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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와 안정의 조화시대 개막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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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0세기 미정치사>
-교수께서는 향후 4년간 미국의 민주당의 역할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계시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개인적 기대감 때문인가요, 아니면 그럴만한 정치·사회적 여건이나 역사적 배경이 있나요.
▲내가 꼭 지적하고 싶은 것은 미국의 정치사에는 오래 전부터 어떤 주기적인「리듬」이 있다는 점입니다. 미국의 정치역사를 보면 행동과 정열, 개혁, 확고한 정부가 들어서는 기간이 약 20년쯤 계속되고 있음을 알 수 있읍니다.
그러나 약2O년간의 「활동시대」후에 사람들은 이제 지쳐버리고 휴식을 요구하는 경향이 있지요? 이때가 되면 미국 사회엔「평온주의」·침체·무관심·냉소주의 등이 지배하게 되며 이러한 기간이 다시 약10년간 계속 되어 왔읍니다.
20세기의 미국정치사는 「디어도·루스벨트」와 「우드로· 윌슨」이라는 2명의 정력적인 대통령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그들은 미국국민들에게 우선 국내경제 및 정치체제를 민주화한 후에 세계를 민주화시키자고 부르짖었읍니다.
따라서 1920년까지는 미국이 몹시 지친 셈이지요. 그 동안 미국이 취할 수 있는 모든 계획과 혁신을 시도했기 때문에 휴식과 회복이 필요했읍니다.
2O년대는 국가가 「아무 일도 안 하는 기간」이 돼도 좋았던 것입니다.
그러나 30년대에 접어들면서 「대공황」이 휩쓸자 상황은 달라졌지요. 그 이후 다시 20년간은 행동과 정열의 기간이 계속되었읍니다.
「루스벨트」와「뉴·딜」, 제2차 세계대전,「트루먼」과 「페어·딜」, 한국전쟁 등이 모두 미국의 「행동기간」동안에 일어난 현상들입니다.
하지만 2O년간의 행동기간이 지나고 50년대가 되자 미국은 다시 지쳐버리고 맙니다. 미국은 다시 10여 년간 침체와 무관심,「아무 일도 안 하는 10년」을 맞은 것이지요. 이 기간을 『잠잠한「아이젠하워」시대』로 부르기도 합니다.
그러나 50년대 말과 60년대 초가 되자 미국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해요.「케네디」의 「뉴·프런티어」, 「존슨」의 「위대한 사회」가 이 움직임을 주도했어요. 인종혁명이 일어나고, 빈곤타파를 위한 전쟁이 개시되고 새로운 폭발과 개혁이 등장했어요.
그러나 60년대의 행동주의는「댈러스」의 비극 ( 존·F·케네디」대통령 암살사건)과「베트남」전쟁 등으로 인해서 다소 불행한 방향전환을 하게 되었읍니다. 개혁과 혁명의 소리가 미국정부나 미국사회 쪽으로 향한 것이었어요. 빈민가에서 폭동이 발생하고, 「캠퍼스」폭동이 그치질 않고, 끔찍한 암살사건 (「로버트·케네디」와 「마틴·루터·킹」)이 또다시 두 번이나 발생했어요.
젊은 세대의 불만이 폭발하고 마약과 폭력이 난무하는 소란이 급기야는 「워터게이트」사건으로 연결되고 현직「닉슨」대통령의 퇴진을 몰고 왔습니다. 결국 20년도 채 안돼 미국은 다시 지쳐버리고 만 셈입니다.
지금은 지난 20년대 및 50년대와 비슷한「지쳐버린 시대」입니다. 사람들은 공적인 일보다는 자신들의 일에만 더 신경을 쓰고 쾌락주의와 냉소주의·자기도취주의가 팽배하게 됐어요.
「포드」나「카터」, 「레이건」등에 대해 미국인들이 호감을 표시한 이유는 그들이 모두 이러한 분위기를 대변해 주는 일면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다시 80년대 중에는 두 가지 중요한 현상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돼요.
첫째는 미국인들이 그 동안 충분한 휴식을 취했기 때문에 다시 움직일 채비를 함으로써 국가라는「배터리」가 재충전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둘째는 지난 10여 년간의 「조용한 기간」동안 미국이 무시했던 문제점들이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되어 조속한 치료를 요구하는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는 점입니다.
이 두 가지 현상이 일어날 경우 미국 안에는 다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정치적 노력이 일 것이며 이런 현상은 80년대 중에 반드시 일어날 것으로 봅니다. 30년대는 대공황과 대량실업자의 시대였고 60년대는 인종차별에 대한 투쟁의 기간이었어요. 80년대의 최대과제는「인플레이션」과 「에너지」문제입니다.
「레이건」의 자유시장정책은 이 두 가지 과제를 해결하는 데 무능력을 나타낼 것이며 그렇게 된다면 미국 안은 다시 강력한 계획과 힘을 가진 확고한 정부를 요구하는 정치적 움직임이 일어날 것으로 봅니다.
아마도 80년대 후반에 가서 미국인들은 다시 행동주의를 갈구하게 될 것이며 그때 가서 미국인들은 1961년의 「케네디」나, 1933년의 「프랭클린·루스벨트」, 또는 1901년의 「디어드·루스벨트」와 같은 박력 있는 지도자를 바라게 될거예요.
「레이건」집권 4년간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읍니다. 멀지않아 공은 다시 민주당의 손으로 넘어갈 것이며 그때쯤 미국은 새로운 전진을 위한 행동과 정열, 계획을 요구할 준비를 갖추게 될 것입니다.

<약력>
「아더·슐레진저」(Arthur Schlesinger)
「뉴욕」시립대역사학교수
▲1917년 생(64세)
▲「하버드」대 졸업(1938년)
▲「하버드」대 교수(46∼61)
▲「존·F·케네디」대통령 특별보좌관(61∼63)
▲「프린스턴」대 객원교수(66)
▲「뉴욕」시립대 교수 (66∼현재)
▲「퓰리처」상 역사부문(46), 기자부문(66)수상
▲저서=『「케네디」대통령의 백악관 1천일』(65), 『미국 정당사』(73), 『제왕적 대통령』(73)등 20권

<인터뷰=김건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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