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서 전복된 꽃게잡이 어선, 에어포켓이 3명 살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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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거제 앞바다에서 꽃게잡이 어선이 뒤집어져 선장을 비롯한 선원 6명이 숨졌다. 그러나 선내에 형성된 공기층(에어포켓)에 있던 선원 3명은 1시간 30분을 버티다 목숨을 구했다.

12일 오후 4시 30분쯤 경남 거제시 다대항 북동쪽 1.1㎞ 바다에서 59t급 꽃게잡이 통발어선 벌하호가 전복했다. 당시 배에는 선장과 선원 등 모두 11명이 타고 있었다. 이 중 선장 허모(51)씨와 선원 박모(42)·정모(30)씨 등 세 사람은 사고 발생 4분 뒤에 현장에 도착한 해경 경비함정 등에 의해 해상에서 구조됐다. 하지만 허씨는 의식불명 상태로 구조돼 해경 경비정에서 심폐소생술을 받았으나 끝내 숨졌다.

나머지 선원 8명은 배 안에 갇혀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잠수 수색을 전문으로 하는 해경 특수구조단이 오후 5시26분 현장에 도착했고, 대원 두 병이 선내로 진입했다. 배가 뒤집힌 상태여서 당시로서는 생존자가 살아 있을 가능성이 희박했다. 실제로 이모(43)씨 등 5명이 에어포켓이 없는 부분에서 잇따라 숨진 채 발견됐다.

그러다 극적인 일이 일어났다. 잠수한 지 40여분 뒤 선미 부분에 에어포켓이 형성돼 있는 것을 발견했다. 다가가보니 선원 침실 부분에서 윤모(35)씨 등 3명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다. 특수구조단 문병국 경장은 "생존자들은 마지막 남은 공기를 힘겹게 마시고 있었지만 사실상 거의 공기가 소진된 상태였고 기름냄새 등 오염된 공기로 인해 의식이 희박했다"며 "그래도 살아 있는 상태여서 급히 구조했다다"고 말했다.

해경은 어선이 부근을 지나던 예인선 쇠줄에 걸려 뒤집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장에는 278t급 예인선이 선박 부분품을 실은 5102t 바지선을 쇠줄로 연결해 거제 옥포항에서 중국으로 가던 길이었다. 해경은 사고 경위와 운항 과실 여부를 조사중이다.

거제=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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