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은 가짜 상품의 천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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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독의 한 유명 가죽 제품 「메이커」는 「아시아」 시장을 겨냥해 「홍콩」에도 현지 공장을 차리기로 했다. 공장 건물로 3층짜리 「빌딩」도 사들였다.
그러나 이사한 첫날 그들은 기가 막힐 수밖에 없었다. 10여개의 큰 상자가 발길에 걷어차여 뜯어보니 바로 자기네 회사 상표가 붙여진 수천개의 가죽 제품이 담겨져 있었다. 모두가「홍콩」제 가짜였다.
전에 세 들었던 상인이 바로 자기네 제품의 가짜 제조업자였던 것이다. 「홍콩」에서 수출되는 시계의 10%가 가짜로 알려져 있고, 「구찌」 상표가 달린 가짜의 1년 매상은 1백만「달러」가 넘는다고 한다.
대만도 「가짜」라면 빠지지 않지만 세공을 요하는 장식류의 「가짜」 기술은 「홍콩」을 못 당한다고 심지어 어떤 가짜 「핸드백」은 「유럽」의 진짜 보다 품질이 더 나아 보일 정도다.
그러나 가짜를 사가는 손님은 「홍콩」 사람들이 아니다. 90% 이상이 「홍콩」을 들른 외국인에게 팔거나 수출되고 있다.
허영이 그들 최대의 고객이다. 가짜인 줄 알면서도 많이 사간다. 「파리」에서의 절반 값으로 「크리스티앙·디오르」「넥타이」를 사가지만 선물 받는 친척들은 그저 「디오르」상표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특허 값이 싸면서도 비싸 보이는 것을 좋아하는 일본인 관광객들이 가장 환영받는 가짜 상품 단골 고객이다. 가령 동경에서보다 40%나 싼 진짜 「구찌·핸드백」은 일본 관광객의 최대 인기 품목이다. 그러나 이점을 이용한 「홍콩」의 손재주는 감쪽같이 가짜를 끼워 파는 것이다.
지난 한햇동안 「홍콩」 당국이 들춰낸 가짜 상품은 76만「달러」에 달했지만 빙상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겉으로야 「홍콩」 당국도 적발된 「가짜」에 대한 벌금을 종전의 최고 5배로 올리는 등 엄포를 놓고 있지만 어느 누구도 효과적인 단속을 기대하진 않는다.
단속반보다는 「가짜」 전문가들의 머리가 더 좋기 때문이다. 「ASEIKON」이라는 합법적인 상표를 붙인 「홍콩」제 시계는 별탈 없이 미국·「유럽」「두바이」 등으로 수출되어 나가지만 일단 배에 실리면 맨 앞의 A자와 끝의 N자를 떼어버린다.
간단하게 일렬 「세이꼬」 상표로 둔갑하는 것이다. <홍콩=이수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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