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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에 도중하차에…난립신당들 진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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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때는 하룻밤 자고 나면 두 세 개 씩의 정당이 창당선언을 하고 나섰으나 군소 정당의 난립이 정치풍토를 흐려 놓을 가능성이 있다는 세론에 따라 정리단계로 접어들었다.
군소 정당들이 한국자유민주당의 창당포기선언이후 자제 내지는 통폐합작업을 추진하고 있어 한때 20여 개에 이르던 정당이 7, 8개로 압축되는 느낌이다.
오제도씨 등 이 중심이 되어 반공이념을「슬로건」으로 창당준비를 해 오던 한국 자유민주당이 「국민적 단합을 깨지 않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지난6일 돌연 창당작업을 중단한데이어 정동호 전 노총위원장 등 이 추진하던 민주노동당도 창당작업을 중지, 창당대열에서 후퇴했다.
10일에는 창당발기준비대회까지 마친 민주독립 당(대표 김재호)이 안민당(대표 김현국)과 합당을 선언했고 두 갈래로 갈라진 혁신 계의 민주사회당(대표 고정훈)과 사회당(대표 김철)도 단일화작업을 위한 접촉을 조심스럽게 모색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중앙선관위에 창당준비결성신고를 마친 정당은 10일까지 개혁추도세력이 새 여당으로 추진하고 있는 민주정의당(대표 이재형)을 비롯, 한국기민당(대표 이민국), 대운당(대표 김만수), 민주한국 당(대표 유치송), 사회당(대표 김 철), 민권당(대표 김의택), 민주사회당(대표 고정훈)등 7개.
이밖에 구공화·유정 등 친여 세력이 중심이 된 한국국민당(대표 김종철)과 신정당(김갑수), 고려농민 당(방만수), 민주국민당(강동근), 인류복지 당(노병헌), 원일민립 당(박재원), 민주 새한당(정광천)등 이 창당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창당을 추진중인 정당 중 민정·민한·국민당 등 이 전국지구당 조직책을 이미 선정했거나 그 작업 중에 있는「대 정당」의 면모를 먼저 갖췄고 군소 정당 중에는 정당법상의 창당 요건을 과연 법정기일(6개월)안에 끝낼 수 있을지조차 의심스러운 것도 없지 않다.
2대의원을 지낸 방만수씨(62)가 대표로 되어 있는 고려농민 당은 청진 동 낙지골목에 5평정도의 사무실을 차려 놓고 창당준비를 진행중인데, 금주 안에 우선 창당신고부터 하고 연말쯤 대전에 가서 창당대회를 하겠다는 목표를 정해 놓고 있다.
이 당의 대변인인 정영춘씨는 농민·어민·근로자를 중심으로 전국에 30여 개의 지구당을 조직할 방침이라며 지난 15년간 꾸준히 조직을 해 왔기 때문에 당 세 확장에 자신이 있다고 장담.
37명의 발기인중 여자가 9명이고 그중 3명의 연락전화번호가 같은 실정.
지난 11월22일 창당발기인 집회공고를 신문지상에 처음으로 광고하여 창당 제1호가 되는 듯 싶던 국민당(그후 민주국민당으로 개명)은 김갑수씨의 신정당과 합류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또 한번 발표해 정가에 화제를 뿌렸다.
그후 한동안 잠잠하다가 최근 왕십리에 사무실을 개설했다고 언론기관에 알려 왔다.
경북대서무과장을 지냈다고 스스로 소개한 강씨는 민주국민당에 전직 검찰총장 L씨의 부친이 준비위원으로 있어 L씨를 통해 신정당과 접촉한 결과 그런 성명서를 냈었다며 신정당 측이 성의를 안보여 독자적인 창당작업을 다시 추진하는 것이라고 해명.
단군국조의 자손으로 한마음이 되어 도덕정치를 구현하겠다는 거창한 이념을 내걸고 지난9일 인사동의 한정 식 집에서 발기인 모임을 가진 원일민립 당은 무슨 종교단체 이름 같은 인상을 주고 있다.
「민주새한 당」을 창당한다고 발기취지문을 돌린 정광천 대표란 사람은 정직·순결·사랑을 당 이념으로 내세워 절제·윤리를 실현하겠다고 해서 이채. 표방하는 걸로 봐서는 정치단체라기보다 사회단체 같은 인상을 풍긴다.
정당의 난립사태는 비단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며 큰 변혁기마다 이와 흡사한 경위를 겪었다.
건국 직후에는 무려 48개나 되는 정당·사회단체가 정치의 선봉에 나섰다.「5·16」후 제3공화국 출범 때에도 38개 정당이 선관위에 등록을 했다.
결국 38개 정당 중 자진해체나 합당 등을 거쳐 12개 정당만이 6대 국회의원선거에 참여했으나 원내진출은 5개 정당에 불과했다.
이같은 전례에 비하면 현재의 정당난립사태가 우려할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낙관하는 사람도 없지 않으나, 일부에서는 이런 추세를 놓아두면 20개가 넘는 당의 얼굴이 나올 것이고 그 중에는 공천정당으로 전락하는 것도 있어 정국을 흐려 놓고 말 것이라는 지적이 유력하게 나오고 있다. 다음 선거가 혼란하면 정치안정은 물론 새로운 정치풍토의 개선은 구두 선에 불과하게 된다.
새 정당법 상 총선거에서 국회의석을 l석도 확보하지 못하거나 전체유효표의 2%이상을 득표치 못한 정당은 등록이 취소되기 때문에 선거 후에는 자동 정리될 것이 확실하다. 따라서「포 말 정당」으로 끝날 것도 상당수에 이른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정당을 인위적으로 통·폐 합 할 필요는 없으나 정당난립을 방치할 때 선거분위기가 흐려질 것을 공감한 사람들이 조정작업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이같은 차원에서 그 뿌리를 같이하고 있는 야당계의 민주한국 당(유치송)과 민권당(김의택), 혁신 계의 민주사회당(고정훈)과 또 다른 혁신세력간의 통합논의가 언젠가는 나올 수도 있으며 총선 결과에 따라서는 여당권의 민정당과 한국국민당도 내년 선거 후 합쳐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특히 현재 야기되고 있는 다당화현상이 산업발전에 따른 이익집단의 다원화 추세나 이념의 차이에서라기보다는 의회진출을 목적으로 한 수단의 하나로 평가되기 때문에 언젠가는 여·야·혁신을 대종으로 한 3∼4개「그룹」으로 수렴될 것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김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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