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는 아침]-'옴마 편지 보고 만이 우서라' 부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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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서툰 연필 글씨로
맨 앞에 쓰신 말씀이
"옴마 편지 보고 만이 우서라."

국민학교 문턱에도 못 가보셨지만
어찌어찌 익히신 국문으로
"밥은 잘 먹느냐"
"하숙집 찬은 입에 잘 맞느냐"
"잠자리는 춥지 않느냐"

저는 그만 가슴이 뭉클하여
"만이" 웃지를 못했습니다.

-서홍관 (1958~)'옴마 편지 보고 만이 우서라' 부분

어머니의 자식 걱정 앞에서 세상의 맞춤법은 의미가 없다. 심에 침 발라가며 쓴 편지의 글씨는 흑연이 아니라 우주의 저 안창에서 퍼올린 사랑으로 씌어진다. 말이나 언어가 없던 시절에도 어머니가 자식을 걱정하는 눈빛에는 같은 말이 무늬져 있었다. 잘 먹냐? 춥지는 않고?

강형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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