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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공급원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통화정책은 자금의 수급동향에 대응하여 적절하게 조절하되 과잉통화공급으로「인플레이션」을 자극하지 않아야 하는 것을 이상으로 하고 있다.
비록 이와 같은 통화이론에 치우치지 않는다 해도 현대경제구조에서 통화수급의 균형이 깨질 경우, 「인플레이션」을 촉발한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그래서 관리통화제도 아래서는 통화공급의 절도가 요구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통화현실은 어떤가. 지난 1년간의 통화정책은 매우 파행적으로 운용되어 왔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최근 한은이 발표한 80년의 통화지표를 보면 연간 총통화증가솔은 26·7%로 당초 목표인25%를 약간 상회하는데 그침으로써 물가상승율이나 기업의 대금부족등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통화정책이 견실하게 진행되어온 감을 준다.
그러나 통화증가의 내용을 분석하면 통화공급이 연중 평준화되어 자금의 편중이나 경색을 일으키지 않고 합리적으로 조절해 왔다고 하기는 어렵다.
한은발표에 따르면 12월중에 통화가 봇물 터지듯이 일시에 풀려나가 연간 애써 지탱해온안정기조에 역행했으며 그 결과 「인플레이션」 요인을 재연시키고 있다.
12월 한달동안의 통화증가 내용은 총통화가 7전44억윈이 증가하여 작년 상반기 6개월간의 증가액 7천1백98억원과 맞먹게 늘어났으며 국내여신은 1조1천3백47억윈 증으로 상반기의 2조5백81억원의 50%이 장을 점하고 있다.
이처럼 12월중에 통화가 집중적으로 증가한 것은 추곡수매자금, 연말결제자금등 계절적인자금수요가 몰려있는데도 일부 원인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통화공급의 주인은 연중 긴축을 강행하다가 통화공급한도에 여유가 있다하여 각종 자금을 한꺼번에 방출한 통무정책에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통화공급방식의 윈칙은 ⓛ국제수지가 흑자여서 금·외화의 증가분을 중앙은행이 은행권을 발행하여 매입하든가 ②재정적자를 중앙은의 신용공여로 메우든가 ③중앙은이 공채등을 매입조작하여 은행권을 공급하든가 ④시중은행에 대출하는 형식으로 은행권을 공급하든가 하여 통화를 정상적으로 늘려나가는 것이다.
그럼에도 통화공급의「룰」을 무시하고 계속 억제하거나 또는 방만하게 풀어놓는다는 것은 통화정책에 대한 신인도를 저하시키면서 갖가지 부·작용마저 수반하게 한다.
그것은 통화가 급속하게 늘어났으면서도 시중의 자금사정은 여건이 호전되지 않고 있다는 현상에서 단적으로 입증된다.
통화가 올바른 대금수요에 맞추어 꾸준히 공급되어 왔으면 자금의 순환도 원활 할뿐만 아니라 생산자금화 할 수가 있는 것인데도 시중의 자금난을 고조시킨 다음 구제금융 성격으로 자금을 일시에 풀기 때문에 부채상환용으로 소모되면서 다시 은행창구로 돈이 되돌아가고 마는 것이다.
자금의 회전속도가 둔화되고 있고 부도율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대금순환과정의 단축에서 비롯된다.
자금난 속에서도 저축성예금이 지난 한햇동안 2조원이상 증가했다는 것이 과연 높은 저축성향을 반영한다고만 할 수 있는 것인가.
기업의 투자의욕이나 가계의 소비심리가 위축되어 대기성자금화하는 경향을 말하고 있는것이다.
따라서 통화당국은 불건전한 통화증가 추세를 분석하고 대기성자금의 생산자금화를 유도하면서 통화공급을 정상궤도에 올려놓도록 힘써야 한다.
통정운용정책이 목표에 구애되어 편익에 따라 흔들려서는 안된다.
통화는 경기및 물가동향, 기업및 가계활동등 「경제의 흐름」을 결정짓는 중요한 인자인것이며 그런 뜻에서 통화정책의 탄력적인 기능이 요구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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