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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베토벤」생가 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독일의 연방수도 「본」은 「베토벤」의 생가가 있는 것 하나로 세계적 명예도시 족보에 든다.
「라인」대교 근처의 취락지구에 있는 「본가세」20번지. 2층 창문 밑에 보일락말락하는「루트비히·판·베토벤」 이라는 문패가 붙어있는 이 집엔 사철 방문객이 끊이질 않는다. 「이슬람」교도가 「메카」를 찾는 심정으로 악성 「베토벤」가의 현관문을 「노크」하니 유명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위풍이 당당한 직원이 잔잔한 미소로 방문객을 맞는다. TV「세트」처럼 삐그덕 거리는 나무바닥의 좁은 방들엔 「바스」(H·Vass)가 만들어 세계적으로 알려진 「베토벤」흉상과 그가 애용하던 「피아노」등 악기류·보청기·친필악보, 그리고 편지들이 정갈하게 전시돼 있었다.
앞 뒤채로 된 이 집은 그의 음악활동과도 관계가 없고 이 집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나중에 두 채를 합쳐서 「베토벤」박물관이 됐다.
악성이 태어난 방은 성인 예수가 태어난 마구간보다 별로 나을 것 없는 두 평 정도의 침침한 다락방.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이 집은 그의 외숙의 집이었고 「베토벤」의 부모는 뒤채에 세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누추하고 옹색한 이 「미니」박물관을 한바퀴 들게되면 거의 동시대의 「하이든」과 「모차르트」와는 달리 선천적으로 강인한 성격과 도덕적 신념으로 홀로 세계와 맞섰던 「베토벤」의 음악적 바탕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얻게된다.
다소「비창」(피아노·소나타), 「운명」(교향곡)적 기분에 젖어 그 집을 나오면 맞은편에 어지간히도 「베토벤」에 심취한 중국인이 「신반점」이라는 요리집을 내고 있다. 독일맥주와 저 요리는 맞지 않는 화음이지만 그래도 여행객들은 식탁에 앉아 예술영웅의 생가를 다시 한번 찬찬히 건너다 보게된다. 【글·그림 정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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