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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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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915년대에 들어서면서 일제의 식민지교육정책은 더욱 가열화되었다. 그해 3월 일제는「사립학교 규칙」을 공포, 교과과정에서 『지리· 역사등의 과정을 가하여서는 아니된다』 (제6조 2항)고 못박았고 사학을 폐쇄하여 학생들로 하여금 우리의 역사의식은 물론 세계의 사상에 이목을 잃게했다.
이같은 일제의 우민정책에 대한 민족의 울분-. 그것은 1919년 3·1운동으로 폭발했다.
3·1운동의 준비과정에서 학생층의 활동은 컸다. 무엇보다도 국내의 민족지도자들은 동경유학생들의 2·8선언에 크게 자극받아 국내에서 독립운동을 일으킬 결심을 굳혔으며 또 기성 지도층은 독립선언문 배부및 대중동원이라는 어려운 과제를 학생들에게 일임함으로써 운동전개가 용이했던 것이다.
3·1운동당시 나는 대판의대 본과에 재학중이었다. 그당시 대판지방에는 우리유학생이 30명쯤 있었는데 내가 유학생회장이었다.
그해 2월께인데 하루는 20세가 채못된 청년한사람이 찾아왔다. 그가 횡보 염상섭(소설가) 이었다. 염상섭은 동경「아자부」 (마포)중학에서 왔다고 자기 소개를 하고 동경에 있는 3백여 유학생들이 곧 독립만세를 부를 것이라고 귀띔해주었다.
그래서 우리도 궐기하기로 하고 횡보에게 선언문을 기초하도록 하고 당시 고향에서 올라온 하숙비 30원을 운동자금으로 냈다.
횡보는 이틀만에 선언문을 기초했는데 홀륭한 문장이었다. 그러나 인쇄할 수가 없어서 하숙방에서 먹종이를 대고 1주일동안 고생끝에 3백여장을 복사해냈다.
3월1일 유학생을 통해서 한국인 거류민들을 시내 천왕사공원앞에 모이게 했더니 약2백명이 나왔다.
그러나 우리의 눈치만 살피던 일본경찰이 미리 잠복해 염상섭은 선언문을 낭독하다 현장에서 체포되고 해산당했다.
염상섭의에 2명의 동료가 연행되어 소요죄로 6개월의 징역을 살았는데 나는 몇차례의 조사만 받고 무사히 나와 그들의 옥바라지를 했다.
한편 국내에서 또한 그해 2월초부터 각학교 대표자간의 접촉이 은밀히 이루어졌다. 이거 족적인 독립운동에 경성고보학생들의 활약은 실로 켰다. 3·1운동은 공·사립의 구별 없이 전개된 학생들의 민족감정의 총화였기때문이다.
본교4학년 학생이던 김백칭과 3학년 학생이던 박노영은 중등학교 학생의 대표자격으로 학생동원 책임자인 보성전문학교 학생 강기덕과 만났으며 3학년학생 박쾌인은 연희전문학교 김원벽과 접촉했다.
2월23일 김원벽은 김백칭등 각학교 간부들에게 서울에서 행할 시위운동에 참가할 것을 지시했고 김백칭과 본교대표들은 2월25일 정동교회 구내의 계필주 목사 방에 모여 중학생정도이상의 학생은 탑골공원에 모여 시위운동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던중 2월26일쯤 독립선언문이 인쇄되자 김백칭은 2월28일 정동교회에서 독립선언문 2백장을 강기덕으로부터 받아 3월1일 새벽을 기해 시내요소와 민가에 배부했다.
김백칭은 각학교 학생대표들과 모의한대로 본교생 전원을 탑골공원으로 이끌어 가기위해 간부학생들인 박노영·박쾌인과 함께 그 방법을 의논했다. 의논결과 점심휴식시간에 전교생을 각교실에 모이도록 하고 비밀누설을 막기위해 낭하와 교실입구에 감시를 세운후 각교실을 순회하며 『하오 2시를 기해 탑골공원에서 손병희 선생등이 조선독립을 선언할터이니 오후1시쯤에 무슨 신호가 있으면 전교생이 모두 그에 따르자』고 시달했다.
마침 3월3일은 고종황제의 국장일이어서 1시가 거의 되어갈 무렵 교정에서는 국장참렬의 연습(홍릉까지가는 연도에서 있다가 엄숙한 자세로 경례와 목례를 하는 것)이 거의 끝나고 있었다.
연습이 끝나고 교실로 해산하려는 찰나 김백칭은 쏜살같이 연단에 올라서서 우렁찬 소리로 『전교생 차렷! 지금부터 내 구령에 따라 행동한다. 뒤로 돌아섯! 1학년 갑조부터 앞으로 갓! 뛰어갓!』하고 외쳤다.
이렇게 갑자기 명령이 터지자 1천여명의 학생들은 아무 동요없이 질서정연하게 구보로 교문을 뛰어나가 화동고개를 넘어 안국동으로 향했다. 탑골공원으로 가는 도중 본교생들은 인사동· 낙원동· 관동동 각집에, 그리고 통행인들에게 독립선언문을 배부하고 단숨에 공원뒷문을 통해 탑골공원에 도착, 8각정을 둘러싸고 정렬하여 드디어 시가행진에 참가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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