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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대보름에 즐기는「옛 맛」|오곡밥 나물과 각종 과자를 만들 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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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정월대보름이 가까워지고 있다. 보름음식 하면 요즘은 오곡밥이나 각색 나물정도로 생각하고 있지만 옛날에는 강점이나 수수엿·노치·약과·메밀부침 등 아기자기한 맛을 즐길 수 있는 우리나라 음식이 가장 많이 등장하는 명절이었다. 때문에 엿이나 강정·약과 등을 마련하는 일손은 며칠 전부터 부산해지기 시작한다. 봄기운 속에서 새해를 맞는 정월대보름. 전통음식을 조금씩이나마 마련하여 옛 맛을 찾아보자.

<강정>
강정은 연하면서도 달콤하고 바삭바삭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과자다. 예부터 강정을 잘 만드는 사람이 음식솜씨 좋은 것으로도 꼽혀왔다. 그 만큼 만들기가 까다롭고 어렵다. 강정은 또 고명을 무엇으로 하느냐에 따라 종류도 굉장히 많다.
먼저 찹쌀을 사나 홀 냉수에 담가 불린 후 일어 건져서 꼽게 찧는다. 찧은 찹쌀가루를 가는 체에 여러 번 쳐서 설탕·청주·물을 넣고 반죽한다. 깨끗한 헝겊에 반죽한 것을 쏟고 시루에 놓아 뚜껑을 덮고 찐다. 잘 익은 것을 꺼내어 방망이로 저으면 반죽이 고르게 된다. 이를 도마 위에 올리고 편편하게 펴서 1㎝두께로 고르게 민다.
모양 좋게 만든 것을 바싹 말려 딱딱하게 되면 기름에 한번 넣었다가 꺼내어 끓는 튀김기름에 파삭하게 튀겨낸다. 튀긴 것을 조청에 굴려 깨나 계피가루·잣가루·볶은 콩가루·튀겨놓은 찹쌀가루 등을 묻히면 된다.

<약과>
보름과자로 약과도 빼놓을 수 없다.
쌀가루를 고운 체에 여러 번 쳐서 덩어리나 잡티가 없도록 해 두고 반죽할 그릇에 담아 참기름·꿀·설탕을 손으로 비벼가며 반죽한다. 반죽된 것을 그릇에 꼭꼭 누르고 한줌씩 쥐어 약과 판에 들어갈 크기로 떼어 뭉친다. 약과 판에 넣을 때는 엉성하지 않게 힘을 주어 눌러 넣는다. 예쁜 모양으로 빚어낸 것을 서서히 기름에 튀겨내어 조청에 담갔다가 꺼낸 다음 그 위에 계피가루·잣가루 등을 뿌린다.

<노치>
찹쌀을 하루 정도 물에 불려 곱게 빤다. 반죽할 때 엿기름물을 넣어 일단 삭혀주는 것이 좋다. 반죽을 떼어 내어「프라이·팬」에 노릇노릇하게 구워낸 후 꿀이나 조청을 발라 그릇에 차곡차곡 담아 두었다가 한 개씩 꺼내 먹는 것이 별미다.

<오곡밥>
오곡밥은 보름을 대표하는 음식이다. 팥이나 검정콩을 꼭 쓰는 것은 잡귀나 재앙을 물리치고 복을 맞는다는 의미에서다. 이 밖에 찹쌀·수수·조 등이 들어가며 때에 따라 밤이나 대추를 넣는 수도 있다.
들어가는 식품이 여러 가지인 만큼 미리 준비할 것이 많다.
콩의 경우 미리 하룻밤 정도 물에 불려 두어야 한다. 팥은 밥짓기 전에 먼저 붉은 물이 우러나 말랑해질 때까지 삶아놓는다.
수수는 뽀얗게 되도록 비벼 씻은 후 다시 더운물에 여러 번 씻어내 붉은 물을 빼 놓도록 한다. 좁쌀도 깨끗이 씻고 돌을 골라내 물기를 빼둔다.
준비가 끝나면 팥물에 쌀(또는 찹쌀)·차좁쌀·콩·차수수·삶은 팥 등의 준비된 재료를 골고루 넣어 섞고, 밥물을 모든 재료의 1.2배 정도 되는 양으로 조절한 후 소금을 약간 넣고 밥을 지어 뜸을 들인다. 오곡밥은 자칫 질기 쉬우니 쌀밥보다 조금 적게 물을 넣도록 한다.

<나물>
봄을 턱 앞에 두고 맞는 보름에는 싱싱한 야채보다 말린 나물들을 많이 먹는다. 온상 재배가 없었던 옛날에는 봄나물도 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말린 나물로나마 미각을 달래보자는 뜻에서였으리라. 그러나 참기름이나 콩기름을 듬뿍 들여 마련한 나물반찬의 질깃하고 고소한 맛은 그런 대로 보름음식의 별미로 꼽을 수 있다.
보름나물로 많이 쓰이는 것은 고사리·고비·취나물·오가리 나물(가지·무우·호박 등을 가을에 말린 것)·도라지·시래기·아주까리잎·토란 줄기·고구마 줄기 등이다.
취나물·아주까리잎·고비나물·시래기 등은 대부분 말려두었던 식품이기 때문에 잘 씻어 물에 불리거나 삶아야한다. 특히 취나물이나 시래기·아주까리잎·토란줄기·고비나물 등은 잘 삶아서 적당한 길이로 썬 후 기름에 볶아 다시 양념을 넣고 볶아낸다. 이때 다진 쇠고기를 넣어도 맛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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