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 지키려면 노력 따라야|김철호의 타이틀 쟁취 의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김철호의 WBC 「슈퍼플라이」급 「챔피언」 탄생은 침체에 빠졌던 한국 「프로·복싱」계가 뜻밖에 얻은 행운이었다.
김철호의 세계 도전은 「오로노」에게 도전권의 이면 계약을 갖고 있는 전호연 「매니저」가 기회를 행사하기 위한 것이었을 뿐 「챔피언」 탄생의 꿈은 극히 비관적이었던 것이다.
지난해 2월2일 WBC가 「플라이」급과 「밴텀」급의 중간 체급 인「슈퍼플라이」급을 신설하면서 「오로노」와 이승훈이 「챔피언」 결정전을 할 때 승자는 패자에게 「타이틀」 도전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이면 계약이 이뤄졌었다.
이때 이승훈이 판정패함으로써 전호연 「매니저」는 「오로노」에 대한 도전권을 가지게됐고 이 도전권을 행사하려도 뚜렷한 후보자가 없어 「오로노」가 3차 방어전을 치를 때까지 내세우지 못했다가 김철호를 선택, 도전한 것이 적중한 것이다.
「개런티」 1만 「달러」로 의로운 적지에 뛰어든 김철호가 「챔피언」이 됨으로써 새해 들어 한국 「프로·복싱」은 새로운 활기에 넘치게 됐다.
앞으로 벌어질 박찬희·박종팔·김환진·김상현 등의 「타이틀·매치」에 힘을 넣어 줘 어느 때보다 값진 쾌거로 평가되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연초 김성준의 참패로 김상현·박찬희에 이어 김태식마저 물러난 악운이었 었던 터라 김철호의 새해 벽두 쾌거는 좋은 징조라 할 수 있다.
김철호의 승리 뒤에는 복부 공격으로 인한 제소 사태가 벌어질 염려도 없지 않다.
전호연 「매니저」가 26일 본사에 알려온 바에 의하면 「클래이턴」 (미국) 주심은 정당한 가격이라고 확정지었지만 「오로노」측이 「홈·링」의 이점을 이용, WBC 「슐레이만」 의장에게 항의를 하고 있다 한다.
그러나 이 같은 항의는 크게 문제되지 않고 있으며 28일까지 완전히 매듭을 짓겠다고 밝혔다. 김철호는 앞으로의 「롱·런」 여부가 문제다.
항상 「챔피언」이 된 후 문제가 많더니 김철호의 승리도 실력의 우위보다 행운이 따른 것으로 냉정히 평가되어야 하며 이에 대한 대응책이 이뤄져야 『따기보다 유지하기가 어려운 「챔피언」의 길』을 가게 될 것이다.
김철호는 일단 60일 이내에 국내에서 1차 방어전을 갖고 「오로노」와의 이면 계약에 따라 2차 방어전에서 대결할 가능성이 있다.
1차 방어전은 김철호가 쉬운 상대를 고를 것으로 보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며 2차 방어전에서 「오로노」와 싸우더라도 일단 「챔피언」의 입장이어서 유리, 착실한 관리만 한다면「팬」들의 실망을 주는 단명 「챔피언」은 안될 수도 있다 하겠다. <박군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