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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과 견제」여망을 반영|3·25총선결과분석과 정국의 향방(정치부기자 방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이번 11대국회의원선거는 당선자나 득표율면에서 명실공히 민정당의 대승으로 끝났다고 봐야겠어요. 그동안 개혁주도세력의 개혁의지와 민정당의 안정세력에 대한 호소가 국민의 호응을 얻었다고 할 수 있겠읍니다. 그리면 우선 선거운동과정부터 정리해 봅시다.

<돈쓰는방법 옛날과 달라져>
-모든 정당이 새로이 출발했다는점에서 여야의 명확한 개념구분이 없었던 탓인지 뚜렷한 정치적 이슈나 쟁점이 적었던것 같습니다.
-정부나 정당들이 모두 공명선거를 강도높이 부르짖어 과거와 다른일면을 보이려고 노력한것은 틀림없어요.
-그런데도 이번 선거 역시 일부타락상을 완전히 불식하지는 못했는데 그이유는 뭘까요?
-첫째 후보자나 유권자가 모두 선거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죠. 후보자는 공명선거를 해야겠다면서도 무슨수를 써서라도 표를 얻겠다는 자세를 버리지 못했고 유권자 역시 선거때는 좀 얻어먹는게 당연하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후보자중에 「신인」이 많아 짧은시간에 자신을 알리느라 무리를 하기 쉬웠던것도 어려운 여건이었어요.
-새 국회의원선거법에 겸직을 허용함으로써 상대적으로 돈있는 실업인이 많이 출마했다는 점도 한요인이었죠.
심지어 민한·국민당에도 그런 사람이 많아 야당후보는 돈이 없다는 종래의 도식도 깨어졌어요.
-과거 타락선거를 치러본 경험이있는 「통대」출신이 많이 참전한것도 한요인이었죠. 말하자면 묵은 재료로 새집을 짓다보니 약간의 문제점이 있을수 밖에 없었다고나 할까요.
-돈이 상당히 들긴했지만 돈쓰는방법이 옛날과는 달랐던것 같습니다.
-그래요. 유권자들에게 직접 돈봉투를 돌린다든지 하는 원시적(?)방법은 상당히 사라지고 조직관리비에 많이 쓰인것 같습니다.
금권선거에 대해 이재형민정당대표위원은 『10대때도 5억, 3억 했는데 이번에 각 후보들이 쓴 돈도 그수준을 넘지 못했으니 부정의 인플레현상이 없어진것 정도로도 공명이라 할수 있지않겠느냐』고 하더군요.

<유세장은 후보자세 과시장>
-유세장이 정견을 알리는 장소라기보다는 후보자의 세를 과시하는 「링」으로 둔갑한것도 이번 선거운동과정의 한특징이라고 할수있을것 같습니다.
-7대때 목포처럼 전국적 관심을 끄는 정책지구가 없었던것도 지적해야겠읍니다.
-다당제의 부산물때문인지 유권자들이 정당구별을 명확히 못해 남긴 에피소드도 더러 있었읍니다.
-민한·민권당간에 벌인 선명논쟁이 별로 주목을 끌지못한 것도 현정치상황의 단면을 드러낸것 아니겠어요.
-민사·사회당등 혁신계 정당은 적극적인 성격을 내세우기 보다는 외국의 예를들어 『결코 「혁신」이 용공이거나 위험한것이 아니다』는 소극적인 선명에 주력했던것 같습니다.
-정치적 이슈가 적었던 가운데서도 선거제도와 몇가지 중요법이 정당차원이 아닌 후보자 차원에서 거론됐읍니다.
-다음은 투표결과를 분석해볼까요.
-다당화를 유도했지만 국민들의 양당 선호성향은 아직도 강한것 같아요. 물론 1개구에서 2명을 뽑는제도도 감안해야겠지만 국민들의 흑백논리적성향이 남아있는한 다당제로 가는데는 시간이 걸릴것 같군요.
-특히 서울·부산등 대도시에서 민한당후보가 많이 당선된 것을 보면 「인물」보다는 「정당」이 더 큰 작용을했다고 봐야죠.

<복고심리표현 해석은 비약>
-역시 안정을 바라면서도 강자에대한 국민의 견제심리역시 상당한 것으로 봐야 할 것같아요.
-민정당이 계획대로 안정 세력을 확보함으로써 정국불안의 최소요인은 제거됐고 국민이 안정을 바란다는 점도 분명히 확인됐읍니다.
-민한당은 인물선택폭이 좁았던데 비해 실적은 평년작은 된 셈인가요.
-「당명」이 크게 작용한 것도 사실이나 당선된 사람을 보면 낙선 그룹보다는 인물면에서도 다소 나은 편입니다. 대개 그 지역구에서 배출한 전야당의원보다 네임밸류가 현격히 떨어지는 사람이 하락세였읍니다.
-엉성한 조직과 팀웍으로 우선 「정통야당」평가를받았으니 다행이지요.
-국민당후보들이 막바지 예상만은 못해도 그만하면 선전한 셈입니다.
-국민당이 공화당의 뿌리를 표방하고 나왔는데도 그정도 지지를 받았다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 같군요.
-그것을 너무 부각해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4·19이후 7·29선거에서도 이재학씨등 상당수의 자유당당선자가 나왔으니까요. 하물며 박정희대통령이 밀려났던 것도 아니잖습니까.
-그렇다면 국민당이 그정도 선전한 것을 곧 구관에 대한 복고심리의 표현으로 해석하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란 뜻이 되는군요.
-그 보다는 국민당에 통대의원등 이른바 선거를 경험한 프로들이 많았다는게 더 큰 원인이겠죠.
-그렇지도 않죠. 왜냐하면 양찬우·김용호·윤인식·이종근·김영병씨등 구공화당 중진이 탈락한 것을 보면 「오래 했다는 것」자체가 득보다 실의 측면이 컸던지도 모릅니다.
-혁명정당이 제대로 표를 못얻은 이유는 뭘까요.

<정국전반 재정비 뒤따를 듯>
-철저히 반공교육을 받은 국민들이 아무래도 불안해한 것 아니겠어요.
-무소속이 예상외로 많이 당선한 것은 일부국민들의 정당에 대한 무관심이 반증된 것으로 볼수도 있겠읍니다.
-무소속을 놓고 민한당과 국민당이 상당히 쟁탈전을 벌일 가능성도 있겠읍니다.
-선거가 끝나면 정국전반의 재정비라는 측면에서 개각이 있는게 보통인데 이번은 어떻습니까.
-본래 의미의 개각이랄 것은 없을 것같고 정부조직법 개정에 따른 보각정도가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말하자면 3명의 정무장관(전 무임소장관)과 신설되는 노동부장관을 새로 임명하는 정도겠죠.
-정무장관 말고 민정당에서 들어갈 자리는 없을는지.
-당장은 없다고 봐야할것같은데…. 혹시 권력구조개편, 권력배분면에서 당과 정부간에 교류가 있을 가능성을 전적으로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총리가 바뀐다는 풍문도 있는 모양이지만 지난번에 내각일괄사표가 반려된만큼 사실무근쪽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원구성을 위한 개원국회가 4월10일께에 열리겠죠.
-국회의장에 관해 처음엔 지성구출신을 원칙으로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는데 지금은 얘기가 달라져 가고 있어요.
-10대국회 개원때 유정회출신이라는 이유 때문에 「백두진파동」이 있었으나 지금의 전국구의원은 유정회의원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점이 강조되더군요.
-그럴 경우 이증분민정당대표위원이 국회의장을 맡게되지 않겠느냐는 추측도 심심치않게 나옵니다.
-이대표위원이 의장을 맡으면 민정당직개편의 폭이 그만큼 커지겠군요. 반드시 그렇게 되느냐는 의문도 많지만…
-두 부의장중 한명을 야당에 배분하던 관례는 그대로 지켜지겠죠.
-그렇다고 봐야죠. 한때는 국회의상임위원장도 서넛은 야당에 할애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가능성이 적은 것 같습니다.
-적어도 위원장은 새시대의 방향을 제시해온 시국주도세력과 그뜻을 잘알수 있는 사람들이 맡아야한다는 소리가 강합니다.

<상위장은 다선경력이 흠>
-과거 3선, 4선등의 경력은 위원장인선에 흠이 될지언정 득이 되기 어려울지도 모르겠군요.
-입법회의에서 신민당출신의 채문식씨가 부의장을, 고재청씨가 상임위원장을 맡았던 것이 11대 국회의 가늠자일수도 있고 전두환대통령이 여야가 없다고 강조한 것등으로 미루어보아 야당사람을 끼워줄 가능성이 있을지 모른다는 추측도 있긴 합니다.
-유정회경험을 겪다보니 전국구의원이 6, 7, 8대국회때와 같은 전국구의원 대접을 다 받으려면 좀 시간이 걸리겠죠.
-정당의 요직개편도 불가피할 것같군요.
-민정당은 우선 이증분대표위원의 거처가 최대관심거리이며 다음 서열인 중앙위의장도 송길영씨가 별로 생각이 없어서….
-권정달사무총장이 현위치를 지키느냐, 원내총무로 바꿔앉느냐가 또다른 관심사이고 정책위의장도 교체가능성이 있어요.
-이상달조직국장은 당직개편이 있다해도 대단치않은 자리나 바뀌는걸로 보던데요.
-종로-중구에서 1등당선한 이종선사무차장이 원내총무를 맡으리란 얘기는 오래전부터있었어요. 그러면 이상달조직국장이 다시 청와대로 돌아가든가, 사무차장을 맡든가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신민당계와 신인들이 경쟁>
-민한당도 국회부의장, 원내총무 및 부촞무인선과 당무위원교체등 개편바람이 불가피하죠.
-민한당에는 구신민당계와 신인 세력간의 갈등이 개편작업에서 노출될 것 같아요.
-예를들어 국회부의장과 원내총무를 놓고 구의원쪽에선 고재청·한영주씨가 거론되지만 신인쪽에선 양재권씨등이 도전한다는 얘기가 벌써 나돌고 있어요.
-민한당지도부를 구성할 인물이 많지않고 정치자금 파이프라인이 크게 바뀌지않는한 현재의 유치송총재·신상우사무총장 티키트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봐야죠.
-국민당은 백지상태로 되돌아가 다시 시작해야하는 형편이예요. 김종철총재의 전국구후보사퇴는 정계은퇴 가능성까지를 깔고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부총재중 김용호·윤인식·양찬우씨가 낙선했고 살아남은 윤석민씨는 정당운영 경험이나 정치력이 미지수이고 나이도 젊지요.
-김종철총재를 대체할만한 인사가 마땅치않을 정도로 인물부족인데다가 구공화당과 구유정회계가 혼연일체가 되지못하고 오히려 헤게모니 쟁탈 양상을 보일 가능성도 있어요. -그렇다고 해서 국민당이 분해되거나 민정당에 합당되는 일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민정당이 충분한 안정세력을 확보했을뿐아니라 다당제의지를 관철한다는 기본원칙을 고려하더라도 굳이 합당할 필요가 없죠.
-어차피 구성요소가 친여성향이니까 원내에서 여야간의 완충역할도 하고 필요할 때는 범여적인 동조세력으로도 활용될수 있지 않겠어요.

<벌써 범야통합구상 거론도>
-민권당에 관해 얘기하지만 우선 과거 통일당과는 성격이 다르다는것부터 지적해야 될것같습니다. 김의택총재는 통일당의 양일동씨와는 다릅니다.
-다른 정당과 통합할 소지가 그만큼 큰셈인가요. 벌써 김총재는 야당발전을 위해서라면 야당공동전선을 불사하겠다고 말했었고 신상우민한당사무총장도 범야통합구상을 거론한적이 있죠.
-신정·민농·안민당에서 1∼2명씩 배출했는데 당적을 그대로 지킬지 큰 정당에 흡수될지가 문제인데 흡수될 정당도 있을것으로 봐야겠지요.
-성급한 전망인지 모르나 결국에는 민정·민한·국민·민사당 정도로 압출될 가능성을 점칠수 있겠읍니다.
-국회활동의 질로 보아서는 핵심개혁주도세력이 국회밖에 머물면서 훈도의 눈길을 늦추지 않는데다가 겸직허용에 따라 원내에 진출한 사업가등 겸직자들이 정치에만 매달리지않을테니까 정치가 난비하는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국회밖의 정치요소가 권외에서 정치욕구를 표면화하고 임기후반에 이르러 국회의원들이 다음선거를 의식하게되면 양상이 달라질수도 있지않겠어요.
-국회는 역시 안건심의를 철저히 하는 것이 국민을 위하는 길입니다. 옛날처럼 여야교착상태가 계속되고 농성이 장기화하다가 협상이 이루어지면 회기 2, 3일을 남겨놓고 안건을 무더기로 통과시키는 폐습은 사라져야 합니다. <정리=한남규·전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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