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심 기르는 젊음의 「레저」라지만|빗나간 「스포츠」「오토바이」등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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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오토바이」를 타고 산에 오르는 신종「스포츠」(?)가 요즘 부쩍 늘어나고 있다. 10대 청소년이나 대학생들이 5, 6명씩「팀」을 만들어 즐기는 이 운동은「모터·크로스」혹은 「오토바이킹」「알파인·모터사이클링」등으로 불린다. 그러나 이 운동은 새로운「레저·스포츠」라고 하기에는 자연훼손·소음공해·사고위험 등이 너무 많아 산을 아끼는 많은 사람들은 이들의 절제와 당국의 적절한 규제를 바라고 있다.
한국산악회(회장 이은상)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D대 원모씨(29) 등 일행 7명이 출입이 금지된 성판악∼백록담간의 폐쇄 등산로를 통해 3일간에 걸쳐 한라산에 올랐다.
이들은 등산로입구 한라산관리사무소직원과 경찰 등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우리 나라에서 새 기록을 세우겠다』며 4대의 「오토바이」를 몰아 회귀식물이 자라고 있는 자연보호지구에 마구 매연을 뿜고 등산로와 수풀을 뭉개가면서 3일만에 정상에 도착했으나 산림감시원에게 적발돼 경찰에 의해 즉결에 넘겨졌다.
이들이 지나간 등산로 인근에는「오토바이」에서 흘러내린 기름 등이 군데군데 떨어져 있었고 풀이 가지런히 난 곳에 바퀴자국이 어지럽게 찍혀 집중호우나 장마 때 산사태의 우려마저 있다.
또 지난 5월에는 국립공원인 오대산 노인봉에도 이들과 비슷한 청년 5∼6명이 「오토바이」를 3대나 끌고 올랐고, 10월 26일 단풍제가 열린 지리산 뱀사골(전북 남원군 산내면 부운리)에도 「오토바이」를 탄 등산객이 10여명이나 몰렸으나 일기가 나빠 되돌아가기도 했다.
이 해괴한 「스포츠」는 최근 외국에서 유행되는 「고층빌딩 오르기」 「자동차로 진흙탕 달리기」등과 같이 청소년들이 욕구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지나친 모험을 하거나 무모한 파괴행위를 일삼는데서 유래한 것으로 외국에서도 이를 금지하거나 별도 「코스」를 두고 있다. 이같은 젊은 층의 풍조에 대해 한국산악회 조두현 이사는 『산을 올바로 이해하지 못한데서 비롯된 만용이다. 천연기념물·희귀 동식물 등을 보호하기 위해 산악인들도 접근하지 않는 폐쇄 등산로에서 「오토바이」를 무리하게 끌고 산에 오른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 사람들의 사고는 물론 화재·매연 등으로 자연이 훼손되고 등산로가 파괴될 우려도 있어 당국이 이를 철저히 단속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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