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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정치입법·예산안 처리 등 국회역할 그대로 7개월 동안 새 정부 기틀 완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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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새 헌법이 발표되자 10대 국회의원의 임기가 종료되고 기존정당과 통일주체 국민회의가 정치의 장에서 사라졌다.
이러한 정치기능의 일부 공백 속에 이 공백을 메우고 또 새 시대의 제도적 틀을 마련하는 기구로서 국가보위입법회의가 들어섰다.
입법회의는 11대 국회가 개원하기 전까지 약7개월간의 과도기간 중 국회의 역할을 대행하는 기구로 마련됐다.

<세번째 「과도기구」>
그러나 이 기구는 단순히 국회의 역할을 대행할 뿐 아니라 그 이상의 사명을 지닌다. 입법회의는 그 입법기능을 통해 「새 시대」로 표현되는 제5공화국의 정치·경제·사회·문화가 준거할 법적·제도적 뒷받침을 마련할 계획이다.
대한민국이 수립된 이래 과도 입법기구는 이번으로 3번째가 된다. 5·16이후의 국가재건 최고회의와 10월 유신이후의 비상국무회의가 있었다.
국보입법회의는 성격과 구성에 있어 과거의 것과는 흡사한 점도 있지만 다른 점이 많다.
새 시대를 준비한다는 점에서 국가재건 최고회의와 입법회의는 비슷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10대의원을 포함해 각계 인사로 구성된 입법회의와 혁명 주체 등 군인으로만 구성된 최고 회의는 조직면에서 현격한 차이가 있다.
더구나 비상국무회의와는 조직·성격 면에서 모두 큰 차이점을 지녔다.
전의 것이 혁명주체 또는 장관만의 단순 구조인데 비해 구성이 다원적인 만큼 입법회의는 국민의 비교적 폭넓은 의사가 여과될 여지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입법회의가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할 안건은 예산안과 정치입법이다.
시간이 급한 금년도 추경예산안을 처리하고 내년 예산안도 법정기일인 12월2일까지는 통과시켜야만 한다.
정치입법에 있어서는 가장 시급한 「정치풍토쇄신을 위한 특별 조치법」을 빠른 시일 안에 제정하고 이어 금년 안에 내년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에 대비한 각종 정치입법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이중에는 11월말 이후 정치활동이 재개된 뒤 새로운 정당창의 기초가 될 정당법이 시급하다. 이어 정치자금법 대통령 선거인단 선거법·대통령선거법 국회의원 선거법·선거관리위원회법이 제정 또는 개정되어야 하고 국회법, 국회에서의 증언 감정에 관한 법도 개정되어야한다.
또 새 헌법에 의해 새로 구성되거나 개편될 국정자문회의 같은 기구의 근거법도 마련해야 한다.
그밖에 새 시대의 지표로 삼고 있는 「정의로운 민주복지 사회 건설」의 제도적 기반도 입법회의에서 마련해야만 된다. 「독과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등 국보위공약사항의 법령화가 그 대표적 예라 하겠다.
정부 각 부처에서는 이미 1백80여 법률을 제정 또는 개정하려고 「리스트」를 짜놓고 있다.

<행정부 각료는 제외>
그러나 입법회의는 유신 후의 비상 국무회의처럼 행정편의 주의에 의한 입법을 배격할 방침이다.
오히려 비상국무회의가 제정한 법률 중 국민의 편의를 무시하거나 과도규제를 한 것과 민원관계 법률들을 대폭 개선할 생각이다.
이해관계의 대립이나 「로빙」으로 인해 손대지 못했던 법령도 이번 기회에 정비될 것으로 보인다.
입법회의가 본격적으로 가동하게 되면 철저한 입법계획을 세워 통상적인 국회가 10여년에 할 일을 7개월 여에 해 내겠다는게 관계자들의 포부이기도 하다.
입법회의는 구성이나 회의 운영 방식면에서 새시대 국회의 한 「모델」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입법회의 법은 새 헌법에 따라 의원의 청렴·품위유지와 직무수행에 있어 국가이익을 우선해야할 의무를 규정, 정치풍토 쇄신과 도의정치 구현에 부합하는 의원상을 지향하고 있으며 겸직을 허용하고 있다.
또 의원의 발언시간을 30분이 넘지 못하도록 제한해 현행 국회법의 최고 1시간에 비해 반으로 줄였고, 질의와 보충·의사진행·신상발언도 15∼20분에서 10분으로 제한했다.
본 회의는 공개를 원칙으로 하되 상임위운영은 비공개를 원칙으로 정했다.
이러한 청렴 정치와 능률의정을 위한 항목을 제의하면 대체로 국회법의 규정과 유사하며 특히 규정이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국회법 등 국회 관계법령의 규정을 준용한다는 포괄적인 규정을 두었다.
따라서 입법회의 의원은 직무상 원내에서 행한 발언과 표결에 대한 면빈특권과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입법회의의 동의 없이 체포·구금되지 않는 불체포특권을 지닌다.
또 국회와 같은 국정조사 및 서류제출요구기능, 청원처리기능, 공청회를 열 수 있는 권한 등 국회가 지니는 거의 모든 기능을 갖게됐다. 뿐만 아니라 입법회의는 비용도 국회예산을 사용한다.
저명인 입법회의 의원에는 정계·경제계·학계·법조계·종교계·여성계·언론계·향군대표·노동계·문화사회계·국보자 대표 등 각계인사가 망라됐다.
구성비율은 정계가 20명으로 가장 많은데 그중 10대 국회의원이 법조계대표로 계산된 임영득씨를 포함해 14명에 이른다.

<범야인사들도 참여>
정계 20명중에는 구 공화·유정 쪽이 8명, 구 신민이 9명, 통사·통일·윤보선씨 측근 각1명으로 범 야당쪽의 비율이 높다.
김대중 비서실장이었던 천명기 보사 장관의 입각에 이어 윤보선 전 대통령 비서실장·김영삼 전 신민당 총재의 보좌역과 혁신계의 김철씨 등이 망라되는 등 국민적 화합이란 면이 상당히 고려됐다.
정계 다음으로는 학계가 13명으로 가장 높고, 국보위대표 10명(이중 현역군인 6명), 법조계와 종교계 각 8명, 여성계 4명, 경제계와 언론계 각 3명, 향군대표 2명, 노동계 1명이며 문화·사회 각계인사가 9명으로 되어있다.
국가보위비상대책위를 구성했던 각료와 각 군 고위 장성을 포함시키려 했으나 입법부로서의 성격을 부각시키기 위해 최종 순간에 빼기로 했다는 얘기다.
입법회의 의원의 이 같은 각계각층 망라는 11대 국회의 구성과 새시대의 정치판도를 조감할 수 있는 하나의 창문이 될 것 같다. <성병욱 기자>

<차례>
ⓛ국가보위 입법회의
②정치풍토쇄신 입법
③신당
④대통령선거
⑤국회의원선거
⑥제5공화국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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