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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공익성 제고에 주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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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입법 회의에서 심의중인 「언론 창달에 관한 법」은 언론의 공익성을 바탕으로 한국 언론이 나아갈 방향과 한계를 설정한다는데 주안이 있다.
새 헌법에서 『모든 국민은 언론 출판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해 언론의 자유를 포괄적으로 선언한데 이어『언론·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 도덕이나 사회 윤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자유의 한계를 그어 놓은데 근거해서 언론법이 개정되는 것 같다.
입법 관계자는 기존의 ▲신문·통신 등의 등록에 관한 법 ▲방송법 ▲신문윤리 위원회법 ▲출판사 인쇄소 등록에 관한 법 등 언론 관계법으로는 새 헌법에서 추구하고 있는 「언론 자유보장」과 「언론의 공적 책임고양」정신에 부응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그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새로 입법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언론 창달법에서 명문화시킨 정보청구권·취재원의 보호조항 등은 국민의 「알 권리」를 보다 적극적으로 선언했다는데서 진일보했다고 볼 수 있는데 이 법이 이상으로 하는 언론 자유의 신장이 언론의 공적 책임을 강조한 나머지 그 반대 현장으로 나타나서는 안될 것이다.
지난 64년에 제정된 언론윤리 위원회 법이 많은 문제점을 내포했다는 지적 때문에 시행되지 못했던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새 언론법 제정에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언론계 등 각계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되어야 할 것 같다.

<언론의 자유>
새법에서는 언론의 자유가 종전처럼 국민의 자유로운 표현을 보장한다는 소극적 자유 개념에서부터 국민의 「알 권리」를 전제한 적극적인 개념으로 바꾼 점이 눈에 띈다.
이 같은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 국가·지방자치단체·공공단체에 대해 정보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언론기관에 부여한 동시에 국가기관 등에는 최소한 공익에 해당되는 정보를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운데 언론법의 긍정적 측면이 있다.
정보 청구권은 미국의 정보 자유법과 『국민은 일반에게 접근할 수 있는 정보원에 방해받지 않고 알권리를 가진다』는 서독 「본」헌법에 기초해 이미 선진국에서는 사법적 권리의 성격으로 인정받고 있다.
즉 관청이 정보 제공을 부당하게 거부할 경우 행정 소송이나 다른 제소 요건이 된다.
이번 언론법이 ⓛ정보 제공으로 직무 수행이 곤란하거나 ②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일 때 ③청구된 정보의 양과 범위가 과다해 정상 직무에 지장을 줄 경우 ④더 중요한 공익 또는 보호되어야 할 사익이 침해될 때 등을 예외 규정으로 해서 정보 청구를 거부할 여지를 남김으로써 자칫 운영 과정에서 정보 청구권이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될 우려가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정부 기관의 중요정보 사안들이 현재 거의 「대외비」나 「비밀」로 분류되고 있는 실정이고 또 현실 문제로 정상업무 「방해」를 내세워 정보 제공을 거부할 때 해결 방안이 모호하다.
해결 방법은 제소하는 것이겠으나 「뉴스」의 시간성으로 해서 소송의 실효를 기하기가 어렵다.
이에 대해 서울대의 C교수는 언론의 정보 청구권 도입 취지는 좋으나 예외 규정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공익 또는 보호될 사익이 침해될 때』라는 예외 규정에 「명백히」라는 어귀를 집어넣고 「비밀」의 남발을 막기 위해 비밀의 분류 기준도 정해야 할 것이라고 C교수는 제시했다.
학계에서는 특히 국가 등이 정보 청구를 거부했을 경우 그 적법성 여부를 가릴 수 있는 제도적 절차와 장치가 명시되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언론 관계법에 조예가 있는 서울 민사 지법의 박용상 판사는 『정보 청구권의 예외규정이 많은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될 수 있으나 법을 시행하면서 점점 예외 조항을 축소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새 언론법이 공표한 사항의 필자·제보자 또는 공표 사항의 기초가 된 사실에 관해 진술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증언 거부권」을 인정한 것은 언론 사회의 「상식」에 속하는 것으로서 당연한 것이다.
영국에서는 이미 1769년 「주니어스」편지 사건이래 이 「증언 거부권」이 인정되어 왔다. 서독에서는 의사·변호사·성직자 등에게만 증언 거부권이 인정돼 오다가 전후에 각주 출판법에 의해 언론인에게도 증언 거부권을 인정했다.
증언 거부권은 법원의 소송에서는 물론 검찰·경찰의 심문과 국회조사 위원회에서도 적용된다.
언론법이 여기에도 예외를 두어 ⓛ위법 내용이 공표되었을 경우 ②공표 내용이 사회 안전법 규정을 위반하는 죄를 범했을 경우 ③범죄의 기초가 된 자료 또는 정보를 입수할 때 등으로 열거했는데 운영면에서 「위법내용」의 범주를 누가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서구에서 본뜬 이 제도가 원 취지를 일탈할 수도 있다는 점이 제기되고 있다.

<언론의 공정성>
언론법이 언론의 공적 책임과 의무를 강조한 것은 그 자유를 명시한 것과 좋은 대조를 이룬다.
언론은 민주적 기본질서를 존중하고 타인의 명예와 권리를 침해하거나 폭력 행위 등 공공질서를 문란케 하는 행위를 고무·찬양해서는 안 된다는 선언적 규정과 함께 공표 전에 공표사항의 진실성·내용·출처에 관해 주의를 기울이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확한」보도를 촉구하는 내용으로서 일단 언론기관이 숙지해야할 사항이다.
이를 위해 책임 편집인 제도를 채택해 신문의 편집인·방송의 편성책임자·광고 책임자와 그 대리인은 위법한 내용의 공표를 거부할 의무와 권리를 갖도록 했다.
독일의 「바덴·뷔르텐베르크」주의 언론법에서 책임 편집인이 위법한 내용을 배제할 의무를 위반할 경우 체형까지의 형사 책임을 묻는 제도를 원용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책임 편집인 제도는 한편으로는 편집권의 독립이라는 긍정적인 측면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반면 형사 책임이라는 규제 때문에 언론이 위축될 소지도 또한 내포하고 있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편집인에게 형사적 책임을 지우는 방안도 있겠으나 왜곡 보도나 편향 보도가 결국 독자로부터 불신 당하고 만다는 자연스런 언론의 논리에 맡기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의견이 나오고있다.
언론의 공적 책임과 관련, 언론법이 신문 등 정기간행물 등록취소 조건으로 『정기 간행물 내용이 언론의 공적 책임을 반복하여 현저하게 위배할 경우』를 들고 있는 점으로 볼 때 「공적책임」과 「반복」 「현저」 등 추상적 표현의 해석 여부가 언론 기관의 존폐와 직결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여기에도 명백한 기준이 제시되고 분명한 용어가 사용되어야 할 것 같다.
새 법에서 언론 기업의 법인화 및 경영금지를 규정하고 언론 기관의 이사를 민법777조에 규정된 친족관계나 처의 3촌 이내 혈족 관계자가 3분의1이상을 못 넘도록 제한한 것이 언론공공성을 제도화하려는 취지로 보인다.

<방송의 공영체제>
방송의 공공성을 지향하기 위해 각 방송국의 운용이나 편성에 관한 사항과 광고 방송의 허용 문제 등을 심의하는 독립기관인 방송위원회를 설치한 것이 특징이다.
방송위원회는 9명으로 구성하여 대통령이 임명하되 국회의장과 대법원장이 각각 3명씩 추천하도록 해서 위원 추천의 폭을 넓혔다.
방송위원회는 관계 기관이나 방송국에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고 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각 방송국에 시정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까지 갖는다.
특히 방송의 공익성에 비추어 새 법에서는 국가 및 지방 자치단체가 그 시책이나 공익 사항의 공표를 위해서 방송시간의 배정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민영 방송이 없어진 상황하에서 덜 문제가 안될 것이다.
이와 별도로 9∼15명으로 구성되는 방송심의 위원회와 방송 자문위를 두어 모든 방송국의 「프로」를 사전에 심의토록 한 것도 공공성을 제고하려는 조치라 할 수 있다.

<언론피해에 대한 구제>
언론으로부터 피해 받은 사람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사법 절차에 의한 구제 제도를 마련한 것은 새 헌법에 피해 보장 규정을 둔데 근거한 것이다.
언론에 대한 소송은 다른 사건에 우선해 신속히 처리토록 법원에 의무를 부과한 점이 특징이고 피해자가 언론 기관에 정정 보도를 요구할 수 있는 정정보도 청구권 제도도 신설했다.
정정보도 청구권은 일종의 반론권으로 언론보도로 인해 피해 받은 개인이나 단체 등이 자기입장과 해명을 동일한 지면을 사용하여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취지로 설명되고 있다.
정정보도 청구권의 대장이 되는 것은 언론의「사실적 주장」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사실보도 만을 뜻하는 것인지 논평까지 포함되는 것인지 모호하다.
사실 보도만을 포함하는게 합당하다는 것이 다수 학자들의 견해인 만큼 대상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정정의 절차를 보면 ▲피해자가 기사 보도 후 14일 이내에 당해 언론 기관에 정정을 청구할 수 있고 ▲해당 언론 기관은 이 요구가 정당할 때 3일 이내에 정정기사를 내야하며 ▲정정청구가 원만하게 협의되지 않을 경우 「언론 중재위원회」의 중재를 받도록 했으며 ▲법원에 정지 청구를 할 때는 중재를 거친 후로 규정했다.
중재위원회는 문공부가 추천하는 30∼60명으로 구성하되 이중 3분의1은 법원 행정처장의추천을 받도록 해서 준 사법기관의 성격을 띠게 했다.
언론의 위축을 막기 위해 미국에서는 신문의 경우에만 이 반론권이 인정되고 있지 않다.
이 구제 제도는 언론의 자유라는 큰 테두리 안에서 운영되어야 하고 피해의 위험이 막연하거나 크지 않을 때는 언론의 공익적 성격을 감안해 재판을 기다릴 필요도 없이 각하 되어야 한다는 것이 신문학 교수들의 견해다.
반면 박용상 판사는 새 법에서 정정보도 청구권을 좀더 강하게 규정 안한 것이 미흡한 점이라고 지적했다.
박 판사는 『언론의 자유 못지 않게 개개인의 인격권이 중요하기 때문에 언론으로부터 받은 피해는 즉각 보상받아야 한다』는 취지가 법에 반영된 것이라고 보고 있다. <문창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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