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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성 악화 … 서두르는 하나·외환은 조기통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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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취임 5개월을 맞은 김한조 외환은행장의 발걸음이 바빠졌다. 하나·외환은행 통합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른 지 한달 반이 지났지만 뚜렷한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지 않아서다. 17일 외환은행에 따르면 김 행장은 그간 노조에 11차례 공문을 보내 통합 관련 협의를 하자고 요청했다. 지난 5일에는 직접 노조 사무실을 찾아 “성실하게 협상하겠다”는 뜻을 전달하기도 했다. 은행 관계자는 “당일 구체적인 대화를 전개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이후 노사합의부 등을 중심으로 물밑 접촉이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노조 반응은 여전히 시큰둥하다. 외환은행 노조 측은 “조기 통합 논의는 2012년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할 당시 맺은 ‘2·17 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행장 공문에 노조는 6차례 답신을 보냈다. 하지만 “합의 당시 약속한 5년을 지키라”는 요구를 반복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 관계자는 “오는 20일쯤 본점 앞에서 수도권 지역 직원들이 참여하는 대규모 반대 집회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12일 서울역 광장 집회 이후 두 번째다. 그러자 김 행장은 방향을 바꿔 직접 직원 설득에 나섰다. 지난달에 본점 부서장 및 지역본부별 지점장 670명과 차례로 호프집 미팅을 한데 이어 이달에는 일반 직원 636명과 14번에 걸쳐 만났다. 하나은행과 통합하면 결국 외환은행 직원만 퇴출되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을 해소하겠다는 뜻에서다.

 하나금융그룹 경영진이 이처럼 통합을 서두르는 배경에는 수익성 악화를 극복할 길이 통합밖에는 없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하나은행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5700억원에 그쳤다. 1위 신한은행(1조400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외환은행 영업이익(4000억원)과 합쳐도 신한에 못 미친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선 “기존 4강 경쟁체제가 무너지는 조짐이 보인다”는 말도 나온다. 하나금융그룹이 지난 3월 윤용로 전 행장의 연임 예상을 깨고 그를 깜짝 발탁한 것도 이런 절박감에서 나온 고육책이란 게 하나지주 내부의 평가다. 1982년 입행한 그는 이갑현 전 행장(1999~2000년 재임) 이후 역대 두 번째 행원 출신 행장이다. 그만큼 내부사정에도 밝은 만큼 하나·외환 조기 통합을 설득하기에 좋은 배경을 갖췄다는 것이다.

 조금씩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12일 외환은행에서 외환카드로 소속을 옮기기로 신청한 직원 338명은 금융위원회에 “외환카드 분사를 승인해달라. 하나SK카드와 연내 통합이 이루어 지기를 희망한다”는 호소문을 전달했다. 이들은 모두 외환은행 노조 소속이다. 외환은행 본점 부서장들은 지난 5일 사내 인트라넷에 통합지지 선언문을 올렸다. 영업본부별 지점장들도 하나 둘 통합 지지문을 등록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관계자는 “최근 대형 로펌에 자체 법률 검토를 의뢰해 ‘2·17합의와 같은 노사합의의 경우 경영상 시급한 판단이 필요하면 파기할 수 있다’는 결론을 받았다”며 “빠르면 연내 노조 설득 작업이 마무리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하나금융의 의도대로 조기 통합으로 가기 위해선 앞으로도 숱한 난관을 넘어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자존심’ 강한 외환은행 직원들의 마음을 돌려세우는 게 과제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중장년 직원들은 특히 ‘외환’이란 행명에 애착이 강해 어떻게든 지켜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심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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