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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열반 만들고 과목별 이동수업으로 성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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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해마다 대학입시가 끝나면 많은 사람들은 출신고교별 명문대학 합격자수에 관해 적쟎은 관심을 보인다.
수험생 자신은 물론 재학생· 교사·학부모들은 더욱 그렇다. 이른바 일류대학 합격자수로 고교별 우·열순위가 매겨지곤 한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74년 이후 평준화학 시책으로 대부분의 고교가 학생들을 추첨 배점 받는 판에 「명문고」「비명문고」를 가린다는 것이 우스운 얘길지 모른다. 그러나 반드시 그런 것만으로 돌려버릴 수는 없을 것 같다.
똑같은 평준화 지역 내 고교인데도 학생들의 학교간 실력격차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으며, 그중 몇몇 학교는 지난 수년간 새로운 명문고교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기 때문이다.
우· 열 격차가 심한 학생들을 똑같이 배정 받고도 유독 몇몇 학교만이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혹시 입시위주의 편중 교육 탓은 아닐까.
상위권으로 부상한 몇몇 서울시내 고교의 학생지도비결과 문제점을 진학담당교사와 교육전문가들을 통해 알아본다.

<선두「그룹」모아 보충 수업>수업방법
우·열반을 편성, 특별수업을 실시하거나 과목별로 실력이 비슷한 학생끼리 모아 이동식수업을 실시하는 것이 이들 학교의 일반적인 특징이다.
경성고교는 3학년 1학기가 되면 성적순으로 문과반과 이과반을 편성, 수업 시작 전 1시간, 방과후 2시간 등 하루 3시간씩 국어· 영어· 수학 등 이른바 주요과목에 대해 집중수업을 실시한다.
서라벌고교는 1학년 때부터 영어·수학·국어 등 과목별 이동수업을 실시하고 3학년이 되면 과학과목까지 여기에 포함시킨다. 또 3학년은 한 학급에서 7∼8명씩 선두「그룹」을 모아 특별보충수업을 시킨다. 이는 명문대학합격을 겨냥한 것이다.
또 배문고교는 음악·미술·체육등 비 수험학과목을 1학년 때 한꺼번에 이수토록 하고 2,3학년에서는 입시에만 전념하는 이른바 편중수업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대일 고교도 3학년이 되면 학급마다 상· 중· 하의 3개 이동수업 「그룹」을 두어 2개월 간격으로 성적을 평가,「그룹」을 재편성하고 있다.
이 같은 방식은 자칫 성적이 부진한 학생들에게 열등의식을 심어 줘 「슬럼프」에 빠지게 할 우려도 없지 않으나 학생들간에 선의의 경쟁심을 불러 일으켜 전반적인 성적향상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 담당교사들의 말이다.

<방과후 도서실 등 완전개방>방송 및 과외수업
이들 학교는 이밖에도 수백 명이 동시에 수강 할 수 있는 방송수업을 실시하거나 학교마다 독특한 수업분위기를 마련해 운동선수의 합숙훈련과 같은「스파르타」식 교육을 강행한다.
여의도고교는 지난해3월부터 교내에 방송「스튜디오」 4개를 마련하고 각 학급을「스피커」로 연결, 각 과목전담교사가 돌아가며 수업을 맡아 상오7시20분부터 8시10분까지 50분간방송수업을 실시한다.
이는 종전처럼 학급마다 교사가 들어가 직접 강의를 할 필요가 없어 교사인력을 그만큼 절약할 수 있는 반면 남는 교사들은 여유를 갖고 교재연구를 하여 수업의 질을 그만큼 높일 수 있는 잇점이 있다.
우신고교 역시 이 방송수업방식을 채택, 방과후에 1시간씩 시험결과 전체적으로 성적이 부진한 분야를 집중지도 한다.
나머지 학교들도 방과후에 교실이나 도서실 등을 완전개방, 학생들이 지도교사의 도움을 받으며 자유롭게 학습을 하도록 하고있다.
대일 고교는 1백40명을 수용하는 율곡실· 퇴계실 등 2개의 대일학사를 두어 수업이 끝나는 하오5시30분부터 밤10시30분까지 사감의 감독아래 각 학급담임 교사가 추천한 학생, 또는 성적순으로 선발된 학생들을 가르친다.
서라벌고교도 도서관 2백 석과 특별학습실인 수정재(1백20석)를 밤10시까지 개방, 당직교사가 학생들의 자습을 돌본다.

<모든 교재, 학교서 무료공급>특별교재
대일은「대일 자습지」를 매일 발간. 학생들에게 학교도장이 찍힌 8절지2장씩을 나누어 준 뒤 휴식시간을 이용. 앞 시간에 수업한 내용을 복습하거나 영어단어 연습, 학습계획 등을 의무적으로 앞 뒷장 가득하게 적어내도록 하고있다.
이는 복습효과를 거두는 것과 함께 휴식 시간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방안도 된다는 학교측의 설명.
서라벌은 학교에서「오프셋」인쇄기 3대를 구입, 학교에서 쓰는 모든 교재를 무료로 공급해 준다. 이 교재는 각 과목별 전담교사들이 각성한다.
자신은 수업진도에 따라 1주일 분씩의 수업내용을 미리 「프린트」물로 내줘 예습하도록 하는 한편 전국의 우수고교들과 연결하여 전과목 시험을 실시, 학교간의 실력 비교를 하거나 대학진학자료로 활용한다. 지난해의 경우 5월, 9월, 10월 등 3차례 이 같은「외부고사」를 실시했다. 충암도 학생들의 객관적인 실력평가를 위해 수시로 전문기관에 의뢰, 모의고사를 실시하고 있다.

<올 가을 두 차례 학부모회의>진학지도
학교마다 가장 큰 비중을 두고있는 진학지도는 학생-학부모-교사-학교가 상호 밀접한 관련을 맺고 공동으로 추진하는 것이 특색.
경성은 학기초에 교사 9명으로「진학 지도과」를 구성, 과학적인 자료분석과 학생·학부모와의 상담을 통해 성적과 적성에 맞는 대학·학과를 택하도록 하고있다. 진학 지도 과는 기획·자료·고사·상담 등 4개 전문분야로 나누어져 유기적인 협조체제로 운영한다.
학교측은 이에 따라 평가 고사 등을 치른 후 전년도 합격 선과 비교, 수시로 학생면담을 실시하고, 최종적인 학과선택은 평가고사 평균치와 예비고사성적을 합산해 자료를 작성한 뒤 무리한 지원을 억제토록 권유한다.
또 봄·가을 2차례 학부모 회의를 열어 자녀들의 성적과 대학진학 가능성 등에 대한「오리엔테이션」을 해주고 진학지도에 협조를 요청한다.
배문은 매월 학력고사를 치른 후 담임교사가 2∼3일 안에 학생전원을 개별면담, 진로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또 학급별 성적을 비교, 뒤떨어지는 학급담임교사에게는 교장이 주의를 환기시켜 분발을 독려하기도 한다.
여의도는 전체 학생 중 1백 등까지의 성적분포를 학부모에게 통지하여 학생들의 실력정도를 파악하는데 도움을 준다.
이 학교는 또 서울시내 전 공립학교가 참가하는 연합고사 및 사립고교와의 비교 교사 등을 연간4∼5차례씩 실시, 고3 담임회의와 교과 주임회의 등을 거쳐 철저한 학력평가를 한 뒤 학과시간 배정 등을 수정하거나 전체적으로 부족한 과목을 집중 보완한다.
이와 함께 학생개별성적「카드」를 만들어 성적이 뒤떨어지는 결손과목에 대한 개인지도를 실시한다.

<각종 경시 통해 실력 올려놔>저학년 기초지도
대일은 1∼2학년 때 연2회「한자경시대회」「영어단어 경시대회」등을 치러 간접적으로 기초실력을 쌓게 한다.
이와 함께 매주2회씩 각 신문의 사설을 모두 한자로 적어 내도록 하여 교장이 직접 점검한다.
3학년 국어담당 이태준교사(36)는『이번 국어 예시가 어려웠으나 우리학생들은 1, 2학년 때 기초를 다졌기 때문에 모두들 좋은 점수를 얻었다』고 자랑했다.
충암도 1, 2학년을 대상으로「영어 어휘력 대회」「수학경시대회」등을 연 1회씩 가져 학습의욕을 북돋우고 수업 1시간 전에 등교하여 아침자습을 시킨다. 특히 영어·수학·국어 등 중요과목은 매주, 기타 예비고사과목은 격주간으로 문제지를 만들어 학생들에게 나누어주고 자습지에 출제되는 문제는 난이도를 고르게 하여 우·열 학생이 모두 흥미를 갖고 풀도록 유도한다.
배문 등 이 밖의 학교들도 1, 2학년생에게 국어·영어·수학 등 주요과목에 대한 특별보조 학습자료를 제공, 기초실력을 쌓도록 한다.

<방학활용>
자신은 여름·겨울방학동안 전교생을 대상으로 기초과목을 「프린트」 물로 요점 정리하여 나누어준 뒤 이내용안에서 2회의 시험을 실시, 복습을 완벽하게 하도록 한다.
여의도도 마찬가지. 방학동안 2주 간격으로 지난 학기의 교과 과정 범위 안에서 시험을 치르고 방학중 시험 일을 출석일수에 포함시킨다. 이와 함께 여름에는 하오1시부터 2시까지 1시간동안 낮잠을 잘 수 있도록 배려, 수업능률을 높이기도 한다.
대일은 지난여름방학동안 1주일간의 휴일 외에 학교에서 정상수업을 실시한 결과 『학생들이 방학 때 잃기 쉬운 제「페이스」를 계속 유지할 수 있었다』고했다.

<우수교사 확보에 온갖 신경>교사확보
이들 학교 교사들의 공통점은 ▲평균 근무경력이 비교적 짧고 ▲일류대 출신이 많으며▲한결같이 적극적인 점을 들 수 있다. 이는 쟁쟁한 우수교사를 확보하기 위해 학교측이 남달리 신경을 쓰고 있음을 반증한 것이다.
학교측은 교사들이 의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갖가지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자신은 교사의 70%가 서울대·연대·고대출신 학교측은 교사가 필요하다고 요구하는 참고서적·자료 등은 모두 구입해 주고있다.
대일은 74년 이후 교사 이동은 거의 없으나 평균연령은 34세로 비교적 젊은 편이며 수업·학생지도에 매우 적극적이다 (학부모 맹형자씨의 말).
배문고도 74년 평준화 이전에는 서울대 출신교사가 불과 5명이었으나 지금은 16명으로 3배나 불어났다.
학교측은 특히 교사간의 단합과 사기앙양을 위해 일본고교와 자매결연, 교환방문을 하거나 시찰·연수기회 등도 자주 갖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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