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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대 요새 같은 성당 60년대 빈자들의 쉼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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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성당은 인간과 신(神)이 만나는 공간이다. 사람들은 성당을 통해 그들이 생각하는 신의 모습을 표현했다.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지정된 1950·60년대 성당들도 그 시대의 사회와 종교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50년대 한국 성당은 돈암동 성당(사진·1955년)처럼 화강암으로 지은 견고한 성곽 형태가 대부분이다. 높은 종탑을 두르는 벽은 삐죽삐죽 굴곡이 있다. 6·25전쟁 직후 하느님이 보호해주길 바랐던 마음이 중량감 있는 석조 성당 건축으로 표현된 것이다. 단국대 김정신(건축학) 교수는 “ 외부와의 단절을 선언하는 듯한 모습으로 ‘하느님이 보호하는 성’이란 개념을 잘 형상화했다”고 설명했다.

 60년대는 제2차 바티칸공회 이후 가톨릭이 평신도 중심으로 변화한 시대다. 김 교수는 “성당도 시대의 흐름에 맞춰 ‘성전’에서 ‘하느님 백성의 집’으로 변모해갔다”고 설명한다. 대표적인 건축물이 도림동 성당(63년)으로 당시 영등포 지역의 유일한 성당으로 공장 노동자 등이 교우 대부분을 차지했다. 빈자(貧者)의 전통이 살아 숨 쉬는 곳이다. 철근콘크리트 구조로 지어진 성당의 넓고 깔끔한 대강당은 모든 신자들을 포용하는 60년대 성당 건축양식이 잘 드러나 있다.

 80년대는 건축가 김수근이 지은 불광동 성당(85년) 등 기존 양식에서 벗어난 기하학적 형태의 건물이 나타난다. 철근콘크리트나 벽돌 등 다양한 재료를 쓰며 건축가의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해진 시기다.

구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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