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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같은 4인 방 재판|중공 인들에「인기프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홍콩=이수근 특파원】개 정 4주일 째로 접어든 중공 외 4인 방 및 임 표 일파의 재판은 중공 국민들 사이에 일찍이 볼 수 없었던「폭발적 흥미」를 끌고 있다. 저녁마다 사람들은「라디오」와 TV앞에 모여 앉아 그날의 재판내용을 열심히 시청한다. 한국시민들이 TV의 매일연속극을 지켜보는 열성과도 같다.
흥미의 정도와 성격은 거물급 인사들의 재판에 관한 당연한 관심의 정도를 훨씬 넘어선 것이라고 북경에서 이 재판을 취재하는 외국인 기자들이 한결같이 건하고 있다. 한 외신기자는 이것을「재판의 연극화」현상이라는 한마디로 표현했다.
이 재판이 연극적이라고 표현되는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재판내용이 매우「드러매틱」하다는 점, 다음은 재판자체가 미리 짜여진 각본대로 연출된다는 점이다.
방송을 지켜보는 중공 인들은 모택동 측근 고위정치인들의 음모현장을 비밀 녹음한「테이프」내용을 전해들을 수 있다. 욕설과 별명들까지 모조리 포함된 완벽한 내용이다. 지도자들의 호사스런 개인생활에 관한 모든「고십」도 덤으로 붙여진다.
어렸을 때부터 중국역대 황실과 조정의 암투얘기를 들으며 자란 중국인들이「모 황실」의 이「드라마」에 홀딱 반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한 외국기자는 이 재판의 인상을『중국의 전통 극이나 북경「오페라」(경극)를 보는 느낌』이라고 표현하는가 하면 또 다른 사람은『「댈라스」(TV영화)보다도 복잡하다』고 말했다.
중국 전통 극과의 유사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정통 왕의 계승자(등소평)로부터의 권력 찬탈(등은 극좌파들에 의해 두 번 실각했었음), 황제(모)암살기도, 부패한 정신들의 음모(강청 일당)…. 재단진행과 함께 극적 요소는 계속 드러난다. 끝내는 황제(모)에 관한 폭로도 있을 것이 분명하다.
더구나 이 재판은 사전에 치밀하게 짜여진 각본대로 연출되고 있기 때문에 연극적 인상은 더울 짙어진다. 한 중공소식통에 따르면 재판개정 전에 「리허설」을 두 번이나 했으며 두 번째「리허설」은 녹화 후 당정치국에서 최후 검토까지 했다는 것이다. 판·검사들의 모든 대사도 미리 인쇄돼 나눠지고, 증인과 피고인들의 대답도 마치 암송하는 것처럼 기계적이다.
각본대로 하다 보니 웃지 못할 일도 있다. 문화혁명 때의 논객이었던 요문 원은 질문순서가 갑자기 바뀌자 자신의 대답을 찾느라고 근 1분 동안이나 두꺼운 「답안지」철을 뒤적여야 했으며, 왕홍문은 어느 날 심문에서 강 청을 각본이상으로 비난했다가 다음날 모범답안대로 정정하는 희극을 빚었다고 외신기자들은 보도하고 있다.
10명의 피고인에 대한 48개의 기소사실 하나 하나에 대한 심리가 끝날 때마다 검사는 『혐의사실이 증명됐다』고 대본을 읽으며, 판사 역시『증거가 충분하고 확실하다』고 되뇐다.
이「드라마」를 직접 지켜보는 것은 6백 명의 엄선된 방청객들, 매일 2시간씩 진행되는 재판 중 TV에는 40분씩만 방송된다. TV「카메라」들도 연극적 효과를 의식해서인지「클로스 업」을 자주 잡는다. TV가 없는 사람들을 위해선「라디오」방송이 현장을 생생하게(?)표현해 준다.
『영화배우시절 닦은 연기력인가. 강 청은 의식적으로 머리를 곧추세우고 느린 걸음으로 법정에 들어왔다. 그러나 이 모습을 보는 사람들은 메스꺼움을 느낄 뿐이었다.』
「라디오」보도의 한대목이다.
민간피고인용과 71년「쿠데타」사건심리용 등 2개로 나눠진 법정들도 마치 무대와 같은 TV방송효과를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꾸며졌다. 좌석배치는 물론 시청자들이 「출연자」를 쉽게 구별할 수 있도록 판사·검사·번호인·피고인들의 앞에는 명패까지 놓여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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