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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우승] 우승주역 3인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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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스토리] 데이비드 오티스

수비가 약했다. 아니 못했다. '1000승의 명장' 톰 켈리는 아무리 강한 타격을 갖춰도 기용해 주지 않았다.

이미 타격은 메이저리그 정상급이었으나 수비는 도무지 힘들었다. 지명타자라는 제도도 켈리의 마음을 흡족하게 하지 못했다. 결국 마이너리그를 전전하며 미세소타 트윈스에서의 주축선수가 되지 못했다. 켈리 감독이 물러난후 부임한 론 가든하이어도 수비를 중시하는 통에 오티스는 팀에서 더 이상 중요한 선수로 남지 못했다.

그러다 신은 '빨간양말'은 오티스에게 '지명타자'라는 자리를 보장해 줬다. 첫 해엔 128경기밖에 출전하지 못했으나 31개의 홈런과 101타점을 올리며 '될성부른 떡잎'의 면모를 과시했다. 2004년엔 41개의 홈런과 139타점을 올리며 메이저리그 최강의 타선이라는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중심타선에 자리잡았다.

오티스가 최고의 활약을 펼친 챔피언십시리즈 4차전과 5차전은 레드삭스에게 있어서는 천금과도 바꿀 수 없는 순간이 됐다. 3연패로 몰린 4차전 연장 12회 끝내기 홈런, 14회 연장전끝에 터진 끝내기 안타는 트윈스에서의 설움을 날려버렸다. 눈부신 활약으로 오티스는 챔피언십시리즈 MVP에도 꼽혔다. 월드시리즈에서도 두드러진 활약을 펼치지는 못했지만 3할의 타율을 기록하며 자신의 몫을 톡톡히 해냈다.

[스타 스토리] 마크 벨혼

2003년 4월.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했다. 2002년의 성적만큼만 올려준다면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에서 데뷔한 이후 처음으로 빅리거 주전을 꿰찰 수 있다고 생각했다. 또한 한창 팀에대한 투자에 열을 올리는 시카고 컵스라서 그 의미는 더 컸다.
그러나 성적은 상황과는 정반대로 돌아갔다. 1할을 간신히 넘었고, 삼진은 계속 늘어만 갔다. 결국 갈길바쁜 컵스는 51경기만에 콜로라도 로키스로 트레이드를 선택했다.
그리고 2004년. 보스턴 레드삭스의 유니폼을 입었다. 시즌중반까지의 평가는 좋을리가 없었다. 삼진과 볼넷은 숙명처럼 따라다녔다. 177개의 삼진으로 얻어낸 17개의 홈런은 구단에게나 팬들에게나 강하게 어필하기는 터무니없는 숫자였다. 애너하임과의 디비전시리즈와 뉴욕 양키스와의 챔피언십 1차전과 2차전을 치르며 '수비전문' 포키 리즈보다 나을게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5차전까지는 삼진만 14개였고 타율은 0.129였다.

그러나 6차전 3점홈런으로 팀을 승리로 이끌었고 7차전 굳히기 솔로홈런, 월드시리즈의 향방을 가늠할 1차전에서는 9-9로 팽팽한 가운데 역전 2점홈런을 터뜨렸다.

팀내 최저연봉인 49만달러의 벨혼이 86년의 한을 푸는 일등공신이 됐다.

[스타 스토리] 커트 실링

뉴욕 양키스와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6차전. 발목부상을 입었다고 등판이 불가능할 것 이라던 커트 실링이 마운드에 올랐다. 간신히 투구를 해나갔으나 회가 거듭될수록 다리를 저는 모습이 점점 심해졌다. 그리고 붉은 피가배인 양말이 클로즈업됐다.
듣기에도 생소한 힘줄을 피부에 고정시키는 임시방편의 치료를 받고 마운드에 오른 실링은 레드삭스에게 걸린 저주를 푸는 '마법의 약'이 됐다.

시즌초반 공공연히 떠들고 다녔다. "저주는 없다" "미신일 뿐이다" "그 저주를 내가 깨겠다"라며 호기있게 시즌을 시작했다. 아메리칸리그 이적후에도 공의 위력은 여전했다. 21승 6패. 통산 3번째 20승 고지에 올랐고 방어율도 3.26을 기록하며 변함없는 실력을 보여줬다.

위기의 순간이 다가왔다. 시즌중 다친 오른발목이 나아지는 기색없이 계속됐다. 통증은 걸을수도 투구를 할 수도 없게 했다. 신발회사에서는 특수신발을 만들어 실링의 다친발목을 보호하려는 시도를 했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애너하임 에인절스와의 디비전시리즈에서 승리투수가 됐지만 경기내용이 좋지 못했다. 호기있게 잡겠다던 뉴욕 양키스와의 1차전은 실링을 허풍쟁이로 만들었다. 3이닝 6피안타 6실점. 실링의 완패는 팀의 3연패로 이어졌다.

등판해도 경기에서 이기기 힘들다는 예상을 깨고 실링이 6차전 마운드에 올랐고 승리했다. 그리고 월드시리즈 2차전. 1차전 연장전 승리를 기점으로 기세를 타기시작한 팀에 바람이 됐다. 6이닝 4피안타 1실점. 내야진이 4개의 실책을 범하며 도움이 되지 못했지만 마운드의 위의 실링은 침착했다. 그리고 승리투수가 됐다.

피가배인 붉은 양말은 승리 이상의 가치를 레드삭스에게 줬다. 이기기 위한 열망과 반드시 이기겠다는 신념을 보여줬다. 레드삭스의 모든 선수들에게 실링은 월드시리즈 우승의 길로 인도한 메신저가 됐다.

Joins 유효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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