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를 주제로 한 책이 잘 팔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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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경기침체로 불황에 허덕이는 출판계에 종교관계서적들이 돌파구역할을 감당하여 주목을 끌고있다. 종교관계서적은 신의 문제를 파헤치는 등의 순수 종교서적과 종교적 수상집·소실·전기 등으로 구별될 수 있는데 그중 많이 팔리고 있는 것은 역시 대중적인 요구에 맞는 수상집과 소설 등이다. 출판계는 이 같은 현상을 격변하는 시대적 상황에 따라 대중의 종교적인 관심이 높아지는데 그 원인이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있다.
출판문화협회통계에 따르면 올들어 나온 종교관계 서적은 10월말 현재 1천55종.
이같은 숫자는 1천종 안팎을 기록한 78, 79년의 전체 통계보다도 늘어난 것으로 연말까지는 1천7백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종교관계서적으로 올해「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이문열씨의 『사람의 아들』(민음사)과 김성동씨의 『만다라』(한국문학사)를 꼽을 수 있다. 신의 문제와 불교적인 자아발견을 깊이있게 다룬이 두 소설은 금년들어 서점가에서 가장 잘 팔리는 책중의 하나로 꼽혔다.
대중적 수상집으로는 불교계통이 30여권, 기독교계통이 1백여권정도 나왔다.
불교계통으로는 『사바의 언덕을 넘어서』(정기현)『싯달다의 고뇌』(석영학) 『부처님이시여, 우리 부처님이시여』(박진관) 『불국사의 비화』(이종익) 등이 꼽히고 수기로는『참새와 사형수』(상삼중) 등이 있다. 『참새와 사형수』는 대구교도소에서 사형수에게 불교 진리를 전하여 사형수가 참새를 기르며 불교에 귀의하게 된 것을 쓴 것으로 눈길을 끌었다.
기독교계통으로는 『두 번 죽지 않는다』(최규절)와 번역물로 『나사렛 예수』(월리엄·버크리)『사람, 그 여러가지』(미우라·아야꼬)가 있다. 또 『막사이사이』상을 탄 장기려씨의 전기 『평화와 사람』(여운학)도 나왔다.
순수종교서인 수상집으로는 『부처님과 예수님과의 악수』(문일석)『스님, 대답 좀 해주세요』(김선옥) 등이 꼽히고 있다.
이같은 수상록은 대부분 종교생활의 환희, 좌절의 극복, 환속에의 유혹 등을 다룬 것으로 일반대중과 종교를 접근시키고 이해의 폭을 넓히려는 시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불교계통에는 이러한 사회와 종교와의 거리를 좁히려는 시도가 많아 한때 유행을 이룬 이들 수삼집중 일부는 종교를 왜곡시켜 종교적 입장을 벗어났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출판평론가 한태석씨는 이같은 종교적 수상록이 많이 나오는 것에 대해 『이색적인 것에 대한 대중의 선호가 출판계에 종교서적 「붐」을 일으켰으며 장기적인 현상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하고 있다.
한씨는 다만 사회적 인격동기에 일종의 종말론과 인간구원문제를 다룬 종교서적이 많이 팔린 것이 출판계의 한 현상이었으며 지금이 그런 때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수상록 외에 올해에는 순수 종교서적도 많다. 『신론』(이종성)『「헤겔」철학과 현대신학』(김균진) 『구약성서 배경사』(문희석) 등과 『한국불교전서』(동국대출관부) 중 신나편3권, 『사찰전서』(동국대출판부) 『불교란 무엇인가』(최원철)『알기 쉬운 불교』(한갑진) 등이 알맹이 있는 책으로 알려졌다.
특히 『신론』은 19세기를 신에 대한 도전의 시기로, 20세기를 인간자신의 문제를 탐구하는 시기로 보고 인간자신의 본질과 실재를 밝히려는 시도로 먼저 신은 본질탐구에서 시작하여야 한다는 저자의 관심이 뚜렷이 드러난 저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외에도 『민중종교운동사』(황선명)가 민중 속의 종교가 어떻게 한 집단의 구심점이 될 수 있는가를 다룬 종교이론서로 서구사회에서의 천년왕국운동의 전말과 우리나라동학운동의 성격을 조명했다.
또 『해방의 말씀』『새여성 새시대』 등이 기독교와 여성문제를 다루면서 여성의 지위향상이라는 오래된 문제를 종교적 관점에서 다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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