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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금-창당-선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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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5일 하룻동안에 정치활동 규제자의 구제 명단 2백68멱이 발표되고 정당법이 공포되는가하면 전두환 대통령이 사정 협의에서 공명선거를 지시하는 등 바야흐로 정치활동이 본궤도에 오른 느낌입니다. 우선 규제자들의 해금에 얽힌 얘기부터 해 봅시다.
-정풍토 쇄신법의 규정으로는 오는 12월5일 이내에만 적격자 명단을 내놓으면 되는데 전 대통령의 정치 일정 단축의지에 맞춰 10일 정도 담겨졌어요.
-그동안 대폭 해금·반해금·소폭 해금설이 나돌았는데 적격 심사 청구를 낸 5백86명 가운데 45·7%가 구제됨으로서 반해금설이 들어맞은 셈입니다.
-구 여당인 공화당과 유정회를 보면 이번 해금에서 당직자가 많이 제외된게 특징이라 할수 있습니다. 공화당 상임 고문이었던 정일권 전 국회의장과 훈련원장을 맡았던 김유택 전 의원은 구제될 것이란 소문이 있었는데 당직자「케이스」로 안 풀린 것 같습니다.
-김종필 전 총재의「이미지」를 깎아 내렸던 ??풍파의원 16명 가운데 오유방·김수·박용팔씨를 제외하고 박찬종 의원 등 나머지 의원 모두가 구제 된 것도 특색이지요.

<40∼50대 정치 주역으로>
-유정회 의원이 57명으로 가장 많이 구제된 것은 예상대로지요. 공화당의원의 과반수 정도(34명)가 살 것이라던 소문은 빗나갔어요. 유정회 속에서 공화당 몫을 가져간 셈이군요.
-구제된 사람을 다선 별로 살펴보면 공화당의 경우 5선의 김종철씨, 4선의 김건호·표찬정·이만섭·이진근씨가 있고 신민당서는 5선으로 김은하씨, 3선의 유치송·신상우·김전섭·한병송씨와 입법의원인 채문식·오세응 의원 등 3선 이상이 6명입니다. 유정회는 4선의 고재필씨, 3선의 한태연·이해원·이영근·신광순·윤인유·송방용씨를 꼽을 수 있습니다.
-초선의원도 예상외로 많이 묶여 공화당이 20명중 8명, 신민당은 15명중 6명이 묶였어요 -초선이 적잖이 구제된 것을 보면 다선 위주의 정치쇄신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어디까지나 개인「기록」에 기초한 것 같고 더러는 지역사정이 고려되었는지 모르지요.
-서울에서 구 야당의원 11명 몽땅 묶인 것은 우연이라고 볼수 있을까요. 부산서도 구 신민당의원 중 김승??시 한 사람만 해금됐어요.
-해금이 안된 5백67명은 주로 어떤 사람들이지요.
-야당을 보면「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속담을 생각나게 합니다. 대변인을 맡았던 박권흠씨는 살고 임시 대변인이었던 정재원씨는 묶였어요. 정씨는「10·26」전 YH사태 이후 임시 대변인을 맡아 과격 발언이 많았지요. 반면 원내활동이 뚜렷하지 못했던 초선의원들의 상당수가 구제되었습니다.
-유정회에서는 역대 의장을 지낸 백두진·태완선·최영희씨와 문제발언이 많았던 정재호전 대변인 및 서영희씨 등이 묶었습니다. 서씨가 묶임으로써 김기행 전 의원과 함께 부부가 규제대상이 됐지요.
-국회 개정위 위원장이었던 김택수씨와 유정회의 개헌특위 위원 중 이석재·이경호·이도환씨 등이 구제에서 제외된 것도 눈에 띄는군요.
-JP(김종필씨)계에서는 비서실장을 닫았던 이합섭 전 의원, 최영철 전 대변인, 정석모 전 의원 등이 살았지요.
-야당에서는 소석(이철승)계가 8명으로 가장 많이 살았고 김영삼계에서는 박권흠·유영렬씨와「5·17」직전에 총재 보좌역을 맡았던 신상우씨·손세일씨가 정치를 계속할 수 있게됐어요.
-「5·17」군사 혁명의 주도세력이 거의 전부 퇴장했어요. 군 출신의 장형순·문형태·박경원씨 등도 구제되지 않았고 박준규 전 당의장 등 민간출신 주도층이 모두 장 밖으로 밀려나 앞으로는 40∼50대가 정치의 주역을 맡을 것 같아요.
-앞으로 정계에서 은퇴할 뜻을 분명히 하고 적격심판을 청구하지 않은 사람이 있다고 발표된 점으로 볼 때 정계 은퇴자를 위한 별도의 해체 조치가 멀지 않아 있으리라는 추측도 있습니다.
-그동안 상당수가 은밀히 구제운동을 벌였다는 소문도 있었으나 별로 반영된 것 같지는 않군요.
구 야당 인사 중에서 어떤 초선의원과 중진급이 부지런히 맥을 찾아 뛰었다는 설이 있었는데 반영이 안된 것을 보면 청탁은 일제 안 통한 것 같아요.
-적격심판을 아예 청구하지 않은 사람이 2백49명인데요.
이중엔 구 공화당의 중진도 있고 전 신민당 최고 위원급도 있다고 해요. 이들 중에서는 11대 국회의원을 포기하고 먼데를 내다보는 사람도 있다고 해요.
-그런가 하면 소명자료가 역사적 기록이 된다는 점에서 정정당당히 자료를 냈다는 사람도 있더군요.
-해금자가 밝혀졌으니 창당 활동이 더욱 촉진되겠군요.
우선 새로 나올 여당부터 말해보면 입법의원을 중심으로 이미 시도 책임자까지 이미 완료됐고 발기인이 될 사람들의 동의서까지 거의 다 받았다는 얘깁니다.
-그러나 발기인 1백명 속에는 가급적 구 정치인이 적고 신진「엘리트」와 각계 각층의 증진들이 포함되는 것 같아요.
-젊은 소장 교수가 이미 장기 정책 초안을 끝냈고 S대의 교수가 선거제도 문제 등에 관해 적극적인 자문을 하고 있으며 젊은 실업인 19명이 참여했다는 소문도 있지요.
-실업계 인사들이 대거 참여한 것은 여러가지로 의미가 있다고 봐야겠지요. 세태에 기름칠하기가 좋고 또 기업인의 사기도 높이고….
-과거 공화당이「사전 조직」이라는 누명을 벗기는데 3년 이상이 걸렸던 전철을 되풀이 안 하겠다는 생각에서 외부는 물론 내부 보안에도 퍽 신경을 쓰는 것 같아요.
-그동안 P「호텔」·D「빌딩」등이 중심이 되어 외부인사 영입작업을 했고 실무적인 일은 삼청동의 한 양옥집을 주로 썼다더군요.
-최근에는 시간에 쫓겨서인지 한 입법의원에 대해 여의도 국회 의사당내의 사무실에서 교섭이 진행됐지요.

<거물 물러나 뭉치기 쉬워져>
-새 야당도 출발의 보무가 당당해요. 지난 21일 창당 활동이 허용되자 마자 정치규제에 묶이지 않은 한영수·유영렬 의원 등을 중심으로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어요.
-정말「10·26」이후 계속돼 온「풍문=현실」이라는 등식이 이번에도 그대로 적중된 것 같아 신기합니다. 유치송씨가 새 야당을 맡는다는 소문이 벌써 지난주부터 돌았거든요.
-유치송·신상우·유영렬씨 등이 중심이 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아 해금자 명단에 유·신 양씨가 들어 있으리라는 것은 정가에서 장식이었어요.
-구 야당 일각에선 한영수 의원 등이 구 야당권의 단일 신당을 제창하니까 남은 묶여 있는데 벌써부터 무슨 얘기냐는 반발이 있었던 모양이예요.
-몇명 사람이 움직이니까 사실 누구의「오더」에 의해 새 야당이 창당되는 것이 아닌가하여 의혹의 눈초리로 쳐다본 사람이 없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과거의「관제 야당」대에 분신풍조가 잠시 반짝한 거지요.
-구 신민당 인사 중에서 여당 쪽으로 갈 인사가 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공교롭게 경북출신이 많아요.
-한때는 채문식 의원이 신 야당을 맡게 될 것이라는 소문도 나돌았어요.
-그 소문은 벌써 한달전 얘기지요. 채의원은 유치송씨와 여러면에서 대조가 됩니다.
우선 출신지만이 경북이고 최고위원과 같은 화려한 전직이 없을 뿐 아니라「보스」평보다는 유능한 참모형이라는 평을 받고 있고 본인도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반면 유씨는 진산계 법통을 이은 골수 야당이며 영남·호남 지방이 아닌 경기 출신이라는 출신 배경도 배려가 된 것 같아요.
-과거「5·16」때는 야당 거물들이 다소 시차는 있지만 대부분 풀려 지도자 과잉상태를 초래했지만 이번에는 정치가 허용된 3선 이상의 인사가 손으로 꼽을 정도로 적어서 종전과 같은 유합집산은 없을 것 같아요.
-어느 면에서는 그만큼 뭉치기가 쉬워졌어요. 따라서 신당발기가 촉진될 수 있어요. 다만 자금이 문제겠지요.
-구 공화·유정회 신당이 나올 전망이 될 것 같아요.
-지난 주말부터 갑자기 김종철씨가 거론되기 시작하더니 과연 정치 규제에서 풀린 것을 보니 유치송씨의 경우와 비슷하게 김씨가「간판」이 되는 모양입니다.
-구제자들 뿐 아니라 입법의원으로 들어간 10대의원 중에서도 이곳을 찾게 될 사람이 적지 않은 것 같고 그밖에 구 정당간부들이 출구로 삼을 가능성이 있어요.
-심지어 구 신민당 인사 중에서도 그 여당으로 권유를 받은 사람이 있다지요. 금「배지」앞에서 이념도 체면도 없는 모양입니다.
-때문에 아마 고차적인 정치적 배려가 있을 것 같습니다. 신 여당을 추진하고 있는 핵심주체들이 이 점을 분명히 알고 있어도 별도 처방이 있지 않을까 보입니다.
-혁신 정당은 모처럼 햇빛을 보게 될는지 주목거리지요.
-김철씨가 귀국한 이후 고정훈·신도성씨 등이 주축이 되어 제법 활발히 움직인다는 소문입니다. 과거「혁신」하면 불그레하게 보던 때와는 달라진 것 같아요.
-일부 종교계 인사나 노동운동 지도자들이 가세할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창당 작업이 이렇게 4∼5갈래로 추진되는 것을 보니 다음 국회의원 선거는 자연 치열해지겠지요.
-비교적「네임·밸류」가 높던 구 정치인들이 많이 퇴장한데다 신인들의 진출이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만 그 과정이 되는 선거는 과열화될 소지가 있습니다.
-특히 1구2인을 뽑는 현 선거제도가 그대로 존속하는 경우 10대 의원이 모두 묶여있거나 비어있는 서울 동대문 등 27개 지구는 무주 공산을 선점하려는 정치 지망생들로 치열한 싸움이 벌어질 것입니다.
-선거는 상대적이니까 모두가 그렇게는 안되겠지요. 신당의 실력자들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몇몇 지구는 예외가 되겠지요.
-지역구 출신 2명이 모두 묶이지 않는 △부산 남구(김재홍·김승목) △성남-여주(정동성·오세응) △춘천-춘성(손승덕·김전섭) △금산-대덕 (이준섭·유영열) △목포-신안(최영철·임종기) △순천-구례(유경지·허경만) △대구중-서구(이만섭·한병송) △김천-금능(박정수·정휘동) △구미-선산(신현확·김현규) 등 9개 지역에조차 자천·타천의 후보 지망자들이 줄을 잇고 있는 형편입니다.
-유정회 출신으로 해금된 사람 중에서 지역구 출마예 정자가 많지 않습니다. 입법의원이 김윤환(고향 선산). 이종률씨(남원), 친여당 쪽 이겠지만 △윤인식·이정유(영광-함평) △신광정·이종식·김영수(달성-경산) △조일제·조홍내 (함안) △김영광·이자헌(평택-용인) △전부일·고귀남(광주)씨 등은 경합이 되는 상태이고 그밖에 이해원(충주-제천) 김용호(나주-광산) 김종하(마산) 신철균(춘천-춘) 백영동(김제-정읍) 정희채(부산) 조병규(진주-진양) 윤식(대구) 이성근(서울) 이상익(서천-보령) 한옥신(충무-통영)씨 등의 지역구 출마가 점쳐지고 있습니다. <정리=고흥길·문창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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