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자회담 성사까지] 파월 2월 訪中 중국 참여시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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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문제를 다자구도로 해결하기 위한 북.미.중 3자 예비회담이 이뤄지기까지 한반도 주변국 사이에 숨가쁜 외교게임이 펼쳐졌다. 미.영 연합군의 이라크전 개전을 전후로 미.중-북.중-북.미 간에 연쇄 접촉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북한은 북.중.미 외에 다른 나라가 예비회담에 참여하는 것을 거부했고 미국이 이를 받아들였다. 3자 예비회담은 양자회담을 고집하던 북한과 다자회담을 강조해온 미국의 입장 사이에 타협이 이뤄진 셈이다.

이 과정에서 북핵 해결 중재역을 자임하고 활발히 움직이던 러시아가 뒷전으로 밀려났다. 우리 정부는 "북핵 문제의 조기 해결이 우선"이라는 입장 아래 북한이 거부 반응을 보이자 예비회담 참가를 포기했으며 북.미간 징검다리역을 맡고자 노력하던 일본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미국은 예비회담 내용을 매일매일 설명해주고 협상전략을 수립하는데 참여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해 한국과 일본을 설득했다.

이번 예비회담의 첫 논의는 지난 2월 24일 있었던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때 이뤄졌다. 당시 미.중간 협의는 미국의 다자해결 원칙과 중국의 북.미 양자해결 입장이 맞서 절충점을 찾지 못했다.

3월 7일 미국은 "북.미 양자해결은 절대 안된다"고 중국을 재차 설득했고, 다음날 중국은 첸치천(錢其琛)부총리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머물고 있던 삼지연 비상집무실로 급파했다. 외교소식통은 "이틀 동안 진행된 이 면담에서 사실상 다자해결의 구도가 확정됐다"고 말했다. 북한이 중국의 설득으로 북.미 양자회담 원칙에서 물러섰다는 것이다.

북.중간 절충 결과는 북.미간 실무접촉으로 이어졌다. 지난달 30일에는 잭 프리처드 대북 교섭담당대사와 한성렬 북한 유엔대표부 차석대사간 접촉이 이뤄졌다. 북.미 양측은 이어 지난 8일과 10일께 베이징(北京)에서 연쇄 접촉을 가졌다. 중국의 주선으로 이뤄진 참사관급 접촉에서 사실상 이번 북.미.중 예비회담 일정이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12일 다자대화를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지난 10일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가 발효했는데도 당시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대북 압박책을 내놓지 않은 것은 외교적 해결 노력이 무르익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오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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