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옛날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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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선생님 애인 왔나봐.』 어린이들의 소리가 떠들썩하다. 친구의 청에 못 이겨 ○○시에 있는 ○○초등학교 환경 정리하는 곳에 같이 가게 되었다. 모처럼 만에 초등학교의 문을 들어서니 옛날 초등학교 시절이 떠올라 벅찬 감회가 솟구쳐왔다.
아무런 어둠의 빚이 없이 즐겁게 뛰노는 모습을 볼 때 나도 같이 가서 고무줄도 하며 놀아보고도 싶었다. 조그만 책상과 의자들의 배열이 앙증스럽기만 하다. 나도 이런 책·걸상에 앉아 공부한 시절이 있으련만 이렇게 조그만 의자에 어떻게 앉아 있을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떠오른다.
모든 것이 새롭게 보이고 의아해 보여서인지 얼떨떨한 감정은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조그만 의자에 살짝 앉아 나의 어린 시절을 회고해 보며 웃음 가득 회색의 미소를 지어본다.
커다란 이순신 장군의 동상이 늠름한 기상을 엿보이게 하던 그 모교의 교정. 내가 앉아서 공부하며 장난치던 그곳도 이런 앙증스런 의자만이 덩그러니 놓여있겠지. 내가 커버린 것일까, 의자가 작아져 버린 것일까.
이제는 앉아있기 조차 불편한 의자가 되어버렸겠지.
석류 알처럼 빠알간 짙은 사념들이 나의 텅 빈 가슴속으로 밀려온다. 시간이 흐른다는 무의미함 속에 추억이라는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생각의 파편들이 가슴속으로 파고든다. 시계의 초침은 미래를 향해 줄달음쳐가고 있다. 【원현숙(안양시 석수동 284의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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