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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은 청와대 눈치, 야당은 유족 눈치 … 리더십 부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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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야당은 세월호 피해 유족의 눈치만 보고, 여당은 청와대만 바라본다. 이런 상황에서 여야 합의는 무색하다.”

 20일 새정치민주연합의 한 중진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돌파구를 못 찾는 국회 상황에 대해서다. 정치권이 어렵사리 2차에 걸친 합의를 이루고도 세월호특별법을 처리하지 못하자 여야의 정치력 부재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주로 “야당이 시민단체 등 외부세력에 끌려다녀 의회주의가 훼손됐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원내 1당으로서 정국을 주도하지 못하는 여당에 대한 시선도 곱지 않다.

 명지대 김형준(정치학) 교수는 “정치권이 유족에 질질 끌려다니고 있다. 국민과 소통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용기와 소신을 갖고 국민을 설득하는 것도 그만큼 중요하다”며 “유족들의 아픔은 이해하지만 정치권은 세월호 유족이 아닌 국민 전체를 대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금 새정치연합을 보면 정당인지 시민단체인지 모르겠다. 과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나 광우병 파동 때도 그랬지만 동력을 장외에서만 찾으려 하는 것 같다”며 “이렇게 되면 의회의 협상 프로세스는 무의미하다. 의회주의가 훼손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경파에 휘둘리는 리더십에 대한 지적도 많았다. 서울대 강원택(정치외교학) 교수는 “정치권은 사회적 갈등을 국회로 가져와 여야가 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건데 지금 국회는 그 역할을 여야 모두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세월호특별법 자체가 기존에 있는 (특검 추천 관련) 법을 뒤집어야 하는 상황이라 야당에 처음부터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엄연히 정당도 조직의 기율이 있는 곳인데 사안마다 강경파의 반발과 주장에 흔들려 당내 리더십이 악화된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정치권의 내부 질서가 엉망이다. 교섭단체 대표를 뽑아놓고 존중하기는커녕 흔들어대기에 열중한다” 고 지적했다.

 야당 내에선 자성의 목소리도 있었다. 새정치연합 이윤석 의원은 “세월호특별법은 해당 지역구 의원들이 앞장서고 동시에 나머지 의원들은 국회 내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지 자꾸 외부로만 나가면 국민 전체를 설득할 힘이 없어진다”고 토로했다.

 여당에 대한 쓴소리도 이어졌다. 임채정 전 국회의장은 “문제의 본질과 원칙은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결과를 국회가 낼 수 있느냐”라며 “세월호는 온 국민을 떠나 세계적인 관심사인 만큼 야당에만 맡길 게 아니라 정부·여당도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과학기술대 고원(정치학) 교수는 “1차적으로 유족의 의견을 사전에 파악해 합의에 반영하지 못한 새정치연합이 문제지만 유족과의 스킨십은 멀리한 채 진상 조사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새누리당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가영·이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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