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대입시험에 한문 넣어야|남광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지난 11월20일에 실타 된 대입예시의 문제가 공개되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선택교과인 제2외국어(독·불·중·일)은 무려 50문항씩이나 출제가 되어 있으면서 필수교과인 한문에 한해서는 철두철미하게 출제가 봉쇄되어 있었다. 고등학교 전 교육과정의 공정한 학력평정이 되어야 할 예시에 그 모법이 되는 교과과정 령이 깡그리 무시된 필수과목 불출제의 이변에 대해 필자는 한마디로 망연자실했을 따름이다.
이렇게도 기발한 발상의 주인공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으나 부고의의 실수라면 다음 예시에는 기필코 시정이 되어야 할 시행착오요 불순한 복선을 가진 독단에서라면 마땅히 책임이 뒤따라야 할 것이요, 모법을 뒤엎을 만한 근거가 있었다면 당연히 해명이 있어야 했을 것이다.
지난해 4월에 경향 각 신문에 보도된 문교부의 한문출제공약이 그동안 과연 얼마만큼의 상황의 변동이 있었기에 예시에서 전적으로 배제가 되어야 하는가?
대부분의 고등학교가 사실상 진학위주의 학관으로 전락이 되어 버린 오늘날 교사나 부형이나 학생들은 그야말로 삼위일체가 되어 예시라는 진학의 관문을 향해 결전의 대열을 가다듬고 있는 것이다.
학교나 부모들의 진학 성화 속에 중무장이 되어 있는 학우들에게 예시 불출제의 명목만의 필수교과「한문」에 무슨 의욕이나 관심을 갖게 되랴? 이런 의미에서 출제봉쇄는 분명히 인위적인 학습의욕의 박탈이요 한문교육의 부재를 가속화시키는 촉진제가 되는 것이다.
만일 영문교육의 강화가 곧 한글전용에 대한 정면도전으로 보고 신경이 과민 된 나머지 출제의 봉쇄작전을 감행한 것이라면 이는 참으로 본말을 전도한 인식의 착오라 할 것이다. 한글의 전용과 한문의 교육은 본질적으로 그 차원이 다르다.
철폐되었던 한문교육을 필수교과로 부활을 시킨 문교부가 그 스스로「한문출제」의 공약을 어기고 법정 이수단위도 비슷한 선택교과인 제2외국어(10-12단위)를 50점이나 격상출제하고 필수교과인 한문(ⅠⅡ합계8-12단위)만을 예시에서 탈락시킨 것부터가 자가당착을 범하고 있는 것은 물론 오늘날 한문교육 황폐화의 이면에는 이러한 관 주도의 저해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보아 넘길 수는 없다.
개 정된「교과과정 령」에는 한문과 교육의 목표를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첫째 간단한 구조의 한문을 학습하게 하여 한문 해독의 초보적 기능을 발전시킨다. 둘째 각종형식의 우리나라의 간이한 한문을 고루 학습하여 선인의 생활사상 감정 등을 이해하게 한다.
셋째 우리나라 및 동양의 한문고전을 균형 있게 학습하게 하여 우리나라와 동양문화에 대한 이해를 가지게 한다.
교육의 백년대계를 위해 명실상부한 한문교육의 목표가 이루어질 수 있는 과감한 정책의 전기와 행정적 지원을 간곡히 바라마지 않는다. <인하대 교육대학원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