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동양화가 이숙자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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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남들은 저보고「행운의 해」라고들 해요. 하지만 제 자신은「결실의 해」라고 생각합니다. 화가로서 걸음마를 시작한 이래 하루도 쉬지 않고 달렸으니까요.』
올봄 제3회 중앙미전(본사주최)동양화부문대상 및 제29회 가을국전 동양화구상 부문대상을 수상, 화단의 2관 왕으로 화려하게 각광받은 여류동양화가 이숙자씨(38세).
솔바람에도 휘청거릴 것 같은 가냘픈 몸매와 동양적인 용모가 풍겨 주는 유순함과는 달리 초롱초롱한 눈매에서는 불같은 의지와 집념이 번득인다.
『그림은 세상과 나 사이에 존재하는 창문이란 느낌이 들어요. 붓을 잡으면 세상을 사랑하는 마음이 솟아올라, 나도 모르는 새 강렬한 생의 의미를 불어넣게 됩니다.』
예술이란 궁극적으로 인간의 정서를 순화시키는데 목적이 있다던 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 예술의 본질이고 보면 「사람」은 지극히 당연하게 요구되는 한 요소일지도 모른다. 이 사랑과 곱게 가꾸어진 인간의 영혼이 한데 어울릴 때 비로소 훌륭한 작품이 탄생되는 것이라고 그는 믿고 있다.
『영혼의 그릇을 키우는 것이 앞으로 제가 해 나갈 일이라고 생각해요. 위대한 작가정신이란 바로 영혼 자체를 말하는 게 아니겠어요?』
이제 18년의 노력이 맺어 준 이 결실을 주춧돌 삼아 어떤 풍상에도 허물어지지 않는 튼튼한 집을 지을 생각이란다. 작가로서의 삶-그 출발선상에선 이씨는 장거리 선수처럼 오직 앞으로, 앞으로만 달려나갈 뿐이다. <글=홍은희 기자·사진="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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