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관련 오해 살만한 서류 소각" 청해진해운 직원 증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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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해진해운 직원들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화물 선적과 관련된 서류들을 조직적으로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청해진해운 물류팀 직원 구모(32)씨는 22일 광주지법 형사13부(부장 임정엽) 심리로 열린 김한식(71) 대표 등 청해진해운 직원들에 대한 재판에서 운항 관련 증거들을 은폐한 사실을 시인했다. 구씨는 "회사 남모(56) 부장이 '오해를 살만한 서류를 치우라'고 지시해 직원들과 함께 사무실에 있던 서류를 치웠다"고 증언했다. "남 부장이 '우련통운이 모든 것을 알아서 했다고 떠넘기면 물류팀은 다 빠져나갈 수 있다'고 했냐"는 질문에는 "그런 말을 했다"고 답했다.

두 번째 증인으로 나선 하모(47)씨도 "남 부장의 지시에 따라 회의자료 등을 소각장에 버렸다"고 진술했다. 화물과적이 세월호 침몰 요인으로 지목되자 선적을 담당한 직원들이 관련 증거를 빼돌린 것이다. 하씨 등은 "평소 남 부장의 말처럼 '세월호에 실을 수 있을 때까지 화물을 선적했다"고 증언했다.

세월호 사고 후에는 사고 당시 실었던 화물 선적량 중 180t을 축소하려한 사실도 시인했다. 해무팀 직원 홍모(44)씨는 "물류팀이 말을 안 듣고 과적이나 부실 고박을 하면 해무팀에서 출항을 통제할 수 있지 않냐"고 묻자 "회사 구조상 그렇게 했다가는 월급을 못 받는다. 사표를 쓰고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출석한 증인들은 만재흘수선이나 평형수 등 기본적인 선박용어를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세월호 선적과 고박을 책임지는 물류팀 직원들이 선적과 관련된 기본 용어도 모른 채 무턱대고 화물을 실은 것이다. 구씨는 "만재흘수선의 개념이 뭐냐"는 질문에 "잘 모른다. 최근(세월호 사고 후)에 알았다"고 답했다. 만재흘수란 화물을 가득 실은 상태에서 배가 물속에 잠기는 깊이를 말한다. 구씨는 2007년 청해진해운에서 물류 관련 업무를 해왔다. 하씨 또한 "평소 무슨 라인을 보긴 했는데 어느 정도여야 하는 지 몰랐다"고 말했다. "운항관리규정이나 복원성 자료 등을 우련통운에 주지 않았냐" 질문에는 "물류팀도 받아본 적 없다"고 답했다.

하씨는 또 세월호 사고 이후인 4월 30일과 5월 8일 물류팀 김모(44) 차장의 부인과 통화한 내용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되자 크게 당황했다. 녹취록에는 세월호가 출항 전 과적을 한 사실을 안 남 부장이 화물 180t을 축소하라고 지시한 내용 등이 담겨 있었다.
한편 이날 하씨 등은 수시로 말을 바꾸거나 증언을 회피해 재판장으로부터 위증죄에 대한 경고를 받았다. 재판장은 "사소한 위증이라도 확인되면 엄하게 처벌하겠다. 본대로, 경험한대로 증언하라"고 수차례 주문했다.

광주광역시=최경호 기자 ckh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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