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학식이 물질·권력으로|초중고생 의식 10연간의 변화 조사-서울 삼광 국교 김택헌 교사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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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우리 나라 초·중·고교생들의 가치관이 학식·명예 등 이상주의에서 권력과 물질·명성을 중요시하는 실리주의로 바뀌고 있다. 서울 삼광 국교 김택헌 교사가 전국의 각급 학교 학생 3천명을 표본으로 70년대와 80년대의 가치관을 비교 조사한 것에 따르면 고등학생의 경우 70년대에는「정의」(28%) 를 자기 생활 태도의 최우선으로 생각했으나 80년대에 들어선 그들 자신이 즐길 수 있는 「취미」(37%)를 더 중요시하고 정의 (25%)를 하위에 두고 있다. 특히 과거에는 그날그날 편하게 살아가는 안일주의를 가장 나쁜 생활 태도로 생각했으나 요즘은 「신경 쓰지 않고 편하게 사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중학생들은 70년대에 건강한 몸으로 열심히 공부하여 높은 학식을 터득하는데 생활의 가치를 두었으나 (18%) 80년대에는 서로가 믿고 사랑할 수 있는 「우정」(17%) 이 건강(16%)보다 더욱 중요하며 이 「우정」이 없으면 오래 사는 것도, 높은 학식도 그 의미를 잃는다고 믿고 있다 (별표 참조).
국민학교 어린이의 경우 과거엔「 건강한 몸으로 오래 사는 것」(35%)이 제일이라고 대답했으나 요즘은 공부를 잘해야 (학식·35%) 인정을 받는다 (인격·2%)고 대답, 실리적이고 현실적인 가치관으로 바뀌었다.
한편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거는 기대도 70년대엔 「그저 건강히 오래 살라」는 것이었으나 「공부 많이 하고 돈 많이 벌라」는 쪽으로 기울고 있음이 밝혀졌다.
그러나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거는 생활 태도는 아직도 「헌신」과「봉사」(39%) 「정의」 (33%) 「명예」 (15%) 순으로 나타나 실리보다는 이상 추구를 요구하고 있는 반면 실제 학생들의 사고와는 동떨어져 교육의 파행 현상을 보여주었다.
조사자인 김 교사는 학생시절의 순수한 욕망인 「정의」「명예」「학문」이 기성세대의 가치 영역인 「권력」과 「부」「물질」에 접근하는 것은 자칫 메마른 학창 생활이 될 우려가 있다고 말하고, 그러나 교육이 이상만 쫓고 현실의 실리적·합리적인 면을 외면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창한 교육 연구원 조사 연구 부장은 학생들의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벌어지는 견해 차이를 줄이고 미래를 창조할 수 있는 올바른 가치관을 갖도록 이끄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서울대 사범대 이돈희 교수=70년대의 급격한 산업화·경제 발달 때문에 학생들의 의식구조가 바뀐 것이다.
그동안 각급 학교는 산업화 뒤에 반드시 따르는 물질 추구 실리적 경향으로의 의식 변화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구태의연한 교육 태도를 고수해왔기 때문에 학생들의 가치관과 동떨어져 왔다.
앞으로는 물질 변화에 따른 교육의 질을 개선하고 전인 교육을 중요시하는 교육 풍토가 자리를 잡아 학생들의 정신 교육에 치중해야 할 것이다. <김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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