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사에 꽃 피운 「한국인의 집념」사막 2만평 일궈 배추재배에 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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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죽음의 망 중동의 열사위에 한국의 채마밭이 들어섰다. 섭씨50도를 넘는 불볕모래밭 가운데서 수천, 수만의 배추포기들이 푸릇푸릇 물기를 머금고 자란다. 마치 신기루같은 풍경이다. 집념의 한 한국청년이 불과 2년동안에 이룩한「사막의 녹색혁명」의 현장이다.
기적을 만든 사람은 장봉규씨(33). 「쿠웨이트」의 수도 「쿠웨이트」에서 북쪽으로 1백70km 떨어진 「이라크」 접경지대 「압달리」에 자리잡은 2만여평의 『「쿠웨이트」새마을농장』이 장씨의 「채마밭」이다. 장씨가 이곳에서 사막의 개간을 시각한 것은 2년전인 78년9월.【쿠웨이트=박군배기자】
70년 해병청룡부대 소속으로 파월됐던 장씨는71년12월 청룡부대의 절수 후「사이공」의 주월사령부에서 근무하다가 현지 제대한 후 75년l2월 「방콕」을 거쳐 「이란」으로 이주했다.
76년4월 장씨는 다시「쿠웨이트」로 건너갔다.
사막에서 채소농장을 해보겠다는 「엉뚱한」꿈을 품고서였다.
장씨는 이때부터「쿠웨이트」 곳곳을 답사하고「사우디아라비아」를 오가며 끈질기게 계획을 세운 끝에 마침내 78년9월1일「압달리」지역의 황량한 모래밭 78만평을 임대받아 곧 삽질을 시작했다.
농장을 「압달리」로 정한 것은 지질조사결과 이곳이「쿠웨이트」에선 보기 드물게 지하수가 풍부한 곳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재배하려는 채소는 배추였다. 「쿠웨이트」에선 각종 야채를 「레바논」 「이라크」 등지에서 전량 수입하고 있어, 특히 배추값은 한포기에 2천5백원이 넘는 「금값」이다. 이 때문에 「쿠뒈이트」의 한국인들은 배추김치를 「금치」라고 부를 정도다.
이 지역에서의 배추재배의 한가지 좋은 점은 기후가 더워 한해에 5번을 경작할 수 있다는 점, 농장을 시작한 장씨는 우선 곳곳에 깊이 30여m이상의 우물을 파 물을 확보했다. 그러나 정작 재배과정에서는 숱한 좌절과 실패를 겪어야 했다.
메마른 모래땅과 섭씨40∼50도의 혹서 때문에 마치 우리나라에서 논물을 대듯이 잠시도 쉼없이 물주기에 매달려야했다.
배추씨가 발아해도 자칫 한눈을 팔면 불볕으로 순식간에 말라죽곤 했다.
현지에서 채용한 노무자들은 언어소통이 잘 안되는데다 매우 게을러 농사를 망치기 일쑤였다.
실상가상으로 농장개설 불과 한달만에 농장차량의 교통사고로 2천「달러」 남짓 남은 밑천마저 모두 날려버려 장씨는 모든 것을 포기할뻔 했다.
그러나 장씨는 일을 도와달라고 불러온 농업기술자 유병조(27)·이종춘(27·충남예산군위산읍) 씨등과 함께 「한국인의 뚝심」하나로 버티면서 난관을 하나하나 해결해 나갔다.
뛰어난 농업기술과 끈질긴 뚝심으로 첫해농사는 성공이었다. 79년에 장씨 농장은 모두2백60t의 배추를 수확, 「쿠웨이트」에 있는 한국건설기사들에 납품했다.
올 들어서는 매달 50여t씩 수확하고 있다. 장씨는 『앞으로는 10여만평을 더 개간해 매달 2백t이상을 생산할 예정』이라고 자신에 차있다.
장씨는 또 『「사우디아라비아」에도 배추농장을 내기로 해 오는12월 계약을 맺는다』 고 밝혔다. 「압달리」농장엔 지금 장씨와 유·이씨외에도 지난8월에 초청해온 배추재배기술자 8명이「중동의 채마밭」 건설에 바쁘다.
이들은 한결같이 『「오일·달러」를 잔뜩 벌어들여 모국에 가져가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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