신의 왕상은씨(61)가 쉽게 확정됐다. 정책위의장에는 이진우·최상업·황병준씨가 물망에 오르다가 학자출신의 대정부접촉이 부드럽지 못하다는 의견이 우세해 부장검사 출신의 이씨로 내정.
재정위원장은 서울출신에서 고른다는 원칙이 우선해 고판남씨가 권영우씨에게 밀렸다. 고씨는 또한 대기업 (한국합판)의 총수라는 점이 불리했다는 얘기.
정희택씨의 유임설이 강력하다가 막바지에 유상호씨로 바뀐 윤리위원장은 유씨가 합천출신인데다 최근에 법복을 벗어 (서울고법부장판사) 기강확립에 때묻지 않은 감각을 살리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작용했다.
대변인자리를 놓고는 봉두완·심명보·박현태씨의 이름이 엇갈렸는데 전국최다득표로 당의 성가를 올린 봉씨로 낙착. 부대변인에는 원외의 이종률씨를 그대로 유임시키되 봉대변인이 방송출신이기 때문에 앞으로 필요하면 신문출신의 원내인사로 보완할 예정.<전육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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