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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로비' 3명 중 2명 영장 기각 … 검찰 수사 차질 불가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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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1일 한 시민단체 회원이 서울지법에 출두하던 신계륜 의원에게 “비리 국회의원”이라며 플라스틱으로 만든 장난감 칼을 휘두르고 있다. [김상선 기자]

법원이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SAC) 입법로비와 관련해 구속영장이 청구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3명 중 2명에 대해 영장을 기각함에 따라 수사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윤강열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부장판사는 21일 새정치연합 신학용 의원 등 2명에 대한 영장을 기각하면서 “뇌물을 줬다는 공여자 진술의 신빙성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검찰은 추가 수사로 증거를 보강한 뒤 구속영장을 재청구할지 또는 불구속기소할지를 결정할 방침이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의 ‘야당탄압’ 주장에 힘이 실리는 상황에서 임시국회가 시작되는 22일 이후 이들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통과를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새정치연합 의원 3명은 모두 SAC 김민성(55) 이사장에게서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신계륜 의원은 “서울 강남 호텔과 SAC 건물 등에서 김 이사장을 여러 차례 만난 사실은 있으나 돈을 받은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신학용 의원도 “현금 1000만원은 받은 적이 없고 상임위 위원장실에 두고 갔다는 상품권은 보좌관이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이 지난해 출판기념회 때 한국유치원총연합회에서 받은 3900만원을 뇌물로 본 데 대해선 “단순 축하금으로 알았다”고 반박했다고 한다. 법원이 김재윤 의원에 대해 “범죄혐의가 중대하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은 증거가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김 이사장을 만난 당일 보좌관이 국회내부 은행 자동출납기(ATM)에서 계좌로 받은 돈을 그대로 입금하는 폐쇄회로TV(CCTV) 영상을 검찰이 제시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뇌물수수 사건에서 공여자의 진술 외에 서로 만난 사실과 돈을 받았다는 증거까지 제시했는데 법원이 인정하지 않은 건 유감스럽다”면서도 “추가 증거를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새누리당 조현룡 의원과 박상은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은 발부됐다. 이에 따라 철피아(철도 마피아) 수사와 해운비리 수사는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한때 ‘차명폰’ 들고 잠적도=검찰은 21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앞둔 국회의원 5명이 심사 연기신청서를 접수한 사실이 확인되자 전날 발부받은 ‘강제구인장’ 집행에 나섰다. 오전 10시10분. 검찰은 722호(신계륜 의원실)로 올라갔다. 의원실 문은 잠겨 있었다. 수사관들은 보일러실까지 샅샅이 뒤졌다. 오전 10시30분. 검찰 수사관이 929호(김재윤 의원실)에 들어섰다. 김 의원이 보이지 않자 수사관들은 회관 1층으로 내려가 CCTV를 확인했다. 같은 시각. 904호(신학용 의원실)에선 기자회견이 열렸다. 유일하게 의원실에 있었던 신 의원은 “당당히 출석해 실질심사를 받겠다 ”고 말했다.

339호(조현룡 의원실)와 932호(박상은 의원실)로 갔던 검찰 관계자들도 허탕을 쳤다. 조 의원이 20일 밤 ‘차명폰’까지 꺼버려 도주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오후에 상황이 반전됐다. 야당 의원 3명이 잇따라 “자진 출석하겠다”고 약속하면서다. 검찰은 “숨겨준 측근들도 범인도피죄로 엄단하겠다”며 엄포를 놓았다. 결국 박상은·조현룡 의원이 각각 오후 5시 30분과 8시 영장실질심사에 나오겠다고 밝히면서 11시간 동안의 숨바꼭질이 끝났다.

글=정효식·이유정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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