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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잃어가는「내고장신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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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푼돈을 모아 목돈을 만들고,조합원들에게 무담보로 돈을 빌려주어 신용사회를 형성하던 「마을금고」가 신용을 어가고있다. 마을금고 관계자의 잦은 공금횡령·유용·변태지출등으로 사회적 물의가 일고 있는 마을금고의 부조리는 마을금고 대형화에 따라 더욱늘어날 우려마저 없지않다. 서울동작금고의 사고를 계기로 마을금고의 운영실태와 문제점등을 알아본다.

<63년 계모임 조직화>

<연혁>
마을금고는 63년 재건국민운동이 시작되면서 종래의 계(계)조직을 보강하고 조직화하면서 시작됐다.
72년 새마을사업을 확산시키면서 정부가 이를 적극 육성키로하고「마을금고」에「새마을」이라는 모자를 씌웠다.
새마을금고 육성을 위해 72년에 만든 신용협동조합법에는 고유명칭이「마을금고」로 돼있다.
한때 새마을사업은 곧바로 「마을금고」와 직결되는것처럼 홍보하고 설립을 정부차윈에서 지원하기도했다.
그래서 최근 일부지역에서는 마을금고 사고가 나자『왜 가입하라고 유도해놓고 사고책임에 대해서는 모르는체 하느냐』는 민원이 정부당국에잇따르고 있는 실정.
마을금고의 기본은「신용」이다.마을금고뿐 이니라 모든 협동조합은 서로 잘 알고 믿을수 있는 부락주민·직장동료·단체회원들이 상호신용을 바탕으로 자금을 조성하고 활용하는간이 금융기관인 셈이다.
그래서 모든 운영 또한 철저한 자치제로 돼있고 비영리 단체인것이다.
그러나 최근 새마을 운동의 하나로 육성에만 신경을 쓴나머지 운영상의 미비점을 보완하는데 소홀한것이 잦은 사고의 대형화를 불러일으키고있다고 지적하는 관계자도 있다.

<증권투자하는 곳도>

<설립·운영>
마을금고는 15인이상의 발기인이 정관을 작성,창립총회를 거쳐 자유롭게 설립할수 있다.다만 조합원의 수가 30인이상 되어야한다.
이사장이나 감사등 임원진도 조합원이 자율적으로 선출하며 임원들은모두명예직이다.따라서 보수도없다.
그야말로 자율적 운영에 기반을 두고 있기때문에 육성법인 신용협동조합법만 제정돼있을뿐 규제법은없다.
조합원도단위마을·직장·단체원만으로 구성하도록 돼있다.
이번에 사고를 낸 서울동작금고처럼 학생을 조합원으로 가입시킬 수없게 돼있다.
당초 마을금고의 사업은 조합원이출자하거나 예탁한 자금을 조합원에게 대출해 주고 예탁금리(보통예금1년이상기준 연20.7%)와 대출금리(연24%)사이에 생기는 약 3.3%의「마진」 을 조합원들이 공동으로 배당받는 신용업무위주였다.
조합원이 돈을 빌때는 담보물없이 조합원 2명의 보증만으로도 가능해 문턱 높은 은행을 이용하던 서민들에게는「좋은 제도」임엔 틀림없다.
조합원 수가 늘고 자산이 불어나자 일부 마을금고에서는 구판사업도벌여 생필품의 공동구매·판매를 통해 소비조합 역할도 겸하고 있으며 구판사업을 통해 생긴 이익으로 조합이더욱 튼튼하게 육성된 곳도 많다.
그러나 최근들어 일부 마을금고에서는 신용업무위주의 운영보다는 사업위주로 조합을 운영하기때문에 사고가 자주일어나는것으로 지적되고있다.
심지어 어떤 조합은 회원의 예탁금을 증권에 투자,막대한 손해를 입은 경우도 있지만 마을금고가 벌이는 사업을 구체적으로 규제할 법적근거가 없다.
다만 예탁 자산의 10%를 상환준비금으로 다른 금융기관에 예치하도록 돼있을뿐이다.

<2만6천8백63개>

<현황>
현재 전국의 마을금고수는 모두 2만6천8백63개로 총 자산은 5천2백73억6천7백만원,회원수는 7백77만6천명에 이른다.
이가운데▲지역단위 마을금고가 2만3천2백18개소에 회원수 6백48만6천명으로 가장 많고▲직장마을금고는 모두 3천2백95개에 회원수는 1백13만3천명▲단체별 마을금고는 3백50개에 회원수는 17만7천명이다.
이 가운데서 법인등기를 완료,각종 조세의 감면조치를 받고있는 금고는 전체의 14%인 4천19개뿐이고나머지 2만2천8백44개 마을금고는비법인체다.
어떤 마을금고는 간판만 걸어둔채실제 활동을하지않고 있는곳도 있다.
2만6천8백63개 마을금고별 자산규모를 보면 ▲20억원이상의 자산을조성한 마을금고가 8개 ▲10억원이상 29개 ▲1억원이상 5억원미만의금고가 1천25개나 되며 ▲5천만원이상 1억원이하 5백87개▲5천만원이하 1천9백64개▲1백만원이상 5백만원이하인 조합이 1만3천3백79개로 가장많고 ▲1백만원미만의 자산을 가진 마을금고도 7천6백55개나 된다.
각마을·직장·단체의 마을금고가 모여 마을금고연합회(회장 김유복)가 구성돼 있고 각 시·도에는 협의회가있다. 또 시·군·구단위로 지부도두고있다.
마을금고연합회는 회원인 단위 마을금고에 대한 지도·감독업무를 비롯,회원들의 출자금과 예탁금을 운용·중식하며 전체 회원을 위한 구판사업도 벌인다.

<감독기능 거의없어>

<감사>
단위금고에 대한 감사기능은 마을금고 연합회와 일선 시·도에 위임돼 있으나 마을금고 연합회의 직원은 모두80여명밖에 없어 2만여개의 금고를일일이 지도·감독할수도 없다. 또시·도 이재과의 직윈 1명이 금고업무를 맡고 있어 행정기관의 감독기능은 기대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그래서 문제가 생길때마다 내무부는 새마을사업과 관련된 업무만 감독한다고 발뺌을 하고 신용업무에대한 감독권을 갖고있는 재무부는 시·도지사에게 감독권을 위임했다고 말하고 있다.
또 사고가 날경우에도 단위금고별로 독립채산제이기때문에 자체에서 해결하지 않으면 별다른 해결책이 없다.따라서 사고가나면 회원들만 골탕을 먹게 마련이다.

<회계와 결탁소지도>

<문제점>
자본단체가 아니고 순수인격단체로 설립·운영되어온 마을금고가 점차 영리화·자본화·이권단체로탈바꿈하는데문제가 있다.
또 마을금고가 정부의 육성 일변도의 지원에만 편승,대형화돼 가고있는것도「건전한 운영」이라는 측면에서는 문제가 된다.
『자산 1억원돌파』등을 선전, 마을금고를 경쟁적으로 육성하면서부터 마을금고 사고가 자주 일어나고 있는것은 규모가 작을때는 주먹구구식 운영이 가능했지만 그 규모가 10억원이나 20억원으로 커지면 경영상 기술이 필요하게 마련이다.
지난한햇동안 전국에서 발생한 마을금고 사고는 1백20여건.
이들 사고를 유형별로 보면▲금고이사장의 횡령이 62건▲부정대출 30건▲투자손실등 기타 30건으로 나타났다.이는 대부분의 마을금고 관계자의 운영능력에서 오는 사고인것이다.
마을금고 이사장이나 감사·이사등은 단위금고 조합원들이 자율적으로선임해 경영이나 계리에 전문지식을가진 사람들이 드물다.그야말로 덕망이높은 마을유지중에서 뽑는것이다.
또 이들 임원들은 무보수로 마을금고일을 맡고있다.
자기 사업에도 바쁜때 거액의 자금을 운용하는 골치아픈(?)자리에앉아 주민들을 위해 봉사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도 아니다..
거기다 대부분의 마을금고는 이사장과 경리직원 1명이 전자산을 관리하고 있는 실정이며 일부 금고는이사장 혼자서 치부책을 갖고 자산을 운용하는 전근대적인 경영을 하기도 한다.
또 금고를 실제로 관리하는 회계원도 이사장이 임의로 채용하기때문에 이사장과 회계원이 결탁하면 부정을 저지를 요소가 많은것이다.
어떤 금고에서는 이사장이 마을금고 사업을 자기사업과 연결시켜 운영하다가 손해를 보면 마을금고 자체의 사고인 것처럼 꾸며 회원들에게 피해를 떠넘기는 사례도 없지않다.
회원들에게도 문제가 있다.
마을금고는 조합원의 공동책임,공동이익배분의 원리에서 시작된 것인데도 은행이나 일반 투자기관처럼 생각,돈을 맡기고나면 조합의 운영에는 관심을 갖지 않기 때문에 모든운영이 금고이사장 중심으로 돼 가고 있는 것이다.

<투자금지규정 둬야>

<대책>
마을금고는 회원자신과 운영자인 이사장의 자질에 따라 성패가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이니다.
따라서 회원들의 자치능력 배양이가장 중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사장이 직권으로 임명하고 있는회계원을 총회의 의결로 선임하도록 제도를 고쳐 이사장과 회계원이결탁할수 없게 하는것도 바람직하다.
운영은 회계전문인에게 맡기고 이사장은 상징적인 존재로 금고를 대표하도록 해야 본래의 취지도 살릴수 있을 것이다.
또 마을금고가 투자할수 없는 사업을 구체적으로 법에 명시,투기사업으로 인한 조합원들의 피해를 예방하고 재산사고가 발생하면 피해보전이 가능할수 있게 단위금고별로 보험이나 신용보증기금에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수있다.
마을금고 연합회나 시·도 감독기관의 감독기능도 인력을 보강해서 수시로 검사할수있게 해야할것이다.

<김재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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